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대표님, "죄송합니다, 그러나…."
조갑제 대표님,
대표님을 신봉하는 <독립신문>이란 곳에서 대표님께 올린 저의 고언 "조갑제 씨, 감사합니다. 하지만…"이란 제하의 글을 "인천시 자문관, 우파인사 비하 글"이란 제목으로 힐난(7월 28일)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하면 로맨스고, 누가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연상시키려는 듯, 대표님이 사용하신 "정신적 독극물"이나 "정신착란증" 등과 같은 표현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하여 "철저한 비하적 표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비난하고 있더군요.
더욱이 <독립신문>은 제 글의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인천시 자문관, 우파인사 비하 글"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이를 보며 순간적으로 밀려드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도대체 그 무슨 의도입니까? 글과는 전혀 무관한 "인천시 자문관"을 갖다 대고 한는 것은…. 쯧쯧쯧, 그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더 더욱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독립신문의 이와 같은 모습을 보면 조 대표님도 혀를 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조 대표님, 주제넘습니다만, 제가 조 대표님을 대신해서 독립신문에 대해 한 마디 하고자 합니다;
저는 우리 사회의 "좌ㆍ우" 논쟁과 "보수ㆍ진보" 편 가르기에 누구보다도 매우 안타깝고 속상하게 생각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 망국의 "좌"와 "우", "보수" 와 "진보" 등으로 나눠서 따지기 전에, 우리 모두 다시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도록 하자구요. 우리가 사는 21세기 초엽의 지금 세계가 과연, "좌"와 "우" 등으로 편가르고 등지며,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일관하기에 적합한 시기라고 생각하십니까?
바로 어제(7월 28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는, 향후의 국제질서는 G2, 즉 미국과 중국이 주도적으로 그려나가게 될 것이라는 전세계를 향한 선포 아닌 선포가 있었습니다. 이는 이데올로기의 대립 각이 치열했던 1900년 중반에 이뤄진 이른바 "북한-중국-소련"의 북방 3각 동맹 가운데 중국이 미국의 패권지위에 더욱 바짝 다가서게 되었음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아울러 국제 정세가 이렇게 달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데올로기로 "좌"와 "우"로 편가르고 대립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에 불과하다는 것 또한 새삼 일깨워 주는 것이 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좌"와 "우"에 좌우되지 않고 국익을 향해 저만치 앞서서 달려가고 있는 지구촌의 이러한 21세기의 모습은, 아직도 20세기 이념 타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 적지 않은 경종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저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일컬어지는 미국-일본-중국 유학을 모두 거쳤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약 20여 국을 다니며 오늘날 지구촌의 모습을, 그 속에서 우리 국익 최대화를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지평 등에 대해 어렴풋하나마 느끼며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의 저의 고민과 연구에 대해 한 개인의 문제 제기 차원에서 "우수근式의 견해"에 대해 우리 사회에 피력하고자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저의 관점에서 제가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하나는, 우리는 "한-미-일 남방 3각 동맹" 못지 않게 한 동안 대립해 왔던 "북-중-소 북방 3각 동맹"에 대해서도 더욱 더 자세히 알고 이를 우리 국익 최대화를 위해 적극 활용하도록 힘쓰자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전통적인 자유민주주의 우방인 미국과 일본보다는, 대립 각을 세워왔던 중국이나 소련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더 잘 모르지 않습니까? 따라서 이데올로기로 양분되었던 과거와는 현저하게 달라진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입장에서 우리 국익 최대화를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해서도 좀 더 객관적이고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여 이해하고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과거와는 달리 중국 등은 국제사회에서 급부상하고 있으므로 더 더욱 주도면밀하게 다가서고 파악하는 가운데 그 속에서 우리 국익 최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들에 대해 더더욱 철두철미하게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도 제가 이 곳 중국 땅에 머물고 있는 것 역시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중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잘 몰랐고, 또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더 많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관점은 북한에 대해서도 동일합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친북 좌파" 나 "북한 추종세력" 이라는 용어를 '관성적'으로 쓰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 또한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금의 '저' 북한을 추종하고 따른답니까? 저토록 골치 아프고 어찌하기 쉽지 않은 독재 정권에 대해 온전한 정신을 지닌 사람이라면 과연 누가 흠모하고 추종한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저들과 피를 나눈 한 민족이며 통일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대하는 방법과는 달리 좀 더 많은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교제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겠지요. 쥐도 궁지에 몰리면 덤벼든다고 했지 않습니까.
