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사랑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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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霧津)에 가면/ 청랑 崔 光 林**
지금도
무진에 가면
그녀가 살고 있을까,
긴 머리를
자꾸만 안개에 씻어 내리며
무진을 송두리째 짊어지고
오늘도
탈출의 욕망을 꿈꾸는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까,
소금만 먹고 자란
갈대밭에서
목적도 없이 난자를 배설하며
포란(抱卵)의 음모에 익숙한
촌티 나는 여자가
갯벌을 서성이고 있을까,
진절머리 앓는 안개에
포로가 되어
심심해서 산다는
백치(白痴)같이 착한 여자
마음속이 이쁜 여자
안갯나루
그곳에 가면
정말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사랑의 풍경 /부는바람 정유찬
조용히 사랑해봐요
너무 소란하지 않아도
늘 가슴 깊이 소곤대는 사랑의 언어와
서로에게 향한 진실한 느낌은
무엇보다 강렬하게 영혼을 울릴 테니까요
사랑해요 조용하게
아무리 작은 말로 속삭여도
온 세상의 꽃과 나무와 풀과 하늘은
귀 기울여 듣고 있지요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됩니다
사랑은
세상에 꽃을 피우고
향기를 풍기고
태양을 빛나게 하며
별을 깜빡이게 한다고
그런다고
믿고 살지요
원앙 한 쌍에게 /만은 김종원
- 딸 지나 ' 사위 이락용 화촉지전에 부쳐 -
조국광복의 을유년을 다시 맞아
배달겨레의 얼을 기린 한글날에
어둠을 쫓아 밝히는 화촉
저 촛불처럼
나를 태워 너를 밝힐 때
행복은 샘물이어라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나니
봄에 부지런히 씨 뿌리고
여름에 땀 흘려 김맬 때
가을 들판은 감사로 물결치리
그냥 흘러가는 시간에는
첫눈에 가슴 적셨던 그 눈빛을 생각하고
고난이 닥칠 때마다
오늘 축복을 보낸 하객들과 어버이의
미소를 또 떠올려야 하리
서로 지붕이 되고 동행이 된 이제
비 맞지 않고 외롭지 않으리니
날마다 새롭게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
기도로 가꾸는 사랑의 나무를
거목으로 키워야 하리
ㅡ2005. 10. 09
사랑을 꿈꾸는 그대에게 / 시와 칼럼 정성태
그대가 사랑을 할 때
그대 삶은 단순하고
그대 생각은 조촐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만일 그대가
사랑의 현란함과 사랑의 작위만을 꿈꾼다면
그래서 그대 입술에서 나오는
무수한 말의 향연만을 즐기기 원한다면
그대 차라리 똑 같은 그대를 가공하는 게 옳으리.
그대가 사랑을 할 때에도
그대 뜻대로 사랑을 조종할 수 있다고 여긴다거나
또는 가르칠 수 있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면
그 때는 그대 스스로를 향해
단단한 올무 몇 개를 그대 안에 걸어두는 것이 되리니
그대 입술은 지극히 교활해지고
그대 마음은 철저히 굴절되고야 말리라.
사랑은 결코 번잡함과 사변이 아닌
그대 스스로의 구체적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깨끗하고 담백한 것들의 총아임을
그리하여 그대 스스로가 녹아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사랑의 염려가 지나쳐
그대 안의 서 푼도 안 되는 알량한 자존심이 시샘하게 되면
그대는 결코 사랑의 경이로움에는 이르지 못하리니
사랑은 도식이나 훈계가 아니며
그대가 정교하게 입력해 놓은 프로그램 또한 아닌 까닭이다.
가을사랑아, 너는 / 김윤진
가을이란 계절만으로도
쏟아지는 것이 있다
잊혀졌던 사람조차 고개를 내밀고
일상으로 다가와선
한복판에 터를 닦는 가을아
너의 이름으로 넘어지는
해마다 얄궂은 가슴앓이
후빌 곳이 어데 더 남았다고
이내 맘 절절매게 하는가
설핀 구석 그리움 흔드는
가을사랑아, 너는 누구니
너는 또 어느새
진을 치고
오두막을 지었구나
얼음조각(彫刻)/ 코스모스 양현주
창이 없다
낯선 사람들이 지나가며 힐끔거린다.
