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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용 카메라의 대명사, ‘SLR’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4. 21. 09:51

 

필름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빛을 받아들여 이를 필름에 감광(빛을 쪼여 영상을 새김)시키는 방식으로 사진을 생성한다. 그리고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필름 대신 CCD(Charge Coupled Device)나 CMOS(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등의 이미지 센서(image sensor)를 사용한다는 것 외에 기본적인 원리 및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필름카메라를 생산하던 다수의 제조사들은 비교적 쉽게 디지털카메라 제조사로 변신을 할 수 있었는데, 이들은 기존의 설비와 노하우를 이용, 1990년대부터 다양한 종류의 디지털카메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PC 및 인터넷의 본격적인 보급과 함께 디지털카메라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과 맞물려 필름 카메라는 시장에서 급격히 사라지고 그 자리를 디지털카메라가 채우게 되었다. 사진을 PC에 저장하거나 인터넷으로 전송할 때 디지털카메라가 있으면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DSLR 카메라, 전문가용 SLR 카메라의 디지털 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초까지 필름카메라를 고수하던 소비자들도 상당수였다. 특히 사진작가나 촬영기자와 같이 사진 촬영을 주업으로 하는 전문가들 중에 이러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편리함보다는 고화질이나 다양한 연출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SLR(Single Lens Reflex, 일안 반사식)’이라고 하는 고가의 전문가용 카메라를 선호했다.

 

 

전문가용 카메라의 대명사, ‘SLR’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영상을 촬영자가 정확히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렌즈 안쪽의 바로 맞은편에 뷰파인더(사진을 찍을 때 눈을 대는 부분)를 배치하는 것이 최적이다. 이렇게 하면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곧장 촬영자의 눈에 전달되기 때문에 100% 정확하게 촬영 대상을 볼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하면 필름에 빛이 전달되지 않아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컴팩트(소형) 카메라들은 렌즈 안쪽의 바로 맞은편에 필름을 배치하여 촬영이 가능하게 한 뒤, 이보다 약간 위쪽에 뷰파인더를 뚫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다만, 이렇게 하면 렌즈를 통해 필름에 맺히는 영상과 뷰파인더를 통해 보는 영상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고 거리나 각도, 밝기에 차이가 나게 되므로 촬영자가 원하는 사진을 찍지 못할 수도 있다.

 

컴팩트 카메라(A)와 SLR 카메라(B)의 내부 구조 - ①렌즈 ②필름(디지털카메라의 경우 이미지센서) ③LCD(디지털카메라) ④뷰파인더 ⑤거울 ⑥셔터
⑦펜타프리즘 - 가장 큰 차이점은 뷰파인더로 렌즈의 영상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출처 : (cc) Shigeru23 at Wikipedia>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SLR 카메라다. SLR 카메라는 렌즈와 필름 사이에 거울을 배치하여 렌즈를 통해 들어온 영상을 상단의 펜타프리즘(오각형의 프리즘) 방향으로 반사시킨 뒤 뷰파인더에 정확히 맺히게 한다. 따라서 렌즈에 들어오는 영상과 뷰파인더로 보는 영상에 차이가 없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셔터를 누르면 거울이 순간적으로 자리를 비켜 빛이 필름에 닿게 함으로써 사진이 찍히게 된다.

 

SLR 카메라는 컴팩트 카메라에 비해 내부 장치가 많이 들어가므로 본체가 커질 수 밖에 없고 가격도 비싸진다. 하지만 그만큼 다른 카메라에서는 크기의 제약으로 넣지 못하는 다양한 기능을 부여할 수 있고 화질 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SLR 카메라는 전문가용 카메라의 대명사가 되었다.

