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향기
흐드러지게 핀 밤꽃의 야릇한 향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화려한 모습과 달리 밤꽃의 비릿한 냄새는 묘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밤꽃의 냄새가 바로 남성의 정액 냄새를 닮았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는 밤꽃이 피면 부녀자들에게 바깥출입을 삼가도록 했고, 과부는 잠을 설친다는 이야기도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밤꽃이 실제로 풍기문란의 원인이라는 근거는 없다.
밤꽃의 비릿한 향기는 스퍼미딘과 스퍼민이라는 분자 때문이다. 라이신과 같은 아미노산이 분해되어 만들어지는 푸트레신과 카다베린이라는 분자도 관련이 있다. 스퍼미딘과 스퍼민은 메티오닌이라는 아미노산의 분해산물이 푸트레신과 결합되어 만들어진다. 밤꽃의 향기는 생물체를 살아 움직이도록 해주는 단백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밤꽃 향기를 만들어내는 분자들의 이름이 흥미롭다. 스퍼미딘과 스퍼민은 `sperm'(정액)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푸트레신은 `putrefy'(부패)에서 유래됐고, 카다베린은 `cadaver'(사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스퍼미딘과 스퍼민은 사람의 정액에서 처음 발견됐고, 푸트레신과 카다베린은 썩은 살코기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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