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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떠나는 여행] 무의도…두근두근 오후 6시의 붉은해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22. 18:47

 

[훌쩍 떠나는 여행] 무의도…두근두근 오후 6시의 붉은해

도대체 일몰의 순간에 사람이 엄숙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생성과 소멸은 결코 단절의 관계가 아니거늘, 일출을 보는 사람 입에서는 와!! 환호가 터져나오고, 석양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두들 침묵한다. 무의도는 서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을 가진 섬 가운데 한 곳이다. 특히 실미도 옆 바다로

떨어지는 낙조가 사람 환장하게 만들곤 한다. 그날, 환장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달렸다.

섬으로 들어가는 등산객들

길은 한가했다. 영종대교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개펄 곳곳에는 지난 혹한기 때 얼어붙었던,

독수리 날개를 닮은 모습의 웅덩이들이 여전히 험한 꼴을 하고 있다.

무의도. 舞衣島. 옛날 사람들 작명 솜씨 하나는 정말 끝내주었다. 헬리콥터도 없던 시절에 섬의 전체 모습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무의도는 섬의 모습이 장군복을 입고 춤 추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해서 그렇게 명명했다고 한다. 무의도는 그 자신 작은 섬이다. 그런데 소무의도, 실미도, 해리도, 성엽도 등 부속섬까지 거느린, 나름 실한 섬이다. 무의도에 들어가려면 잠진도항으로 가야한다. 항구 바로 코 앞에 무의도가 보인다. 배에 차를 싣고 갑판에 올라가서 폼 좀 잡을만하면 어느새 무의도에 도착하게 되는 허무한 뱃길이다. 섬을 생각하면 무엇이 연상될까? 바다, 파도, 해수욕장, 파란색 양철지붕, 등대, 고깃배 등등? 그런데 꼭 빼먹는 게 있다.

산. 모든 섬은 산이다. 뿌리는 바다 속에 있고 머리만 수면 위로 올라온 꼴인 것이다.

해서 섬 산을 올라가 본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풍광에 홀딱 반해 자꾸만 섬 산을 찾게 된다고 한다.

무의도에도 아름다운 산 하나 있다. 호룡곡산虎龍谷山. 이곳에서 호랑이와 용이 싸우는 바람에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이 산은 무의도 전체를 덮고 있다. 해발 고도가 245m인데, 산 길이 완만해서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는 말을 뱃전에서 들을 수 있었다. 작은 섬이지만 마당바위, 부처바위, 수직절벽 등 많은 기암괴석이 힘차게 서 있다. 그래서 무의도를 찾는 많은 사람들의 목적지가 해변이 아닌 바로 이곳 호룡곡산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의 여행 목적은 일몰이며 등산에 대비한 그 어떤 장비도 준비하지 않았으므로 갑자기 방향을 산으로 틀 수는 없는 일이다. 날씨가 제법 풀렸다고는 하나 산에는 여전히 눈이 쌓여있고, 얼음 길도 남아있을 것이다.

광명항 빈티지

광명항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그곳에 꽤 매력적인 빈티지들이 남아있다는 말을 줏어들었기 때문이다. 꼬불꼬불 산길에는 잿빛 겨울이 고스란히 살아있고, 능선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사라졌다는 반복하고 있다. 마지막 고개를 넘어가자 저 아래로 광명항이 보인다.

브라보! 곳곳에 파란색, 주황색 양철지붕이 보이고, 항구 한쪽에는 고깃배 몇 척도 정박중이다. 입구 삼거리에서 차에서 내린다. 이런 길은 걸어야 제 맛이다. 날카로운 해풍이 뺨을 때리지만 신비한 마음으로 해안선을 걷는다. 컬러풀한 양철지붕들은 모두 민박집들이었다. 무의도의 잠자리는 많은 펜션과 호텔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광명항에는 펜션과 낡은 민박이 모두 있었다. 특히 방파제 근처에 있는 민박집은 외관이 오래된 해안마을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어서 애정이 더 갔다. 게다가 민박 바로 앞에 수상 가옥 비슷한 것을 만들어, 그 위에서 횟감에 소주 한 잔 마실 사람들을 기다린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겨울이다. 참아야 한다.

