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1.13 03:01 | 수정 : 2012.11.13 06:08
[한번 묵인한 不法, 이제 어떻게 막나]
해군기지·원전 반대자들 외국인 관광명소 대한문 옆에 불법 농성천막 추가로 설치
쌍용차 노조 천막시위 7개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옹호해 와
[철거 포기한 구청 "대선후보도 천막 옹호하니…"]
지난 4·5월 두 차례 철거했지만 쌍용노조 다시 세워
그 후 朴시장 철거반대… 市 중재안 "천막 1동만 허용"
노조, 협상 무시하고 2동 세워… 區는 여태껏 손 못대
이 4개 단체가 결성한 '함께 살자 농성촌 입주 주민과 친구들'은 12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문 앞에 '공동 농성촌'을 만들어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대한문 앞 농성촌은) 이 땅에서 쫓겨나고 내몰린 사람들의 연대의 장, 빼앗기고 억압당하는 이들의 공동 투쟁의 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문장 교대식이 열리는 덕수궁 대한문은 시민과 외국인의 관광 명소이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설치된 쌍용차 노조의 농성 천막 2동 옆에 천막 1동을 이날 더 설치했다. 또 앞으로 1동을 더 지어 15명 내외의 인원이 상주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대한문 앞 시위대의 불법 천막은 4개 동으로 늘어난다.
지난 4월과 5월 관할 중구청은 두 차례 쌍용차 농성 천막을 철거했다. 하지만 쌍용차 노조는 철거 인력이 철수한 뒤 다시 천막을 세웠다. 구청 관계자는 "경찰이 장소를 봉쇄하고 천막 설치를 막아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막 철거를 둘러싸고 충돌이 생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철거라는 방법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후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 대한문 앞 농성 천막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도 최근 농성 천막을 방문해 농성자들을 위로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일개 구청이 나서서 철거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 12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옆 보도에 추가로 설치한 농성 천막에 ‘No navy base on Jeju(제주 해군기지 반대)’란 현수막이 걸렸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2009년부터 해군기지 반대 시위를 벌여온 시위대가 내걸었다. 이 천막 옆에 지난 4월 설치된 쌍용차 농성 천막 2동이 보인다. 시위대는 여기에 천막 1동을 더 지어 이 지역을 ‘공동 농성촌’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뉴시스
대한문 앞 쌍용차 노조의 농성 천막이 처음 설치된 건 지난 4월. 중구청은 천막 설치 즉시 철거를 실시했다. 도로법에 따라 인도·차도에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대한문 앞에 설치된 천막은 모두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시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거반이 철수하자 쌍용차 노조는 천막을 다시 설치했다.
중구청은 지난 5월 24일 다시 철거에 나섰다. 당시 노조원들이 시너통에 불을 붙이려고 해 단속반이 소화기로 불을 끄는 등 경찰·공무원과 노조원들이 충돌하기도 했다. 이병목 중구청 가로정비팀장은 "대한문 앞은 외국인이 제일 많이 오는 문화재인데, 쌍용차 노조가 문화재 옆에 시너, 휘발유통 등 위험물을 갖다 놓고 집회를 하고 기거하고 있다"면서 "외국 사람이 그렇게 많이 오고 시민들이 다니는 곳을 3분의 2 이상 점유하고 불법행위를 하는 것은 법질서를 안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번째 철거 직후에도 쌍용차 노조는 천막을 다시 설치했다.
- 12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시위 단체들이 세워놓은 천막들 사이로 시민과 관광객이 지나가고 있다. 쌍용차 해고 근로자,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용산 참사, 반핵 관련 단체들은 이날 이곳에“농성촌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허영한 기자
이후 서울시는 5월 31일쯤 분향소 측과 협상안을 마련해 중구청에 그 의견을 물었다. 구체적인 서울시 제시안은 ▲일반 시민의 자유로운 보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통행로 상시 확보 ▲천막 1동은 묵시적으로 허용하되 추가 설치는 곤란 ▲플래카드는 과도하게 설치하지 않고 청결한 상태 유지 ▲직접 집회 및 시위에 활용되지 않는 물품 적치(積置) 지양 등이었다. 중구청은 이에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아 사실상 묵인한 게 됐다. 하지만 쌍용차 노조는 서울시의 협상안마저 무시하고 천막 2동을 그대로 유지했다.
서울시가 중재에 나선 것은 박원순 시장이 천막 철거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5월 24일 중구청의 천막 철거 직후 트위터를 통해 "파악해 보니 중구청이 서울시와 아무런 상의 없이 철거 조치했답니다. 구청장 권한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연구해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현재 단속 권한이 있는 중구청은 대한문 앞 농성 천막 철거를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천막 시위대를 옹호하는 데다 야당 국회의원에 대선 후보들까지 쌍용차 노조를 옹호하는 상황이라 당장 철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