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불교계 항의받은 그녀의 누드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09. 11. 14. 00:12

불교계 항의받은 그녀의 누드

'벗겨진 전통'전 연 사진회화가 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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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겸 회화 이단(38).
미국의 '섹스 심볼' 매릴린 먼로는 할리우드를 가리켜 "키스는 한 번에 1000달러, 영혼은 3센트인 곳"이라고 칭했다. 먼로가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던 비결은 아름다운 몸. 사람들은 그의 영혼이 아닌 섹시한 겉모습에 그토록 열광했다.

사진작가 겸 화가 이단(38·본명 이단비)은 '몸'의 외형만 중시할 뿐 그 속에 담긴 영혼은 괄시하는 세태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스스로 옷을 벗고 작품에 녹아들어 '몸'으로 생명력 있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것. 서울 관훈동 갤러리 더 케이에서 "영혼을 담은 몸으로 세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작가 이단을 만났다.

'벗겨진 전통'이라는 주제로 열린 전시회에 들어서자마자 가로 160cm, 세로 180cm 의 파격적인 사진작품들이 눈에 띈다. 작품 '천년의 붓다(Millenary Buddha Painting,2009)'는 화려한 바디페인팅만 한 작가의 나체를 수십 장 오버랩해 불교 탱화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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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의 붓다(Millenary Buddha Painting)'

"왜 직접 누드를 찍었냐는 질문을 많이 하세요. 자기 작품에 실천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당연한 거고 영혼을 담은 육체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몸은 성스러운 동시에 속된 이미지를 갖고 있죠. 서른에 결혼해 1년 만에 이혼을 경험하면서 제 육체와 영혼, 삶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그게 작품에 녹아 난거죠."

이단은 최근 재결합하기까지 8년간을 홀로 지냈다고 했다. 그 동안 자신의 몸으로 고정관념, 관습, 이데올로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작업을 하며 고통을 이겨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작품을 소개하는 이단이지만 힘든 시간을 이겨내며 생긴 강단은 작품 속 무희 분장을 한 모습에서 강렬하게 풍겨져 나온다.

"중국 무희들은 긴 손톱에 화려한 분장을 하고 신께 예를 갖췄습니다. 작품에서 저도 무희가 돼 불상, 르네상스 회화, 그리스 신화에 녹아들어 경배를 표하는 동시에 모순적인 이미지를 연출한 거예요. 불교계에선 신성을 모독했다며 항의하기도 했지만 전 그저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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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량(Quantity of Matter, 2009'

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그는 작품 '질량(Quantity of Matter, 2009)'에서 자신의 누드와 불상을 포갰다. 이에 조계종이 문화재 훼손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 이단은 조계종에 드로잉부터 사진촬영, 포토샵 보정 등 작업과정에 대한 내용증명까지 보내며 '예술적 관점'을 고수했다.

"불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신성한 불상'처럼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살면서 성스럽고 세속적인 가치들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살펴보자, 이게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서정성은 집어 던지고 논리를 갖춰 나가고 싶다"는 이단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여는 '2009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에 선발돼 역량을 인정받은 신진작가다. 이단은 지난 11일 시작된 전시 '벗겨진 전통'으로 21일까지 관람객과 소통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