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으로 셀 정도의 극소수의 사람과
깊은 만남을 우리는 가질 따름이다.
나를 낳아 준 아버지와 어머니,
핏줄기로 얽힌 2, 3명의 형제 자매,
그리고 아내 또는 남편, 나의 분신인 2, 3명의 내 아들과 딸들,
그리고 막역한 2, 3명의 지기(知己), 사숙(私淑)하는 은사님 한두 분,
![25.jpg 25.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356_cf5793938b321b67b3b667655b375703.jpg)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 한둘과 가까운 친척 2, 3명,
그 밖에 어떤 인연으로 얽힌
한두 명의 선배 또는 은인(恩人),
인간이 이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서
가장 가까운 이는
이런 범위 이런 정도가 아닐까 싶다.
![26.jpg 26.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521_eb935669c45405844c35aafbd5fe43d7.jpg)
우리는 겨우 10여 명의 사람과 일생 동안 깊은 만남을 가질 뿐이다.
그 밖의 만남은 모두 옅은 만남이요,
일시적인 만남이요,
피상적인 만남이요,
만나나 마나 한 만남들이다.
10여 명의 사람과 우리는 깊은 실존적인 만남을
가질 따름이다.
![27.jpg 27.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543_e0e28452229af52e70f87dd03c3a30c2.jpg)
우리는 그 10여 명의 사람을 神이 내게 주신 은혜요,
선물이요,
운명으로 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극진하게 대해야 한다.
그것은 불교적 표현을 하면
전생(前生)의 한량없이 깊은 인연이다.
-길가에서 옷자락 한 번 스치고,
얼굴을 잠깐 보고 지나쳐 버리는 무연(無緣)의
중생들이 많다z
그들은 나와 아무 깊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야말로 남남이다.
![30.jpg 30.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647_e3e6f22244e557f1758d397a98734145.jpg)
그러나 그런 하잘것 없는 인연도
전생에 5백 번 만난
사람이라야 그것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31.jpg 3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707_f0d0b070be593820651230120b0374be.jpg)
한지붕 밑에서 한솥의 밥을 먹으면서
일생 동안 같이 살아가는 부모 자식, 아내,
형제 자매는 아마 전생에서 수억 번 만난
깊은 인연의 결과요, 산물일 것이다.
우리는 전생의 기억은 없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만나는
사람은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전생에서 만났던 친구를 금생에서
또 만나는구나, 하고 다정다감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불교의 신앙인은 아니다
그러나 인연사상(因緣思想)을 퍽 의미 깊게
또 재미있게 생각한다.
우리는 10여 명의 인간과의 깊은 만남 이외에
고인(古人)들과의 두터운 정신적 만남을 갖는다.
그것은 주로 독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독서는 옛사람과의 깊은 정신적 만남이다.
![35.jpg 35.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901_b21f0bedce1dfeee7e158f1a8888beab.jpg)
나는 고인을 볼 수 없다. 또 고인도 나를 볼 수 없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고인을 만난다
우리는 독서를 하면서 원효(元曉)도 만나고,
퇴계(退溪)도 만나고
만해(萬海)도 만난다
.
또, 공자(孔子)의 음성도 듣고,
노자(老子)의 말도 듣고,
도연명(陶淵明)과 상봉(相逢)하고
손자(孫子)와 조우(遭遇)한다.
또 예수를 만나고, 석가를 대하고,
플라톤에 접하고, 괴테와 해후한다.
![2.jpg 2.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094619_156005c5baf40ff51a327f1c34f2975b.jpg)
만일 책이 없다면 우리는 절대로 그분들과
정신적 만남을 가질 수가 없다
시공을 초월하여 동서고금의 위인들과 깊은
정신적 만남을 갖는 길은
오직 책을 통해서 뿐이다
.
그러므로 책처럼 위대한 것이 없다.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라고 옛 시인은 읊었다.
나라가 망해도 산하는 그대로 남아 있다고 했다.
나라가 무너져도 책은 남는다
책은 정신을 담는 그릇이요, 말씀의 집이요,
사상의 창고요, 얼의 결정체(結晶體)다.
-
누구나 고인(古人)들과 깊은 정신적 만남을 갖는다.
그것도 인생의 큰 인연이다.
인연이 깊었기 때문에 그 분을 좋아하고 그 어른의 말에 감명을 받는 것이다.
그런 고인도 10여 명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렇다.
나의 정신 형성에, 인격 건설에, 사상 심화(思想深化)에
크고 깊은 영향을 준 이는 약 10명밖에 안 되는 것 같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도산(島山)과 춘원(春園)을 든다.
그리고 중국인으로서는 공자를 들어야 되겠고,
인도인으로서는 간디와 석가를 들고 싶다
또 그리스도를 들지 않을 수 없다.
![12.jpg 12.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095211_8df7b73a7820f4aef47864f2a6c5fccf.jpg)
서양인으로서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키에르케고르,
파스칼, 스피노자, 러셀, 괴테, 톨스토이를 들고 싶다.
이들은 내가 살아 오면서 정신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분들이다.
모두 10여 명 정도다.
이분들의 사상적 영향을 받지 않았더라면
나는 정신적 공허(空虛)에 빠졌을 것이다.
![15.jpg 15.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095327_db3a17f7bcac837ecc1fe2bc630a5473.jpg)
나의 사상이나 인격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은 살아 있는
현실의 사람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만난 10여 명의
고인(古人)들이다
그러고 보면 산 사람보다도 죽은 사람의 힘이 더 크다.
이 20여 명의 존재가 나의 보배요, 나의 사랑이요,
의 재산이요, 나의 세계다.
이 20여 명의 존재가 나의 보배요, 나의 사랑이요
나의 재산이요, 나의 세계다
인생은 너와 나의 깊은 만남이다
만남처럼 소중한 것이 없고,
만남처럼 뜻깊은 것이 없다
만남이 우리의 인생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