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스승의 날’ 첫 제안한 강경여고 여학생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09. 5. 16. 11:46

'스승의 날’ 첫 제안한 강경여고 여학생 어디 있을까?

'스승의 날'을 첫 제안한 어린 제자는 40여 년이 지난 후 '사회의 스승'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지난 1963년 강경여고(현 강경고) 3학년 재학 당시 스승의 날 제정을 주도했던 윤석란(63·세레명 파트리시아) 수녀가 현재 충남 연기에서 수녀로 묵묵히 인간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본보 취재결과, 확인됐다.

윤석란 수녀는 지난 2006년 경북 안동의 모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전국에 화제를 모았다. 그런 윤석란 수녀가 지난해 고향 땅인 충남을 조용히 찾아 '섬기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윤 수녀는 1963년 '은사의 날' 제정을 제안하고 병석에 누워있는 은사들을 방문하며 '스승의 날'을 전국적 운동으로 확산시킨 인물이다. 아픈 선생님이 있으면 제자들이 함께 문병을 가고 손수건이나 우산 같은 작은 선물로 존경의 마음을 대신하자는 것이 윤 수녀의 제안이었다.

윤 수녀의 이런 노력은 이듬해인 1964년부터 전국 초·중·고에서 스승의 날 기념식을 치르게 했고 1982년에는 정부가 5월 15일을 공식기념일로 제정하게 했다.

이후 강경여고는 스승의 날 진원지이자 스승존경, 제자사랑의 표상으로 전국에 자리매김했다.

고교 졸업 후 대학과 사회에서 경험을 쌓던 윤 수녀는 '파트리시아'라는 세례명으로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토 수녀회에 들어간 뒤 나환자촌 환우들을 위한 봉사와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며 진정한 사회의 스승 역할을 했다. 이후 윤 수녀는 지난 2008년 2월 경북 안동 가톨릭 안동교구 용상성당에서 충남 연기군 전의면 신방리 천주교 대전교구 대전가톨릭대 산하 '정하상 교육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지역 가톨릭 신도들의 신앙심 심화를 위한 피정(避靜·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묵상과 침묵기도를 하는 종교적 수련)을 담당하고 있다.

윤 수녀는 이곳에서 연인원 3만여 명의 대전·충남지역 가톨릭 신도와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피정체험 등을 강의하고 있다. 이들의 '스승' 역할을 하고 있는 셈.

하지만 윤 수녀를 알고 지낸지 아주 오래된 몇몇 수녀들을 빼고는 그곳에서 1년 넘게 함께 생활한 신도와 직원들도 그가 스승의 날을 태동시킨 장본인 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 신도는 "가까이에서 1년 넘도록 함께 생활했지만 윤 수녀님이 스승의 날을 처음으로 제안했다는 사실은 이곳 신도들 모두 전혀 모르고 있었던 일이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스승의 날' 주역인 윤 수녀지만 정작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잠시 거처를 옮겨 세상의 관심을 피한다.

피정(避靜)센터장인 가브리엘 수녀는 "학창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스승에 대한 존경을 전하는 행사가 오래도록 변질되지 않고 훈훈한 정을 나누는 행사로 지속되길 바라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윤 수녀의 모교로 스승의 날 진원지인 강경고는 14일 제28회 스승의 날 행사가 열려 참다운 사도상을 다시금 되새겼다.

현재 윤 수녀의 5년 후배이자 18회 졸업생인 김경애 강경고 교장은 "우리 학교에서 처음으로 스승의 날이 시작됐다는 사실에 매우 큰 긍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교구의 한 신도는 "전국에서 관심을 받는 스승의 날 창안자지만 정작 자신을 내세우려하기보다 주위를 위해 기도에 들어가신 윤 수녀님이야 말로 진정한 스승의 모습이 무엇인지 깨달음을 선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