 

SLR 카메라와 그를 이은 DSLR 카메라는 렌즈의 교환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용 카메라라면 카메라 본체(바디)뿐만 아니라 렌즈도 중요하다. 카메라에 장착된 렌즈의 종류에 따라 촬영 가능한 거리 및 폭(화각), 그리고 사진의 밝기 등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전문가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찍어야 하므로 경우에 따라 다른 렌즈를 사용해 촬영을 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전문가용을 지향하는 SLR 카메라는 렌즈 교환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Digital + SLR = DSLR!

1990년대부터 디지털카메라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당시의 디지털카메라들은 화질 및 기능보다는 편의성에 치중한 컴팩트 카메라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수요를 이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카메라의 대세가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것은 거스를 수 없었으며 카메라 제조사들 역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SLR 카메라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바로 디지털 방식으로 촬영하는 SLR 카메라, 통칭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 카메라다.

 

1991년에 출시된 ‘코닥 DSC 100’은 필름 SLR 카메라에 디지털 장치를 추가한 과도기적 DSLR 카메라였다

1999년에 출시된 니콘 ‘D1’은 본격적인 DSLR 카메라의 시초로 평가된다

 

 

DSLR 카메라의 개발 초기에는 노하우 및 기술이 부족해서 완전한 형태의 DSLR 카메라가 나오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이 1991년에 코닥(Kodak)사에서 내놓은  ‘DSC 100’이다. 이는 기존의 필름 방식 SLR 카메라(니콘 F3)에 디지털 방식의 이미지 센서 및 저장용 메모리가 들어 있는 추가 장치를 부착한 형태였다. 이렇게 기존 SLR 카메라로 디지털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는 추가 장치를 디지털 카메라 백(Digital camera back), 혹은 디지털 백이라고 하며 완전한 형태의 DSLR 카메라가 나오기 전까지 쓰인 과도기적인 제품으로 평가된다.

 

최초의 현대적인 DSLR 카메라는 일본 니콘(Nikon)사에서 1999년에 내놓은 ‘D1’이다. 니콘 D1은 270만 화소의 CCD로 촬영을 하고 컴팩트플래시(Compact Flash)방식의 메모리카드로 영상 데이터를 저장하는 완전한 형태의 디지털카메라였으며, ‘니콘 F 마운트’ 규격 렌즈의 장착과 교환이 가능해 기존의 SLR 카메라와 다름 없는 감각으로 사용이 가능했다. 이후 니콘의 뒤를 이어 후지필름, 캐논, 미놀타 등이 연이어 DSLR 카메라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DSLR 카메라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바디와 렌즈의 궁합을 결정하는 첫 번째 조건, 마운트

앞서 설명한 것처럼 DSLR 카메라는 기존 SLR 카메라와 유사한 구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렌즈 역시 기존 SLR 카메라용과 호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카메라 바디와 렌즈를 연결하는 부분인 마운트(mount) 규격에 따라 장착이 가능한 렌즈의 종류도 달라지는데, 카메라 제조사마다 고유의 마운트 규격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니콘은 ‘F 마운트’, 캐논은 ‘EF/EF-s 마운트’, 소니는 ‘알파 마운트’를 사용하며 올림푸스 및 파나소닉은 ‘포서드’라고 하는 연합 규격의 마운트를 채용하고 있다.

 

다만 바디와 렌즈의 마운트 규격만 같다고 하여 결합 시 100% 기능 호환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니콘 F마운트 규격의 바디에 내장된 모터는 AF(Auto Focus: 자동 초점 잡기) 기능을 위한 것이다. 촬영 시에 셔터를 얕게 누르면(반 셔터라고 한다) 렌즈에서 지잉~ 하는 소리가 나면서 촬영 대상을 중심으로 초점이 잡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AF 기능이다.

 

그런데 최근 니콘에서는 모터가 내장되지 않은 바디를 생산하기도 한다. 이러한 바디에서 AF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터가 내장된 신형 렌즈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모터가 내장되지 않은 바디에 역시 모터가 없는 구형 렌즈를 장착하면 AF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서 자용자가 직접 렌즈의 링을 돌리며 초점을 맞추며 촬영을 해야 한다. 구매시 유의할 점이다.


