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상용 새우의 치명적 매력
새우튀김, 새우수프, 새우버거, 새우찜, 새우탕, 새우깡….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년)’에는 매일같이 새우요리 얘기를 꺼내는 새우 마니아가 등장한다. 검프는 그 친구에게 영감을 받아 새우잡이 배 ‘제니(Jenny)’호를 타고 첫 번째 대박을 이뤄 낸다. 물론 지금까지 얘기한 새우는 모조리 식용을 말한다.
새우를 화제로 삼기 위해서는 일단 먹는 얘기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새우가 고급 식재료란 사실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갑각류 특유의 기묘한 생김새와 향긋한 바다 내음을 머금은 새우는 고단백 칼슘 덩어리다.
돌연변이 새우가 세계적 ‘스타’로
그렇지만 ‘관상용 새우’를 만나는 순간 이런 가치체계는 무용지물이 된다. 일단 해수가 아닌 민물새우란 점이 놀랍고 몸통을 둘러싼 알록달록한 무늬도 신기하기만 하다. 요즘에는 줄무늬 이외에 파란색과 노란색, 오렌지색 등 다양한 빛깔의 관상용 새우가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초심자들이 두 번째 놀라는 대목은 바로 ‘크기’다. 관상용이라고 해서 근사한 수염을 뽐내는 가재나 물속을 힘차게 헤엄치는 튼실한 갑각류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다 자란 관상용 새우의 크기는 2.5cm 내외로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길이에 불과하다. 어린 새우는 돋보기를 써야 겨우 무늬가 보일 정도다.
더불어 생존 기간이 2년이 못될 정도로 짧을 뿐만 아니라 수온이 20도 이하로 갑작스럽게 내려가거나 30도 가까이 치솟으면 금세 죽기도 한다. 그런데도 2만 명에 이르는 국내 새우 마니아들은 이들이 “귀엽고 깜찍하다”라며 열광한다. 도대체 관상용 새우에는 무슨 매력이 있는 것일까?
“일단 돈 얘기는 빼고 시작하시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쿠아가든 수족관의 김홍시 대표(34)는 “애완 새우를 논하면서 ‘환금성’은 언급하지 마라”라는 엄포를 놓은 후에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상당히 많은 이가 ‘돈벌이’ 욕심에 새우에 접근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실제 일본 야후에는 ‘비드’라는 관상용 새우 경매 게시판이 있다. 이곳은 관상용 새우의 전 세계 표준가격을 설정하는 장소로 통한다. 지금은 일본의 거래 가격을 기준 삼아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도 거래가 활발하다. 관상용 새우의 가격은 마리당 수천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를 정도로 천차만별이다.
현재 관상용 새우의 대명사로 불리는 ‘CRS (Crystal Red Shrimp)’는 1996년 일본에서 개발됐다. 스즈키라는 초밥 장인이 중국 남부지방 원산의 ‘벌새우(bee shrimp)’를 재미로 키우다 발견한 돌연변이가 그 시초다. 흰색과 빨간색이 섞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변종 새우는 이후 전 세계에 보급됐고, 거기서 다시 수많은 변종이 갈라져 나왔다.
신품종 나올 가능성 무궁무진
지난 4년간 새우에 몰두해 온 김 대표는 관상용 새우의 매력을 다섯 가지 정도로 정리한다.
