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가장 안전한 차는
국토해양부가 매년 완성차업체의 안전한 자동차 제작을 유도하기 위해 실시하는 안전도 평가가 1999년 최초로 시작된 이래 벌써 10년을 넘어섰다. 매경이코노미는 창간 32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12개 국내외 완성차업체 86개 차량을 대상으로 국토해양부가 실시한 평가 결과를 종합 집계해 지난 10여년 동안 가장 안전한 차량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본다.
정면충돌 안전성
에쿠스·체어맨·어코드 최고
↑ 젖은 노면 제동거리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현대차 아반떼.<br>보행자 안전성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기아차 스포티지.
↑ 좌석 안전성 평가에서 1위를 기록한 한국GM 라세티.<br>마른 노면 제동거리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아우디 A6.
↑ 측면충돌 안전성 평가에서 공동1위를 차지한 벤츠 E220 CDI.
↑ 정면충돌 안전성 평가에서 공동 1위를 기록한 쌍용차 체어맨W.<br>정면충돌 안전성과 부분정면충돌 안전성에서 1위를 기록한 혼다의 어코드.
↑ 정면충돌 안전성 평가에서 공동 1위를 기록한 현대차 에쿠스.
정면충돌 안전성은 시속 56㎞/h의 속도로 차량을 콘크리트 벽에 정면충돌시켜 평가한다. 이때 운전자석과 조수석에 탑재한 인체모형에 가해지는 머리와 흉부의 충격량을 센서로 측정한다. 반대 방향으로부터 시속 56㎞/h로 달려오는 같은 종류의 자동차와 정면충돌한 경우와 동일한 상황을 재현한 실험이다.매경이코노미가 지난 10여년 동안 국토해양부에서 실시한 안전도 평가 결과를 취합해 다시 정렬한 결과, 정면충돌과 부분정면충돌에서 모두 최고 등급(★★★★★)을 받은 차종은 8개였다. 기아차가 3개의 차량을 배출해 업체별 1위를 기록했고, 현대차가 2개의 차량을 배출했다. 쌍용차, 한국GM, 혼다도 각각 1개의 최고 등급 차량을 냈다.
탑승자들이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가장 낮은 차종은 에쿠스와 체어맨W가 공동으로 1위였다. 에쿠스 VS380 럭셔리 모델과 체어맨W CW600 럭셔리 모델을 대상으로 한 정면충돌 안전성 실험에서 두 차량 모두 운전자석과 전방탑승자석 탑승자가 중상을 입을 가능성은 7%로 나타났다.
보다 세부적으로 보면, 에쿠스의 경우 운전자석 탑승자의 머리에 중상 이상의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1.7%에 불과해 극히 낮았다. 체어맨W는 2.1%로 역시 낮은 편이었다. 이에 비해 운전자가 흉부에 중상 이상의 상해를 입을 가능성은 체어맨W가 5.4%, 에쿠스가 5.8%로 체어맨W가 조금 더 안전했다.
전방탑승자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탑승자의 머리에 중상 이상의 상해를 입을 가능성은 에쿠스가1.5%, 체어맨W가 1.6%로 에쿠스가 상대적으로 좋았다. 흉부에 중상 이상의 상해를 입을 가능성은 체어맨W가 5.1%, 에쿠스가 5.4%로 이번에는 체어맨W가 보다 좋았다.
에쿠스와 체어맨W에 이어 혼다 어코드도 정면충돌 안전성이 가장 높은 차량 중 하나였다. 에쿠스, 체어맨W와 마찬가지로 충돌 시점에서 좌측과 우측 문은 열리지 않았으며 충돌 후 탑승자를 구출하기 위한 문은 쉽게 열렸고 연료는 새지 않았다. 특히 어코드는 운전자석 머리에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불과 1.1%에 그쳤다. 시속 56~64㎞/h로 정면충돌하더라도 운전자가 머리에 큰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1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운전자가 흉부에 중상 이상의 상해를 입을 가능성은 6.6%로 에쿠스, 체어맨W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전방탑승자석 안전성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방탑승자가 복합상해를 입을 가능성은 6%로, 에쿠스, 체어맨W의 7%보다 1%가 낮았다. 충돌 후 전방탑승자석 인체모형에 가해진 충격이 가장 미미했으며, 전방탑승자석 인체모형 우측 대퇴부에 가해진 압축하중은 1.78kN에 불과했다.