바디와 렌즈의 호환성을 결정하는 첫 번째 조건은 마운트(mount)의 규격이다

 

 

크롭 바디? 풀 프레임 바디?

모터의 유무 외에 이미지센서(CCD나 CMOS)의 크기에 따라서도 렌즈와 바디의 궁합이 달라진다. 본래 SLR 카메라는 35mm 너비의 필름을 주로 사용했다. 따라서 SLR 카메라의 구조를 기반으로 한 DSLR 역시 같은 35mm 너비의 이미지센서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 센서는 크기가 커질수록 생산 과정이 복잡해지고 단가도 크게 상승한다. 더욱이 큰 이미지센서를 사용하면 카메라의 전반적인 크기가 커지는 단점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시중의 DSLR 카메라 중에는 35mm보다 작은 크기의 이미지센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35mm 보다 작은 이미지센서를 내장한 DSLR 바디를 ‘크롭(crop: 잘라냄) 바디’라고 하며, 이와 반대로 필름과 동일한 35mm 너비의 이미지센서를 내장한 DSLR 바디는 ‘풀 프레임(Full Frame) 바디’라고 한다.

 

풀 프레임 바디는 크롭 바디에 비해 종류가 적고 가격도 비싸며 크기도 크다. 하지만 이미지센서 상의 빛이 닿는 범위가 넓으므로 같은 화소라도 크롭 바디에 비해 정교하고 깨끗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초점 거리에서 찍더라도 크롭 바디에 비해 넓은 범위의 풍경을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특징도 있다. 이는 산 꼭대기나 좁은 방 같이 이동 범위가 제한된 공간에서 넓은 범위의 사진을 찍고자 할 때 유리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시중에는 같은 마운트 규격이라도 크롭 바디용 렌즈와 풀 프레임용 바디용 렌즈가 따로 판매되고 있다. 크롭 바디용 렌즈는 이미지센서의 크기가 작은 크롭 바디의 특성에 알맞게 촬영 범위가 좁게 설계되었다. 반면, 풀 프레임 바디용 렌즈는 촬영 범위가 훨씬 넓다. 때문에 풀 프레임 바디에 크롭 바디용 렌즈를 장착한 상태에서 초점 거리를 짧게 하고 촬영을 하면 사진 주변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거나 검은 테두리가 생기는 비네팅(vignetting)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참고로 위와 반대로 크롭 바디에 풀 프레임 바디용 렌즈를 장착할 때는 비네팅 현상 없이 정상적인 촬영이 가능하다.

 

풀 프레임 바디는 크롭 바디에 비해 촬영 범위가 넓기 때문에 크롭 바디용 렌즈를 사용하면 사진 주변이 어두워지는 비네팅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DSLR 카메라의 미래

2000년대에 들어서며 컴팩트 카메라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휴대폰 내장 카메라의 성능도 점차 향상되면서 전반적인 디지털카메라의 판매량은 점차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5년을 전후한 DSLR 카메라 시장의 확대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카메라 제조사들의 노력에 의한 바가 크다. 다만, 최근 컴팩트 카메라의 편의성과 DSLR 카메라의 기능을 조화시킨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가 대거 등장하면서 DSLR 카메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이 확대되면서 DSLR 카메라의 시장이 일정부분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디지털 카메라의 가장 높은 단계에는 언제나 DSLR 카메라가 위치하고 있을 것이라는 견해에는 거의 이견이 나오지 않는다. 소형차가 중형차가 아무리 인기를 끌더라도 대형차 시장이 언제나 일정 부분을 유지하는 것처럼, 오로지 고성능과 고화질만을 추구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DSLR 카메라는 꾸준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우 / IT동아 기자 
현재 IT 전문 저널인 ‘IT동아(http://it.donga.com)’의 PC 부문 전문 기자로 근무하고 있으며, ‘컴맹 퇴치’를 위한 강의형 기사 집필에 힘을 기울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