로키의 비경을 찾아 (마지막 편)
"캐네디언 로키의 보석" - 레이크 루이즈.
세계 10대 절경의 하나인 레이크 루이즈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백인인 톰 윌슨
(Tom Wilson)이다. 그는 이 호수를 '에메랄드 레이크'라 이름 지어 불렀으나
19세기 후반에 빅토리아 여왕의 딸인 '루이즈 공주'의 방문을 기념하여 'Lake Louise'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이 호수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화무쌍한 절경을 보여준다.
이번 9박 10일간의 여정 중 마지막 일정은 레이크 루이즈 뒷편에 있는
'Plain of the six glacier trail' 하이킹(왕복 15km)이다.
간밤에 내린 비가 갠 아침은 뾰죽뾰죽 솟아오른 거대한 암봉들의 허리를 감은 흰구름이
펼쳐진 향연으로 장관이다. 호수의 정면에 보이는 산이 '마운트 빅토리아'다
그 아래에 Six Glacier' 빙하가 있다. 빙하의 침식활동으로 생긴 호수는 길이 2.4km, 폭 800m,
수심 70m다. 에메랄드빛 호숫물은 빙하 밑에 부서진 돌가루가 흘러들어가 생긴 것이다.
호수 뒷편으로는 웅장한 빅토리아 빙하가 펼쳐 있고, 겨울이면 얼어붙은 호수와
빙하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 절경에 반한 등산객들
중에는 불행하게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8월 29일자 캐나다 통신 보도에 따르면, 알버타주 로키 산맥 등반 중
실종됐던 미국인 등산객의 사체가 21년 만에 발견됐다고 한다.
1989년 밴프국립공원에서 실종됐던 38세의 미국인 '홀랜드'의 시체는 냉동상태로
보존되다 올 여름 얼음이 녹으면서 밖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 절경이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무너져 내리는 듯 싶어 안타깝기만 하다.
호수 앞에 우뚝 솟은 건물이 '샤토 레이크 루이즈'이다.
CP철도가 철도여행객을 위해 1886년에 지은 이 호텔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화재로
복구공사와 증축으로 오늘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고 한다.
이 호텔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빙하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호수로
들어오는 장소까지 갈 수 있다. 오늘은 이곳 7.5km를 올라가
관광버스를 타고와서는 못보고 가는 비경을 찾아간다.
레이크 루이스로 가는 길, 구도로와 트랜스캐나다(1번) 하이웨이와 만나는 곳 부근에
'레이크 루이스 빌리지'가 있다. 이 산간마을에는 호텔이나 모텔들이 모여 있고
쇼핑몰과 주유소도 있다. 이 곳에는 조그만 기차역이 하나 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이 '닥터 지바고'의 이별 장면을 촬영했던 장소가 바로 여기다.
저 아래 보이는 호수가 '루이즈 호수'입니다.
트레일 곳곳에는 야생화와 산짐승의 천국이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등산객의 발길이 떨어질 줄 모릅니다.
레이크 루이즈를 찾아가는 아침,
안개와 구름이 산허리를 휘감아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합니다만
호수의 비취빛이 흐릴까 마음에 걸립니다. 사잔빨 걱정도 되구요.
Chateau Lake Louise 호텔의 전경입니다.
이 아름다운 산책로를 걸어 6.2km 올라가면 멋진 'Tea House' 하나가 있다네요.
오늘은 제가 한 잔 쏘겠습니다.
역시 날씨가 흐려 호수의 빛깔도 흐리군요.
호수의 오른쪽 병풍같은 암벽에는 남녀 암벽등반가들이 때를 만났습니다.
로키의 산길을 걷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만든 길이 아니고 산이 인간을 위해 내어준 길인 듯 싶습니다.
한국의 명산, 중국의 우람한 명산을 가 보면
사람이 만든 훤한 길이 눈에 거슬려 보이더이다.
빙하에서 흘러내리는 물에 부서진 돌가루가 섞여 내려오고 있습니다.
돌가루가 가라앉아 햇빛을 받으면 비취빛 호수가 된답니다.
지금도 활동중인 빙하의 모습입니다.
오랫만에 산상의 찻집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귀한 달러를 쓸 기회를 얻었지요.
로키에 있는 8개 코스의 트레일을 걸으면서 처음 만난 매점입니다.
자연생태계를 보존하려는 이들의 깊은 마음이 보이더이다.
간단한 스프와 차가 메뉴에 있는 전부이였지요.
세계 10대 절경을 내려다 보는 유일한 산상 찻집치고는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지요?
주변에서 모아온 나무토막과 부서진 바위덩어리들로 지은
오두막 세 칸 집입니다. 커피 한 잔 값은 2달러 95센트.
도시의 길거리 찻집에서 마시는 커피값(1.50달러) 보다야 많이 비싸더군요.
그러나 오랫만에 편안한 의자에 앉아 로키의 숨결을 마신다고 생각하니
지불한 3,000원이 그리 아깝지는 않더이다.
파라다이스 벨리에서 발목에 골절상을 입고
헬기를 타고간 여인을 만나러 밴프타운에 있는 병원에 갔었지요.
캘거리 큰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합니다.
여행을 끝내고 캘거리 공항을 떠나는
내일, 만날 수밖에 없겠네요.
밴프 국립공원의 요람 밴프타운은 대자연으로 들어가는 초입이기도 합니다.
동화 속에 나오는 도시를 떠오르게 하는 캐네디언 로키를 대표하는 관광지 이지요.
1883년 설퍼산(Mt. Sulphur:2,450m)의 유황온천 발견을 계기로 탄생한 산간마을,
'설퍼산'은 유황산이란 뜻입니다. 이 설퍼산 아래 밴프에는 밴프의 명물 '스프링스 호텔'이
있고, 호텔 아래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보우폭포(Bow Falls)가 보입니다.
마릴린 먼로 주연의 '돌아오지 않는 강'의 촬영장소가 바로 여기랍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캘거리공항의 풍경입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는 어느 가족입니다.
기다리는 시간을 독서로 지루하지 않게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지요.
엄마가 가장 두꺼운 책을 펴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모습을 자세히 보시기 바랍니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보는 듯 싶었지요.
이제, 9박 10일 동안 '로키의 비경을 찾아' 다니던 여정의 끝입니다.
오후 5시 훨씬 넘은 시간, 캘거리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지는 해를 등지고
동쪽 토론토를 향하여 날아갑니다. 사고를 당한 여인은 그의 절친이
캘거리에 있어 친구에게 부탁하고, 웃으며 헤여졌습니다.
* * * * *
어디를 가나 살포시 만년설이 얹힌 퇴적암 산봉우리가 보이고,
그 아래 자리한 짙은 에메랄드빛 호수, 그리고 그것을 감싸고 있는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이 절경. 바로 이것이 선경이로다.
산이 내어준 산길을 걷노라면
산짐승, 야생화가 자연의 주인임을 알겠고,
인간은 자연의 일부요, 스치는 나그네임을 알겠더라.
어찌 자연의 섭리를 어길 수 있으리.
평생을 두고 가고 또 간다는 로키다.
그러나 언제 다시 또 가보겠느냐.
이제, 남은 내 작은 삶에도 고개 한 번 더 숙이고,
축복받은 나라에 와 있음을 감사하며 살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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