참고로 1N은 질량이 1kg인 물체에 작용해 1m/sec²의 가속도를 생기게 하는 힘이다.
부분정면충돌에서는 혼다 어코드가 최고 결과를 기록했다. 부분정면충돌 안정성은 시속 64㎞/h의 속도로 달리는 차량을 특정 물체와 충돌시켜 평가한다. 이때 특정 물체와 접하는 차량 면적은 차량 앞부분 면적의 약 40% 정도기 때문에 '40% 부분정면충돌'로 불린다.
혼다 어코드는 부분정면충돌 결과 종합점수 30.9점으로 정면충돌 최고 등급을 기록한 차 중 1위를 기록했고, 체어맨W가 30.4점으로 2위였다. 쏘렌토, 쏘울, 라세티가 각각 29점대를 기록하며 나란히 3~5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혼다 어코드는 운전자석 머리, 상부다리와 전방탑승자석 머리, 상부다리 등 4개 부문에서 각각 4점 만점을 기록해 운전자석과 전방탑승자석을 막론하고 탑승자의 머리와 상부다리가 가장 안전한 차로 꼽혔다. 조수석 탑승자의 종합 상해 점수만 봐도 15.7점으로 혼다 어코드가 가장 안전했다.
운전석 부문만 봤을 때는 한국GM의 라세티가 가장 안전했다. 상해점수는 15.6점으로, 어코드와 체어맨W의 15.2점을 0.4점 넘어섰다. 역시 운전자석 머리와 상부다리 부문에서 4점 만점을 기록했다.
측면충돌 안전성
벤츠 2개 차량 '만점'
측면충돌 안전성은 일반 승용차의 전면부 형상을 갖춘 이동식 벽을 시속 55㎞/h의 속도로 달리는 차량의 왼편에 수직으로 충돌시켜 평가한다.
이동식 벽은 충격흡수재인 알루미늄 하니콤을 충돌부분 전면에 부착하며, 운전자석 인체모형의 머리와 흉부, 복부, 치골에 가해지는 충격량을 센서로 측정해 안전도를 평가한다. 기둥측면충돌 안전성 평가는 운전자석 인체모형의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량을 측정하기 위해 이뤄진다. 29㎞/h의 속도로 달리는 차량을 고정벽 앞면에 장착된 기둥형상의 구조물에 충돌시켜 머리에 받게 되는 충격량을 센서로 측정한다. 측면충돌 안전성 평가의 경우 이동식 벽이 움직여 달리는 차량과 충돌한다면, 기둥측면충돌 안전성 평가는 차량이 옆으로 움직여 기둥과 충돌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측면충돌 안전성 평가 결과 16점 만점을 기록한 차량은 모두 5개였다. 메르세데스-벤츠가 C200K와 E220 CDI 등 만점 차량을 2개나 배출했다. 현대차 제네시스, 기아차 K7, 렉서스 ES350 등 3개 차량도 벤츠와 함께 16점 만점으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16점은 운전석 인체모형의 머리, 흉부, 복부, 치골 등 4개 분야에서 모두 상해점수가 4점 만점일 경우에만 나올 수 있는 가장 높은 점수다.
벤츠 C클래스와 E클래스는 만점을 기록하며 단일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2개 차량 만점을 배출했다. 국토해양부가 C200K를 대상으로 2009년, E220 CDI를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했던 측면충돌 안전성 평가에서 벤츠의 2개 차종은 이동벽과 측면으로 충돌했을 때 승객에 대한 보호성능 측면에어백이 장착된 앞좌석 안전도가 16점을 기록했다. 충돌 시점에서 우측 문은 열리지 않았으며 충돌 후 탑승자를 구출하기 위한 우측 문은 쉽게 열렸고 연료도 새지 않았다. 이는 렉서스 ES350도 마찬가지였다.
