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대통령도 탐내던 관상어는?
<특별기획 FTA의 파고를 넘자!⑤-충남 '진천관상어'를 찾아서>
2006년 미국 비단잉어쇼서 일본 제치고 1위…3년생이 30만원 호가
지금 우리에겐 FTA의 파고를 넘기 위한 선진 농어업이 필요하고, 이는 ‘전문인력 육성’과 ‘생산시스템 선진화’로 실현 가능하다.
최근 한국농수산대 졸업생의 소득이 100대 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보다 수백만원대를 웃돌고 있는 통계자료가 보여주듯 농어업에서도 전문성만이 승부를 가를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농가의 체질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올해 중점 추진방향으로 잡았다.
정부의 고소득 성장산업 육성과 종자산업 및 R&D 투자확대 계획 등이 마련된 가운데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시대를 앞서가는 선진 농어업 현장을 찾아보았다.<편집자 주>
◇ 충북 친전군에 위치한 진천 관상어 수조단지에서 형형 색색의 아름다운 비단잉어들이 유영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누구나 비단잉어를 본 적이 있다. 누구도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
몸통에 형형색색 붉고 검은 점이 박힌 비단잉어가 양식장에 가득했다. 충남 진천의 대표 특화산업인 '진천 관상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관상어 생산단지에서 화려한 색채와 아름다운 체형을 자랑하고 있었다.
어린이대공원을 비롯한 전국 공원-유원지와 대형 아쿠아리움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비단잉어의 '고향'은 다름 아닌 진천이었다.
세계 일류 100대 상품으로 떠오른 진천 관상어를 30여년간 키워온 허하영 진천관상어 대표는 "비단잉어 가운데 좋은 품종만 키웠다. 질이 좋아지니깐 그만큼 산업으로 성장했고, 업그레이드 된 것"이라고 말했다.
2000평 규모의 양식장에는 붉은색 무늬가 특징인 홍백, 비늘에 검은색 테두리가 있는 공작 등 10여종 수만 마리의 잉어가 자라고 있었다.
논농사를 짓는 것이 당연했던 진천에 관상어를 처음 들여온 것은 초대 진천관상어협의회 회장인 방약수 씨였다. 그는 관상어를 개량해 기술 전수를 하고 치어 등을 무상 분양하면서 이곳에 씨앗을 뿌렸다. 허 대표 역시 "논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30여년 전 관상어를 시작하게 됐다.
무엇보다 논농사 보다 '고수익 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에 이끌렸다. 판매 가격대비 65% 수익을 보장하는 관상어 산업은 뒷걸음질 치는 농어촌에 '오아시스'였다. 진천군에 따르면 비단잉어 양식업의 호당 연간 소득이 1억원에 달한다.
허 대표는 수조의 비단잉어를 가르키며 "한 마리에 30만원 정도에 판매된다"고 했다. 35cm 크기의 형형색색 잉어들은 판매를 기다리는 상품. 어른 손바닥 크기의 잉어들은 다른 한쪽에서 양식되고 있었다. "여기까지 키우려면 3년이 걸린다"고 한다. 수출전용 수조도 따로 마련했다.
지역특화 산업에서 '수출효자'로 톡톡
진천에선 지난 1991년 진천관상어협의회를 발족했고, 이듬해 관상어 경매장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생산-판매를 시작했다. 1998년엔 진천관상어 캐릭터 '아롱이'를 개발해 농림축수산물수출단지로 지정되면서 성장했다.
특히 2002년엔 산업자원부가 대한민국 100대 일류 명품으로 지정했고, 2006년에는 세계 일류 상품 인증서를 받았다.
◇ 허하영 진천 관상어 대표가 충북 친전군에 위치한 수조단지에서 수출 주력 어종들의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 허하영 진천 관상어 대표가 충북 친전군에 위치한 수조단지를 둘러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지역특화산업은 해외수출 효자 역할도 맡았다. 1992년 비단잉어 300마리를 미국에 처음 수출한데 이어 1992년부터 2008년까지 비단잉어 12만 마리를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에 수출하여 40억 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진천 관상어에 대한 명성이 알려지면서 해외 각국의 바이어들도 한국산을 선호하게 됐고, 무엇보다 가격이 최대 수출국인 일본산보다 30% 이상 싸고, 품질은 일본산 못지않다는 게 국제시장 진출 전망을 밝게했다.
아울러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전세계적인 바이러스 유행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2006년 미국에서 열린 '코이(비단잉어)쇼'에서 일본을 누르고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진천 관상어의 품평회 참가와 색상 사료 구입 등을 돕기 위해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충북도와 진천군도 내수면연구소의 물고기 정기 검사, 종어 구입 예산을 지원키로 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거 봉하에서도 하고 싶은데..."
진천 관상어는 '봉하 관상어'를 경쟁자로 만날 기회도 있었다.
청와대 연못 관리만 12년 넘게 해온 허 대표는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와대 연못에서 만나 1시간 넘게 관상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관상어 산업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이를 봉하마을에서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퇴임을 반년 앞두고 있을 때였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 역시 물이 많은 지역으로 관상어 산업을 하기엔 적합했다. 노 전 대통령은 "농촌에서 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자 수출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허 대표의 설명에 봉하마을에서 관상어 산업을 시작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고 한다. 퇴임 후 '성공한 농민'을 꿈꿨던 노 전 대통령에겐 진천 관상어가 '탐나는' 업종이었던 것이다.
최근 진천 관상어는 종주국인 일본과 국제 시장에서 어깨를 맞대고 경쟁할 수 있을 만큼 기술 축적을 이뤘지만, 수출 하향세를 겪고 있다. 1992년 미국에 처음 수출한 후 매년 3배 이상 수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해외 소비자 기호 품종 부족으로 주문량의 50%밖에 수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상어 수출 산업화를 위해서는 생산 기반 시설의 현대화와 해외 홍보 및 시장 개척 등의 풀어야할 과제가 있다. 관상어 전문 생산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 기관 육성과 기반 확보를 위한 국내 소비 촉진 방안 역시 고민해 볼 부분이다. 허 대표는 "진천 관상어의 명성이 다소 퇴색하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며 "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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