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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치마바위도 한 자락이 떨어졌다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12. 2. 23:27

★이제는 치마바위도 한 자락이 떨어졌다★


紅葉人王裳巖巍...홍엽인왕상암외 突兀岩峰一幅畵...돌올암봉일폭화 端敬愼妃落淚搖...단경신비낙루요 無力恐臣溺衆花...무력공신닉중화 울긋불굿 인왕산 치마바위 우뚝하고 돌올히 솟은 암봉들 정말 한 폭의 동양화 단경왕후 신씨 눈물로 오늘도 흔들어대지만 힘업는 왕 强臣들이 두려워 꽃들 속에 빠졌다네

 

11월 최갑수

 

저물 무렵 마루에 걸터 앉아

 

오래 전 읽다 놓아두었던 시집을

 

소리내어 읽어본다

 

십일월의 짧은 햇빛은

 

뭉툭하게 닳은 시집 모서리

 

그리운 것들

 

외로운 것들, 그리고 그 밖의

 

소리나지 않는 것들의 주변에서만

 

잠시 어룽거리다 사라지고

 

여리고 순진한

 

사과 속 같은 십일월의 바람은 또 불어와

치마바위

 

시 몇편을 슬렁슬렁 읽어 내리고는

 

슬그머니 뒤돌아서 간다

 

그 동안의 나는

 

누군가가 덮어두었던 오래된 시집

 

바람도 읽다만

 

사랑에 관한 그렇고 그런

 

서너 줄 시구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길을 걷다 무심코 주워 보는 낙엽처럼

 

삶에 관한 기타 등등이 아니었을까

 

시집을 덮고 고개를 들면

 

더 이상 그리워할 일도

정상 삿갓바위

 

사랑할 일도 한 점 남아 있지 않은

 

담담하기만 한 십일월의 하늘

 

시집 갈피 사이

 

갸웃이 얼굴을 내민 단풍잎 한 장이

 

오랜만에 만난 첫사랑처럼

 

낯설고 계면쩍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