국산차 중에서는 제네시스와 K7이 벤츠, 렉서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는 미국 고속도로안전협회(NHTSA)의 충돌테스트에서도 측면충돌평가 최고 등급(★★★★★)을 기록한 적이 있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어떤 부분에서 충돌하더라도 충돌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하기 위해 첨단 안전 설계를 도입하고 전 모델에 8개의 에어백을 기본 장착해 탑승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K7은 지난해 연말 국토해양부가 2009년 하반기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출시된 차종을 대상으로 한 차량 안전도 평가에서 종합점수 53.7점(54점 만점)을 받아 '올해의 가장 안전한 차'로 뽑힌 바 있다. 올해의 안전한 차로 선정되려면 측면충돌뿐 아니라 정면, 부분정면, 좌석충돌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고 종합점수가 50점을 넘어야 한다.
좌석과 보행자 안전성
한국GM·기아차 안전해
반면 역대 측면충돌 안전성 평가에서 최저점을 기록한 차량은 한국GM(당시 GM대우)이 2003년 출시한 라세티였다. 라세티는 당시 종합점수 6.26점에 그쳐 10여년 동안 국토해양부가 실시한 측면충돌안전성 평가에서 최저점을 기록했다. 특히 흉부 0.32점, 복부 0.53점에 그쳐 차량 측면충돌 시 운전자의 가슴과 배 부분에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한국GM은 2009년 라세티를 새로 출시하며 측면충돌 안전성을 13.96점으로 대폭 끌어올려 최고 등급(★★★★★)을 기록했다. 측면충돌 안전성 평가에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점수를 받았던 차량은 기아차 옵티마 리갈이었다. 특히 옵티마 리갈은 당시 인체부위별 상해점수에서 복부 부문 0점을 맞아 논란이 됐었다. 옵티마 리갈은 현재 단종된 차량이다.
좌석 안전성 평가는 차량 뒤편에서 다른 차량이 후방충돌할 경우 탑승자에게 가해지는 충격도를 평가하는 실험이다. 후방충돌하는 차량은 16㎞/h의 속도로 달려와 충돌한다. 탑승자의 목 상해를 방지할 수 있는 좌석, 머리지지대의 기능을 평가한다.
운전석과 조수석 등으로 구분되는 좌석 안전성 평가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모두 최고 등급(★★★★★)을 기록한 차량은 한국GM의 라세티, 르노삼성차의 QM5, 현대차의 베라크루즈, 기아차의 포르테 등 총 4개였다. 1위를 기록한 한국GM의 라세티는 특히 운전자석 안전도가 10점 만점에 9.3점으로 압도적이었다. 라세티의 좌석 안전성 평가 총점은 20점 만점에 18점이다. 이에 비해 전방탑승자석 안전성은 8.7점으로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같은 최고 등급을 기록한 2~4위 차량의 안전성(8.8점)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좌석 안전성 평가 2위는 17.7점을 기록한 르노삼성차의 QM5다. 운전자석 8.9점, 전방탑승자석 8.8점을 기록했다. 3위인 현대차 베라크루즈의 좌석 안전성은 17.4점, 4위 기아차 포르테의 좌석 안전성은 16.9점이었다.
보행자 안전성 평가는 차량이 외부 보행자와 충돌할 경우 보행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의 정도를 평가하는 실험이다. 머리 충격과 다리 충격 등 두 가지 실험으로 이뤄지며, 머리 충격은 어린이 모형과 성인 모형으로 나눠 실험이 진행된다. 보행자 안전성 평가는 비교적 최근인 4년 전에 시작됐으며, 올해까지 총 35개 차종이 평가를 받았다. 이 중 지금까지 최고 등급인 별 4개(★★★★)를 기록한 차종은 기아차의 스포티지와 한국GM의 마티즈 등 2개 차종이었다. 별 4개는 30점 만점에 최소 19점 이상 24점 이하의 점수를 맞을 경우 주어지는 등급이다.
