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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 해인사 소리길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2. 1. 10. 19:10

 

물소리 볼륨이 커졌다 작아졌다… 붉게 흐르는 깨달음의 길
경남 합천 해인사 소리길

 

경남 합천 가야산 해인사 앞을 흐르는 홍류동(紅流洞) 계곡. 가을 단풍이 어찌나 붉었으면 그 붉은빛에 계곡물까지 붉게 물들어 흐른단 뜻이다. 그 아름다움에 '홀린' 이들이 역사적으로 한둘이 아니다. 대표 인물은 통일신라 말기 최치원이다. 수려한 풍광에 매료된 그는 여기에 농산정(籠山亭)이라는 정자를 짓고 풍류를 즐기다 어느 날 흔적도 없이 홀연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가 죽지 않고 신선이 되었다고 믿는다.

↑ [조선일보]

↑ [조선일보]합천영상테마파크.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 [조선일보]기기묘묘한 바위 사이로 가 을 단풍에 붉게 물든 물살이 흘러내린다. 경남 합천 가야산 홍류동 계곡이다. 소리길은 이 고운 홍류동 계곡을 따라 해인사 밑까지 이어진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ho@chosun.com

↑ [조선일보]

↑ [조선일보]해인사 소리길 입구.

↑ [조선일보]경남 합천 해인사 소리길을 걸으면 홍류동 계곡 물소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논을 따라 밭을 따라 계곡을 따라 위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굽이친다. 혼자 걸어도 지겹거나 외롭지 않다.

홍류동의 매력은 최근까지도 유효하다. 1950년대 중반 주한프랑스대사였던 로제 샹바르(Chambard)도 "죽으면 화장해 이곳에 뿌려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바람대로 사망 후 그의 유골은 한국으로 돌아와 해인사 자락에 뿌려졌다.

◇붉게 흐르는 계곡, 트레킹 코스로 변신하다


붉고 고운 계곡이 걷기 좋은 길로 변신했다. 올해는 고려 팔만대장경이 만들어진 지 1000년이 된 해. 이를 기념해 해인사 앞 야천리에서 열렸던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에 맞춰 지난 9월 홍류동 계곡은 6㎞짜리 트레킹코스로 개장했다. 홍류동 계곡을 따라 나무 데크와 다리를 놓고 논·밭길과 이었다. 길은 축전 행사장 앞 각사교 옆에서 시작한다. '황산1구마을'이라고 새겨진 커다란 바위와 작은 정자 뒤로 나무로 만든 'ㅠ'자 모양의 소리길 입구가 보인다. 합천군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기획단 김성환 팀장과 함께 걸었다. 김 팀장은 소리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봐 누구보다 이 길을 잘 안다고 했다.

가을이라 물이 줄었을 텐데, 홍류동 계곡 물소리는 여전히 힘찼다. 김 팀장은 "이 근처에 가야산 19경 중 하나인 축화천(逐花川)이 있다"고 했다. "계곡을 흘러내려 오는 꽃잎을 따라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수려한 가야산을 동양적 이상향인 무릉도원으로 여긴 것이죠." 봄이 아닌지라 꽃잎은 없었다. 대신 물소리를 따라 소리길을 올라갔다. 김 팀장은 소리길이라는 이름에 대해 설명했다. "소리는 불교용어로 해석하면 '깨달음의 길'이 된답니다. 그런 깊은 의미도 있지만 순 한글 '소리'라는 단어에 주목했습니다.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즐기고 나아가 내 안의 소리를 들으며 생각을 깊게 하자는 뜻을 담았지요."

계곡 물소리가 힘차게 크기만 했다면 시끄러웠을 것이다. 미약하게 졸졸거리기만 했다면 지루했을 것이다. 홍류동 계곡의 물소리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소리길이 계곡에 가까이 다가섰다가 멀어질 때마다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하며 리듬감 있게 변주를 계속했다. 신선이 된 최치원이 홍류동 계곡의 '볼륨 다이얼'을 돌려가며 음량을 키웠다가 낮췄다가 하고 있는 듯했다. 논두렁과 밭두렁을 따라 난 길도 왼쪽으로 돌았다가 오른쪽으로, 위로 살짝 굽이쳤다가 아래로 내려왔다. 귀도 즐겁고 발도 즐거웠다.

