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파산 초읽기 몰린 쌍용차 진로는…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09. 7. 30. 13:27

파산 초읽기 몰린 쌍용차 진로는…

 

69일이 넘는 노조의 장기파업이 정상화를 모색했던 쌍용자동차를 결국 ‘파산’이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 자동차업계와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했을 때 법원의 파산 결정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쌍용차는 이미 구제가 어려운 상황으로 들어섰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쌍용차를 파산시킨 후 ‘굿 쌍용차’를 만들어 매각을 추진하자”는 협력업체들의 요구는 이런 배경에서 찾아진 대안으로 해석된다. 과거 대우자동차 역시 이 같은 방식을 통해 GM에 매각된 사례가 있다. 다만 최근 같은 자동차시장의 분위기에서 쌍용차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가 과제다.

◇쌍용차 왜 파산 위기에 몰렸나=쌍용차가 결국 파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데는 ▦대주주 상하이차의 무책임한 경영 ▦경영진의 전략 실패 ▦부실 처리 과정에서의 정부의 판단 착오 ▦오랜 기간 지속돼온 기형적인 노사관계 등에서 기인한다.

상하이차는 지난 2005년 쌍용차를 인수한 후 회사 경영 정상화에는 소홀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에 지급해야 할 기술개발부담금 1,200억원마저 뚜렷한 이유 없이 지급을 미뤘고
쌍용차 하이브리드 시스템 기술유출 의혹과 함께 결국 ‘먹튀 자본’ 논란만 남겼다.
고유가로 대형차들이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쌍용차 경영진 역시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등 경영전략 실패에 대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유가와 경기침체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대형 세단 시장이 위축되면서 이들 차량을 주로 판매하는 쌍용차는 2008년 판매량(8만2,405대)이 전년 대비 33.9%나 감소했다. 더욱이 올 상반기에는 파업 여파로 1만3,020대를 파는 데 그쳐 전년 대비 70.5%나 크게 하락했다.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생산성도 지금의 쌍용차로 전락하는 데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1인당 생산대수가 각각 29.6대, 34.9대인 데 반해 쌍용차는 11.3대에 불과하다.

특히 오랫동안 지속돼온 기형적 노사관계는 최근 69일간의 노조 불법점거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현장통제권한을 사실상 노조 집행부와 일부 대의원이 좌우하면서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회사의 경영권에 해당하는 생산 및 라인 운영이 불가능했다. 쌍용차 노조는 2000년 이후 지금껏 16차례나 파업을 벌였고 이에 따른 매출 손실은 약 1조원에 달한다.

특히 매년 급격한 판매 감소 상황이 지속되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도 노동조합은 지속적인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파업을 일삼아왔고 회사는 노조의 요구에 굴복해 회사의 경영상황과 관계없이 매년 임금인상을 해왔다.

◇‘굿 쌍용’을 통한 처리 가능성은=2000년 법원은 당시 법정관리에 있던 대우자동차 자산을 분리해 불량 자산을 처분할 ‘올드 컴퍼니’와 우량자산을 편입한 후 제3자에 매각할 ‘뉴 컴퍼니’로 나눴다. 이후 ‘뉴 컴퍼니’는 GM으로 매각돼 ‘GM대우’로 새롭게 출범했고 ‘올드 컴퍼니’는 아직도 ‘대우자동차’라는 이름으로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쌍용차 협력업체로 구성된 채권단이 “쌍용차의 파산과 ‘굿 쌍용차’ 설립”을 제안한 것은 대우차와 같은 방식으로 쌍용차를 처리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굿 쌍용차’에는 인력을 제외한 부동산ㆍ설비ㆍ특허권 등이 편입돼 인수를 희망하는 곳에 일괄 매각되며 채권단은 이 매각대금으로 채권을 회수하게 된다.

은행의 한 기업회생팀 관계자는 “법원의 파산 결정 여부와 관계없이 ‘굿 컴퍼니’ 설립과 제3자 매각이라는 방식은 쌍용차 처리방식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굿 쌍용’의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와 어느 정도의 가격에 매각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세계 자동차시장은 아직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 따라서 GM이 내놓은 오펠사브 등 현재 세계 자동차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완성차업체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대부분 중국 기업들뿐이다. 결국 중국 상하이차가 경영을 포기한 쌍용차의 인수자 찾기가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인수자를 찾는다고 해도 헐값에 인수하려 들 게 뻔하기 때문에 제3자 매각을 통한 쌍용차 처리 역시 수월한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