윤용원 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자동차가 보행자를 치면 보행자의 다리와 범퍼가 접촉하고, 사람 몸이 활처럼 휘어지면서 옆구리, 어깨, 머리가 충격을 받는다. 이때 머리와 다리 센서에 가해지는 충격을 상해지수로 점수화한다. 여기서 마티즈와 스포티지가 받은 별 4개 등급은 머리와 다리를 합쳐서 충격이 상대적으로 다른 차에 비해서 낮지만, 절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별 5개의 최고 등급이 돼야 절대적으로 보행자가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동 안전성
아우디 A6·BMW 528i 우수
제동 안전성은 폭 3.5m의 직선 아스팔트에서 100㎞/h의 속도로 달리다가 급제동을 할 때 제동거리를 측정하는 시험이다. 이때 차량은 모두 ABS(Anti-lock Brake System) 장치를 갖춘 차량이며, 노면은 젖은 노면과 마른 노면 등 두 가지 상황에서 실험이 진행된다. 급제동 제동거리는 제동페달을 밟았을 때부터 자동차가 정지될 때까지의 이동거리를 측정한다.
전체 86개 차량 중 마른 노면에서 제동거리가 가장 짧은 차량은 아우디의 A6였다. 아우디 A6는 마른 노면에서 제동거리가 38.6m에 불과했다. 아우디 A6는 평소에는 앞바퀴와 뒷바퀴에 각각 40 대 60으로 동력을 배분하다가, 노면이나 교통 상황에 따라 15 대 85 또는 65 대 35로 동력을 나눠서 배분하기 때문에 눈길이나 곡선길에서 주행의 안전성이 높다. 제동거리도 짧아 눈에 강한 자동차로 불린다. 실제로 아우디는 지난 2005년 37.5도 경사에 눈까지 덮인 피카보리 스키 점프대를 A6 4.2 모델이 거슬러 올라가는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2위는 BMW의 528i가 차지했다. BMW 528i의 제동거리는 39.8m로 제동 안전성이 높아 86개 차량 중 2위를 차지했다. BMW코리아는 "BMW 5시리즈는 BMW가 특허를 낸 경량 브레이크를 사용해 안전성을 조절할 수 있는 브레이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승해본 경험에 비춰 봐도 BMW 528i의 제동력은 뛰어났다. 고속 주행 중 브레이킹을 시도해도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멈췄다.
상위권에는 현대자동차 차량들이 대거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제네시스 쿠페는 마른 노면 제동거리 40.1m로 3위를 차지했고, 공동 4위도 현대차의 아반떼(제동거리 41.5m)가 차지했으며, 6위는 클릭(제동거리 41.7m)이 이름을 올렸다. 제동거리 42.3m를 기록한 제네시스도 8위였다.
젖은 노면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제동거리가 가장 짧았다. 아반떼의 젖은 노면 제동거리는 42.6m로 86개 차량 중 1위였다. 참고로 42.6m는 마른 노면에서 13번째로 제동거리가 짧은 쏘렌토의 마른 노면 제동거리와 같은 수치다. 그만큼 아반떼의 젖은 노면 제동거리가 훌륭한 수준이라는 말과 같다.
전체적으로 마른 노면 제동거리가 짧은 기업이 젖은 노면 제동거리에서도 상위권을 독식했다. 2위는 마른 노면 제동거리 1위인 아우디 A6가 차지했다. A6는 제동거리 측면에서 가장 훌륭한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라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3위는 마른 노면 제동거리 3위인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가, 4위는 마른 노면 제동거리 2위인 BMW 528i가 차지했다.
기아자동차의 차량들도 젖은 노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제동거리가 짧았다. 기아차 스포티지는 젖은 노면 제동거리 43.5m로 5위, K5는 젖은 노면 제동거리 43.7m로 6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두 차량의 마른 노면 제동거리는 스포티지가 42.5m로 11위, K5가 43.3m로 15위다.
이 밖에 마른 노면에서 제동 안전성이 좋지 않은 차량은 기아차 봉고Ⅲ(49.7m), 쌍용차 카이런(49.4m),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47.5m) 순이었고, 젖은 노면에서 제동 안전성이 좋지 않은 차량은 기아차 뉴스펙트라(57.3m), 기아차 봉고Ⅲ(57.2m), 쌍용차 =카이런(56.8m) 순이었다.
김성석 교통안전공단 주행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제동을 할 때 차량이 안정하게 멈춘다면 제동거리가 짧을수록 좋지만, 제동거리가 짧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차량이 멈출 때 안정하게 멈추는지 여부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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