거울을 보니 색깔이 없다
한 평생 굽히고 다듬다 보니 살갗마저 하얀 무색이 되었다
꽃이 되고 별이 되고 싶은 언어들이 발부리에 차여 나오지 못하고 갇혔다
벽을 허물어 버리는 일은 쉽지 않아
낮은 데로 낮게 흘러도 잘 다듬어진 한 덩어리 어둠이었다
뜨거워질 수 없었던 가슴
비대해진 목마름이 햇볕에 쫓겨 떨고 있다
얼어붙은 가슴 속으로
해 맑은 웃음이 삶을 넘실거리며 뚝뚝 떨어진다
차가운 가슴팍에 불길이 닿자 물이 되어 흐른다
온전하게 녹지 않고는 바다로 갈수가 없다
범람하는 저 강물,
뽀얀 속살 드러내고 너에게 가고 있는 중이다
칫솔장수 아지매 / 칠암 서석조
산청읍의 사거리
농협앞의 보도위에
흰 옷의 한 아지메가 장날마다 나타나서
고품질
최첨단이란
칫솔을 판매한다
올때마다 똑 같아도 언제나 첨단이고
급박한 홍보기간은
끝날 날이 언제인지
오늘도 놓지지 말라며 샐쭉샐쭉 웃어댄다
아지메요! 덥심니더 좀 쉬었다 하이소!
장돌뱅이 선 머슴이 이윽히 농 걸어도
좌판을
쓰다듬으며
단호히 버텨낸다
코흘리개 초등생이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아,
배고프다며 안겨들 시간인데
저리도 냉엄할 줄은
어머니 외 그 누구랴
사랑의 자유 / 천강 최상고
한 밤중에도
문 열면 들려올 것 같은
님의 목소리를
나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나는 바람결에
어쩜 님의 애절한
향기를 맞는듯
감리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손 내밀면
잡힐 듯한 님이시여
그리운 생각으로 문득문득
가슴으로 밀려듭니다.
그러나 기다려야 한다는 마음에
어두운 밤도
외로운 밤도 깊지 아니하고
결코 두렵거나 비겁해 하진 않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은
진실로 나의 전부요
자유인 까닭입니다.
참 오랜만이란 생각이 듭니다 /宇程 정중화
빈 방에 홀로 누워
날 끌어안습니다
쓸쓸함도 오랜만이란 생각이 듭니다
내가 날 끌어안은 것이 오랜만인지
쓸쓸함이 오랜만인지
나도 헷갈립니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 하며
옳고 그름,
진실 혹은 거짓을 판가름해야 한다는
사실이 눈물겹습니다
불을 끄고 누운 천정에
가물가물한 얼굴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보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왜 그리운 것인지
자꾸 헷갈립니다
작정한 마음이라 그냥
끌어안고 놓지 않습니다
그리움도 참 오랜만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움 차(茶) / 美山 왕은범
한때는 널
주머니 속에 꼭 넣고 다니다가
조물락 조물락
손때 묻어 미워질까
머리 감기우고
내 손으로 목욕시켜
내 마음 한 켠
차(茶)처럼 재워두고는
오늘처럼 보고픈 날
살며시 꺼내 마시는 너
그리움 차(茶)
아주 고운 향기로
날 어지럽히는 너
그리움 차(茶)
그리움 하나 /치자향기
비웠어
너없는
의미 없던 하루.
내,
어줍잖은 시도
조각 조각 얼어붙으려나봐.
텅,
빈 의자엔 오슬오슬 찬비가내려
마음닫고
마음열고,
그립지 않노라 썼다가 지우고 다시,
그대,
그립노라.
그리움 하나.
ㅡ2005.12.26
당신이 그리운 날은 / 이복란
빛 부신 아침이오나
제 마음 외진 곳엔
석양빛 곱게 내려앉는 저녁입니다.
안식처를 찾지 못해 고뇌하는
가여운 영혼의
그림자를 밟고 선 시간
그리움의 살을 메기어 쏘아 올린 활촉이
더 이상 다가서지 못해
절망하며 되 돌아와 박히는
침상 위에 엎디운 저물녁,
물봉선화 여린 꽃잎 위에
님의 모습 겹쳐 수를 놓는
선홍의 수줍은
눈. 물. 방. 울 입니다.
ㅡ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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