계곡 물소리와 모든 자연의 합창을 듣다

그렇게 2㎞쯤 걸었을까. 논밭길이 끝나면서 가야산국립공원 소리길 탐방지원센터가 오른쪽으로 보였다. 초록색 철조망 담장이 마을과 국립공원을 가르고 있었다. 국립공원 권역으로 들어섰다. 본격적인 홍류동 계곡 걷기가 시작됐다.

붉어서 홍류동이라더니, 단지 붉은 것이 아니었다. 붉고 노랗고 파랗고 갈색 총천연색으로 흐르는 계곡이다. 계곡이 더욱 가까이, 때로는 나무 데크를 걷고 있는 발아래로 파고들어 왔다. 물소리는 전체적으로 더욱 커졌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홍류동 계곡에는 식물 649종과 포유류 20종, 조류 72종, 파충류 9종, 양서류 9종, 곤충 1236종이 서식한다고 한다. 이 모든 생명이 한목소리로 화음을 내는 듯 장엄한 자연의 합창이 계곡을 울렸다. 길은 쿠션을 밟듯 폭신했다. 김 팀장은 "고령토가 많은데다 낙엽이 쌓여 그렇다"면서 "그래서 가야산은 '덕이 있는 산'이라 칭송하기도 한다"고 했다.

출발점에서 3㎞쯤 되는 지점에 홍류문이 있다. 홍류문을 지나 걷기를 계속하려면 해인사에서 운영하는 매표소에서 '문화재관람료'를 1인당 3000원씩 내야 한다. 홍류동천, 농산정 등 홍류동 계곡의 백미가 이 홍류문 너머에 있는 데다, 3㎞만 걷고 발걸음을 돌리기 아쉽기도 하다. 홍류문을 지나 400m쯤 가면 농산정이다. 정자 아래 큼직한 바위에 '동(洞)'이라 새겨진 글자가 보인다. "최치원이 새긴 홍류동 세 글자 중 홍(紅)자와 류(流)자는 깨져서 떨어지고 동이라는 글자 하나만 남았습니다."

최치원의 흔적은 여전히 생생한데, 그는 대체 이 계곡 어디 숨어 있는 것일까. 계속 걸어 2.5㎞쯤 가면 소리길의 종착점이다. 여기서 약 1㎞쯤 걸어 올라가면 해인사이다. 총천연색 홍류동 계곡물은 무심하지만 기운차게 흘러내린다.

여·행·수·첩

황매산: '영남의 소(小)금강산'이라고 할 정도로 산세와 위용이 대단하다. 드넓은 산봉우리에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유명하고, 가을에는 억새가 볼 만하다. 요즘은 찾는 이가 거의 없어 한산하다. 그래서 더욱 스산한 가을 정취가 산다.

합천영상테마파크: '태극기 휘날리며' '경성스캔들' '에덴의 동쪽' 등 무수히 많은 영화와 TV드라마가 여기서 촬영됐다. 이곳에서 찍고 '대박'난 대표 영화가 '써니'이다.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시대별로 대표적 랜드마크 건물이 고루 갖춰져 있다. '京城驛(경성역)'이라고 한자로 이름이 새겨진 서울역사, 한국 최초의 호텔인 '반도호텔' 등을 세세하게 재현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살았던 이화장을 재현한 한옥도 있다. 식당으로 사용된다. 이곳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하는 배우나 스태프들이 식사하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일반 관람객도 식사할 수 있다. (055)930-3756, 3743

합천황토한우

: 황토와 보리당근을 먹여 사육해 육질이 부드럽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는 것이 합천 사람들의 자랑이고 주장이다. 합천축협(055-933-0051)에 문의하면 어디서 구매할 수 있는지, 맛볼 수 있는지 알려준다.

합천명품토종흑돼지: 고기 육질이 야들야들 고소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가격이 도시와 비교하면 매우 저렴하다. 합천군 사람들은 합천읍내 '강변숯불갈비'(055-933-0186)를 추천했다. 삼겹살을 주종으로 다양한 부위가 두루 나오는 '돼지생고기로스구이'<사진>가 1인분에 7000원. 잘게 다진 청양고추를 섞은 멸치젓이나 새우젓을 찍어 먹는 것이 독특하다. 합천토종명품돼지 직판장(055-933-1180)도 있다.

합천군청 문화관광개발사업단

(055)930-3751~6,www.hc.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