첫째는 특출한 용모와 희귀성이다. 좋은 혈통의 관상용 새우는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최근에는 다양한 색의 새우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거기다 아직은 관상용 새우 사육의 역사가 짧아 상대적으로 희귀하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번식을 앞둔 새우가 마치 물속을 날아다니는 듯 추는 포란(抱卵)춤은 일반 어류 사육과 다른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두 번째 이유론 ‘독특한 이벤트’를 꼽을 수 있다. 한 세대가 대략 4개월에 불과한 새우는 빠른 성장만큼이나 잦은 허물벗기를 하는 생물이다. 허물벗기를 통해 자신의 고유한 빛깔을 강화해 나가는 모습이 흥미를 더한다. 애호가들로부터 “예쁜 곤충 같은 무늬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양말처럼 곱게 벗어놓은 허물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세 번째는 어항이란 하나의 생태를 경영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브리더(사육자)는 마치 신(神)과 같이 새우가 살아갈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해야 한다. 바닥재를 깔고 수초를 심은 후 물과 산소, 그리고 먹이의 양까지 조절해 줘야 하는 것이다. 새우는 예민한 생물이다. 새우를 키우려면 어항 안은 물론이고 밖의 환경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담배연기를 조심해야 하며, 파리나 모기를 잡는 살충제도 금물이다. 어항 주변에 무심코 뿌린 모기약 때문에 새우가 몰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매력으로는 브리더의 의지대로 교잡(交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생물교과서에 등장하는 ‘초파리 실험’과 무척 흡사하다는 후문이다. 새우 취미의 최대 재미로 꼽히는 교잡 작업은 브리더의 주관과 철학대로 새우 색깔을 뽑아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어항의 미세한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변종이 출현할 수도 있다는 의외성도 있다.
사육 역사가 오래된 관상용 열대어의 경우 최근에는 새로운 품종이 잘 나오지 않는다. 반면 새우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독특한 모양의 신품종 새우를 만들어 내려는 전 세계 마니아들은 지금도 도전 의식을 불태우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다양한 교잡종이 새로 보고되고 있으며 모양과 무늬가 고정된 신종은 새로운 이름이 붙은 채 인기리에 분양된다.
마지막 장점으론 ‘비즈니스 가능성’이 있다. 몸 색깔과 줄무늬 선명도가 관상용 새우의 ‘몸값’을 좌우하는데 낮은 등급이라고 해도 1마리에 5000∼2만 원이라는 고가에 거래될 정도다. 특히 새우는 번식력이 왕성하기 때문에 일부 노년층과 20대 청년층에게는 알짜 수익원이 되기도 한다.
새우 거래는 아직 정규 장터보다는 동호회원을 통한 직거래가 대부분이다. 가끔 일본 애호가들이 원정 구매를 오거나 국제우편을 통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특수한 종, 혹은 특이한 무늬가 있으면 값이 높아지는데, 이를 구별하는 뛰어난 감식안 자체가 애호가들의 최종 목표가 된다.
“관상용 새우를 기르는 취미가 일본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분재나 열대어 등에서 실력을 길러 온 노년층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새우 취미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경우가 많습니다.”(김 대표)
일부 전문가급 브리더는 직장 수입에 버금가는 소득을 거두기도 한다지만 아직까지 국내시장이 협소한 관계로 항구적인 수입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서울 성북구 동선동에서 필아쿠아를 운영하는 송대혁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새우 마니아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수익을 목표로 무리하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생명을 기르는 재미로 접근하는 편이 낫다”라고 충고했다.
:: 관상용 새우 기르기를 위한 팁 ::
○ 누구라도 일반 어항과 기포기 등을 활용해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단, 열대어와 함께 기르는 것은 무척 어렵다. 일부 어종과는 공생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물고기는 어린 새우를 먹이로 삼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 물을 너무 자주 갈아 줄 필요는 없지만 온도(20∼24도)를 유지하는 일은 다소 번거롭다. 겨울철에도 주의가 필요하지만 수온이 26도 이상 올라가는 더운 여름철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 새우 전용 먹이도 좋지만 마니아들은 유기농 시금치 등을 삶아 먹이기도 한다.
○ 새우는 약산성의 물을 좋아한다. 수초를 많이 넣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 무작정 값비싼 새우로 시작하기보다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으로 시작하는 편이 좋다.
○ 관상용 새우 커뮤니티(www.shrimpfarm.co.kr나 cafe.naver.com/choishrimp)를 통해 사육 정보를 익히는 학습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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