이와 관련, 저는 우리가 북한과 대할 때는 건전한 상식과 이성을 지닌 사람이 지극히 이기적이고 안하무인에 무대포인 사람과 함께 지내야 하는 경우를 상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같은 무뢰한과 함께 지낸다는 것은 실로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미우나 고우나 그런 사람과 차마 멀리 할 수 없는 끊을 수 없는 악연에 있는 경우라면, 그 교제방법은 더더욱 힘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와 북한과의 관계, 그렇지 않습니까? 제 말이 지나친 억측이기만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상정 가능한 다양한 교제방법 가운데 자신들의 그것과 다르다고 해서 "친북 좌파" 나 "북한 추종세력" 이라고 편가르고 힐난하며 폄하한다는 것은, 과연….
다시 한번 밝히고 싶습니다. 저는 "좌"와 "우", 그리고 "보수"와 "진보"에 구애 받고 싶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구도에 대해서는 일절 관계도 하고 싶지 않고 전혀 관심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십 수년간 다양한 외국에서 생활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 우리 국익의 최대화를 위한 제 개인의 견해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의 외국에서의 경험과 고민에 비춰볼 때, "조갑제씨와 그네들"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든 부분, 아니 21세기 현재 우리의 국익에 오히려 위험하게 느껴지는 바 적지 않아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 왜 "조갑제씨와 그네들"만 가지고 그러냐고요? 그렇지 만도 않습니다. 조갑제 대표나 독립신문 등이 말하는, 이른바 "좌파"와 "진보"에서도 제가 생각하기에 현저히 우려되거나 위험한 주장 등이 나오면 주저 없이 소신껏 제 견해를 밝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저를 두고 굳히 시대에 뒤쳐진 한국식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며 편가르고 비난하는 망국의 구태의연한 대립 전선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을까요….
원컨대, 저의 생각을 트집잡지 말고 본질을 문제 삼아 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채 정립되지도 못한 제 개인의 '사상' 에 대해 운운하지 마시고, 제가 제시하는 내용을 보시고 그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반론 제시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저 또한 스스로에게 미진한 부분을 보충하여 다시 반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안타까운 소모전이 아니라, 그 속에서 우리의 나아갈 길에 대한 또 하나의 훌륭한 대안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우리의 근`현대사를 다시 한번 직시하십시오. "좌"와 "우"와 같은 편가르고 대립하기가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하며 우리의 발목을 잡아왔습니까? 그래도 "좌"와 "우"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습니까? 아니, 우리는 언제까지 "좌"와 "우"의 망령에서 헤매야 합니까? 전세계는 "좌"와 "우"의 장벽을 허문 채 오로지 국익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는데, 왜 우리만 거꾸로 가야 하는지 정말이지 너무나도 속상하기만 합니다.
조 대표님, 그리고 독립신문님,
이제 우리 모두 "좌"와 "우"의 망령에서 벗어나도록 힘을 모으도록 합시다. 시야를 한반도 밖으로 돌려 보십시오. "좌"와 "우"의 덫에 걸린 우리가 얼마나 뒤처지고 있는지를 보십시오.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좌"와 "우"의 굴레를 초월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좌"와 "우"의 족쇄를 뒤집어 씌우고, 구태의연한 소모전에 끌어들여야 합니까? "전후좌우"를 고려하며 국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조차도 "좌우"의 망령만 뒤집어 씌우려 한다면, 이것이 과연 조 대표와 독립신문이 목청껏 주장하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길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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