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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오지 산허리 돌고도는 ‘외씨버선길’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2. 1. 10. 18:59

 

청정오지 산허리 돌고도는 ‘외씨버선길’
청송·영양·봉화·영월 연결… 일부 구간 개통 트레킹 행사

 

'외씨버선길을 아십니까.'

경북 청송·영양·봉화군과 강원도 영월군에는 이들 4개 지역의 마을길과 산길을 잇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들 4개 시·군이 힘을 모아 도보 여행길인 '외씨버선길'을 만들고 있다.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조지훈의 시 '승무' 중)

지난달 20일 경북 영양에서 열린 '오일도 시인의 길'(외씨버선길 다섯째 구간) 걷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선바위에서 산촌생활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걷고 있다. | 경북북부연구원 제공

길 이름은 영양 출신인 조지훈 시인(1920~1968)의 시 '승무'에서 땄다. 산허리를 돌아서면 끊어질듯 하던 길이 다시 좁다랗게 이어지는 구간이 많다. 전체 구간이 언뜻 버선의 선 모양을 닮았다.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승무의 춤사위 같은 길이다. 전체 길이는 경북 청송 주왕산에서 강원도 영월 관풍헌까지 170㎞에 이른다. 모두 13개 구간 가운데 현재 6개 구간 75.6㎞가 개통됐다. 길 관련 단체들이 정한 '길의 날'인 11일에는 봉화~영월 구간에서 길의 날을 기념하는 트레킹 행사가 열린다.

국내에서 오지로 꼽히는 이들 4개 군은 2009년 청정지역을 대표하는 인접 고장끼리 도보 여행길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이듬해 정부의 광역경제권 연계협력사업에 선정되자 그해 7월 연계협력사업단을 꾸리고 '외씨버선길' 조성에 나섰다. 국비를 포함해 모두 60억원을 들여 2013년 4월까지 사업을 마무리한다.

지난 3월 청송 운봉관~한지체험장에 이르는 12㎞의 '슬로시티길'이 개통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개 지역에서 모두 6개 구간의 외씨버선길이 속속 개통됐다. 영양에서는 '치유의 길'(일월산 자생화공원~우련전 8.3㎞)과 '오일도 시인의 길'(선바위관광지~영양 전통시장 11.5㎞), '조지훈 문학길'(영양 전통시장~조지훈문학관 13.7㎞)이 닦였다. 봉화에서는 '춘양목 솔향기길'(춘양면사무소~춘양목체험관 17.6㎞)이, 영월에서는 '김삿갓문학길'(김삿갓문학관~김삿갓면사무소 12.5㎞)이 각각 개통됐다. 각 지역의 역사·문화 유산과 깨끗한 자연, 삶의 터전이 어우러진 길이다. 과거 시장이나 학교로 가던 옛길을 복원하고 마을길과 산길을 이었다. 주민들이 참여해 코스를 짜고 다듬었다.

임선희씨(48·대구 대명동)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자연과 삶의 모습에 문학 향기까지 어우러진 길을 걸으니 마음이 더없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외씨버선길 조성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사)경북북부연구원은 지금까지 전체 탐방객이 2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트레일 운영기관 모임인 '한국 길 모임'이 '길의 날'로 정한 11일에는 봉화 춘양목체험관~영월 김삿갓문학관 30㎞ 구간에서 트레킹 체험행사가 열린다. 편의시설이 아직 설치되지 않아 공식 개통되지 않은 구간이다. 경북북부연구원과 세계유교문화축전조직위원회(054-851-7182)가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한다. 참가비는 4만원이다.

권오상 경북북부연구원장(48·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은 "내년 4월까지는 모든 구간을 개통할 예정"이라며 "4개 지역 간 사람이 오가고 문화가 흐르는 상생의 길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