광명항은 항구를 등지고 바라보는 바다 풍경도 아름답지만, 방파제 끝에 서서 바다를 등에 두고 바라보는 항구의 전경도 꽤 낭만적이었다. 가파른 언덕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펜션들, 그 아래로 일렬횡대로 나열해 있는 어촌의 오래된 집들, 그리고 마을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섬 일주 버스 종점과 어설픈 모양의 식당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무의도에 가면 꼭 걸어봐야 할 곳이다.

하나개 해수욕장

다시 섬 가운데로 들어가 고개를 넘자 하나개 해수욕장이 있다. 이곳은 무의도를 대표하는 해안이다. 넓고, 길고, 그리고 쓸쓸했다. 겨울이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걷고, 웃고, 승마(?)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해변 입구에는 간이 마굿간이 있고 그 안에는 노쇠한 말 두 마리가 피곤한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개를 찾아온 가족 여행자들의 자녀들을 주로 등에 태우고 약 5분을 걸어야 했다. 견마잡이가 고삐를 쥔 채 천천히 걷다 잠시 달리는 장면이 그런데로 멋져보이는 것은 바다 위에서 내리꽂히는 눈부신 역광 때문이리라.

해수욕장에는 촬영 세트장이 두 곳도 있다. 한쪽 언덕에 나란히 있는 그곳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오! 수정'과 최지우와 권상우가 출연한 드라마 '천국의 계단' 배경이 되었던 세트장들이다. 위치는 좋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지 너저분하게 망가져가는 모습이 영 아니올씨다,였다.

하나개 해수욕장에는 식당이 딱 세 곳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을 수가! 장사하는 사람들도 좋고, 손님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이곳 식당에서는 무의도에서 나는 석화, 소라 등과, 시장에서 사 오는 각종 회를 먹을 수 있다. 소라와 굴을 먹었다. 굴은 물컹거렸고, 소라는 꽤 쫄깃했다. 가격도 일반 회집과 비슷했고, 인기 여행지 식당에서 느끼곤 하는 '싸가지없는 태도' 또한 전혀 없었다. "여기 일몰도 죽인다"는 식당 아저씨의 말씀에 꾸벅 인사를 했지만 발길은 실미도를 향하고 있다.

실미도 일몰

실미도는 영화가 대박 터지기 이전, 아주 오랜 옛날에 이미 사람들(지금은 중년 이상)에게 충격과 절망과 분노를 던져주었던 비극의 이름이다. 영화 실미도의 내용이 실화였다는 사실은 모두 알겠지만, 실제로 당시 라디오와 흑백TV에서 실제 상황을 보았던 사람들은 당시의 사건을 서늘한 가슴 속에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 진실은 당시 뉴스가 아닌 영화가 보여주었지만….

실미도 해변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해안은 깨끗했고 솔숲에는 적당한 수의 조개구이집만 자리를 잡고 있다. 무의도 해안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은, 오글오글 수많은 식당이 모여서는 민망한 호객행위를 함으로써 정신적 휴식을 취하러 온 여행자들에게 오히려 피로감을 주는 그런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실미도과 무의도는 거의 붙어있다. 하루에 두 번 길이 생기는데, 그때 실미도를 들락거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밀물 때이고 이미 하늘은 연붉은 색으로 채색되고 있다.

해변을 서성이던 사람들이 소나무 아래로 모여든다. 어떤 사람은 백사장에 서서 옴짝달싹 하지 않는다. 일몰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잠시라도 눈길을 돌렸다간 어느새 쑥 들어가버린 허무함에 마음이 상할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말없이 사라지는 태양을 눈동자를 박은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사방이 고요해지고 바람도 숨을 멈춘듯 하다.

이윽고 해가 바닷 속으로 사라지고 세상은 금새 어두컴컴해진다. 사람들은 여전히 말이 없다.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길래! 무의도 교통편 승용차: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 잠진도항(용유도) - 큰무리항(무의도)
버스: 인천국제공항 지역버스정류장 5-A 222번 - 잠진도항 - 배 - 무의도마을버스
기차공항철도:  서울역-공덕-홍대입구-디지털미디어시티-김포공항-계양-검암-운서-공항화물청사-인천국제공항 - 지역버스정류장 5-A 222번 - 잠진도항 - 배 - 무의도마을버스 맛집 하나개횟집
인천시 중구 무의동 산189번지 / 032-752-2780 자매조개구이
인천시 중구 무의동 298-1 / 032-746-4948 숙박 광명항 삼거리 민박016-383-5751
광명항 덕점식당 010-8545-5668
문의아일랜드 펜션 / 인천시 중구 무의동 370번지 / 032-752-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