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색깔에 관하여...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11. 26. 18:01

이명박 대통령, 색깔이 달라졌다…왜?
  


발리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만찬에 이명박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전통 옷인 바틱 차림으로 등장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바틱과는 색이 달랐다. 주최국이 제시하는 여러 색상 중 각자 고르는 것이 관례다.

2009년 싱가포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빨간 옷을 택했다. 이후 2년 만인 이번 인도네시아에서는 붉은색이 ‘노랑+초록’으로 바뀌었다.

빨강은 가장 따뜻한 컬러다. 생명과 활력, 열정의 상징이다. 외향적, 사교적인 사람이 좋아한다. 용감하고 역동적인 인상을 주고 싶을 때도 주효하다. 분노, 위험 따위의 부정적 의미도 들어 있다. 전쟁 신 마르스의 별인 화성의 고유색이기도 하다. 동시에 생존의 빛이다. 공포와 욕망을 보호받으려 할 때도 적색이 이롭다.

2003,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태국과 부산 APEC에서 노란 옷을 입었다. 황색돌풍의 연장이었다. 노랑은 노무현을 지목하는 빛깔이다. 거대한 한나라당에 맞서 황화(옐로 페릴)급 역전극을 일궈냈다.

5행상 흙인 노랑은 나무, 물, 돌, 불 등 모든 것을 다 수용한다. 이를 바탕으로 창조를 시도, 새 것을 만들어낸다. 독립해 자신과 타인을 두루 보호할 수 있다. 활동하는 권력욕의 상징이며 귀엽고 밝되 촌스러운 색이기도 하다.

2001년 상하이 APEC 때 김대중 대통령의 전통옷 색깔만 달랐다. 아니나 다를까, 초록이었다. 언제나 푸른색을 달고 산 김대중 대통령이다. 그가 이끈 정당의 컬러는 예외 없이 녹색이었다. 그린을 찾는 심리는 안식과 안전이다.

초록은 자연이다. 젊음, 승리, 성장, 조화, 신선, 희망, 그리고 비옥이다. 치유력이 대단하다. 안정감도 풍긴다. 보기만 해도 눈의 피로가 가실 뿐더러 시력도 개선된다. 실제보다 커 보이는 효과도 있다. 녹색 불이 들어오면 무사통과다. 극장의 초록 방은 무대에 올라 좌중을 휘어잡는 스타의 대기실이다. 녹색 식탁은 식욕을 북돋운다. 1만원권이든, 달러 지폐든 돈도 초록이다.

1992년 당선한 김영삼 대통령은 파랗다. 파랑은 차갑다. 하늘, 바다, 잠, 여명이다. 영감, 성실, 영성이다. 보수파가 즐겨 고르는 고요한 색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의 파랑과 민주당의 노랑을 섞으면 초록이 나온다. 파란 기미가 많으면 쑥색이 되고, 노란 기운이 강하면 누래진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바틱은 누런 바탕에 쑥색으로 포인트를 준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임기 말인 2006년 참석한 베트남 APEC에서 레드 아오자이를 걸쳤다. 자신을 드러내고 섬싱 뉴를 찾으며 무엇인가 소유하고픈 마음이 강렬했다고 짚을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랑이 아닌 누렁, 초록이 아닌 쑥색으로 두 갈래 마음을 나타냈는 지 모른다. 옐로와 그린 사이에 양다리를 걸친 꼴인 이명박 대통령의 바틱을 여야 소통, 보수와 진보의 융합, 계층간 갈등 해소를 바라는 의식의 표출이라 견강부회하겠다.

당장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이후에도 유효하다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재협상이라는 절충과 타협을 기대해봄직하다. 좀 멀리는 노태우 대통령과 손잡고 후보가 된 김영삼 대통령의 저돌적 드라이브에 버금가는 획기 경천동지 지각변동 건곤일척급 이합집산의 예고라고 한다면, 누가 토를 달려나….

옷 색깔은 곧 그 사람의 현 심리상태와 처지를 일정부분 대변한다는 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