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직장에서 송년이다 뭐다해서 자의반 타의반 술자리 역시 솔솔치 않다. 이런 자리나 모임에선 으레 `축사`나 `건배사`가 따른다. CEO들은 이때 쯤이면 어떤 건배사를 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남을 감동시키는, 또는 한번 멋지게 웃기는 건배사는 건배를 제창하는 사람의 인격과 지적 수준은 물론, 모임의 성격과 수준, 그리고 나머지 행사의 예고편으로서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아무렇게나 하면 되지 뭐` 하는 생각은 글쎄…, 이왕 할 건배사 제대로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전에 `건배사도 연설`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연설이기 때문에 내용과 맥락 등 구조가 있어야 하고 기본적으로 `KISS`(keep it simple and short)에 입각해 짧으면서도 효과적으로 모임 의미나 주제를 전달하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우선 건배 제의를 할 때는 잔을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지 말고 `자신의 눈높이` 정도까지만 올리는 것이 좋다. 특히 와인을 마실 때는 잔을 쳐다보지 말고 상대방 눈을 맞추는 게 기본이다. 적절한 표정과 눈을 부드럽게 맞추는 아이 콘택터(Eye Concact)는 모임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 준다. 건배사를 할 때 표정 또한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표정과 눈을 부드럽게, 그리고 입가엔 미소를 머금는 센스가 필요하다. 자, 건배 제창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젠 어떤 건배 제의가 좋을지 알아본다.
◇ 나가자 = `나라를 위하여, 가정을 위하여, 자신을 위하여`라는 뜻으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중요성를 강조할 때 사용한다. 혹은 `나가자 건`은 `나라를 위해, 가정을 위해, 자신을 위해 건강하자`라는 취지다. 제창자가 `나가자 건~`하고 운을 띄우면 `나가자 배(배를 채우자)~`하면 좋지 않을까?
◇ 나이야 가라 = 세월이 빨리 가는 걸 막자는 의미. 오랜만의 친구 동창의 모임이라면 제창자가 "나이야"라고 외치면 참석자들은 "가라!"라고 화답하면 된다. 서로에게 젊고 건강하게 살자는 맹세겸 덕담으로 사용할 때 요긴하게 쓰일 말.
◇ 진달래 =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라는 의미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강조할 때 흔히들 사용한다. 제창자가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해`라고 외치면 참석자들 역시 `진달래`하고 함성을 지르면 OK!.
◇ 사~ 당나귀 = `사랑하는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라는 뜻이라고 한다. 운치를 위해 `싸아~ 다앙 나 귀이`하고 외치는 것도 좋다.
◇ 개나리 = `개(계)급장 떼고 나이는 잊고, 리플렉스(Relax or Refresh) 하자`는 뜻으로 `권위나 위엄을 버리고 위 아래가 하나가 돼 편하게 즐겁게 기분을 전환하자는 건배사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 원더걸스 = 2007년 한 해를 달군 텔미 열풍의 가수그룹 이름이다.`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 과음하지 않고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가자는 취지로 사용해보자.
◇ 당신 멋져 =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며 살자라는 의미. 제창자가 "당신"하면 참석자들은 "멋져"라고 화답하면 된다.
◇ 마음을 훔치자(마음 도둑) = `고객의 마음을 훔치자`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고객이 갈망하는 욕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때 유용한 건배사.
◇ 구구 팔팔(9988)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자`라는 뜻. 장수가 무작정 축복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가 중요해진 것. 여기다 건강하게, 오래 살면 더 바랄게 없겠다. 지금까지 다들 바쁘게 달려서 지금까지 오셨다. 그 때문에 제대로 건강을 챙기지 못한 분들이 많을 텐데…. 하지만 이제부터는 무엇보다 건강부터 챙겨야 하겠다. 길어지고 있는 수명, 활기차고 건강하게 살아가자.그런 의미에서 아흔 아홉살 될 때까지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팔팔하게 살자는 뜻의 건배를 제안이라 할 수 있겠다.
◇ 일십백천만 = 하루에 한번 이상은 좋은 일을 하고, 10번 이상은 큰소리로 웃으며, 100자 이상 쓰고, 1000자 이상 읽으며 1만보 이상 걷자.
◇ 카르페 디엠(Carpe diem) = `현재를 즐기자(Seize the day)`는 뜻. 라틴어로 역경에 굴복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자는 삶의 자세를 강조. 카르페 디엠은 미국 유명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주인공 키팅 선생이 학생들 앞에서 자주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상일지라도 결코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즐겁고 긍정적인 자세로 살자는 뜻. "카르페" 하면 "디엠" 으로 화답.
◇ 메아 쿨파(Mea culpa) = `내 탓이오`란 뜻의 라틴어. 어떤 결과에 대해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보자는 의미로 사용. 가톨릭 신자들은 고백의 기도를 하면서 `메아 쿨파, 메아 쿨파, 메아 막시마 쿨파(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고 하면서 자기의 허물을 반성. 남을 탓하기보다 먼저 나를 돌아보며 자신을 더욱 성장시켜 나가자는 의미.
이 밖에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눕시다), 2차 술자석은 자제하고 귀가하자란 뜻으로 `초가집`(초지일관, 가자, 집으로)도 있다. 건배사도 Top(시간(Time), 상황(Occasion) 자리(Place))에 걸맞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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