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유채꽃길 드라이브
따스한 햇살과 살랑 부는 봄바람에 마냥 기분 좋은 5월. 그것이 지붕이 훌렁 열리는 오픈카든 연식마저
잊어버린 찌그러진 문짝의 올드카든, 애마를 끌고 길을 나서지 않고는 못 배기겠거든 주저 말고
충남 태안 안면도로 떠나자. 노란 유채꽃길이 내내 함께 달리고, 푸른 바다 넘실대는 환상의 드라이브길. 자, 지금 출발!
노란꽃물 화사한 77번 국도
이제나 저제나 안면도 유채꽃 소식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지인으로부터 전갈이 왔다. "피었시유."
올해 유채꽃은 유난히도 늦었다. 이게 다 '철없는' 겨울 때문이다. 봄이야 일찍 오고 싶지 않았을까. 그저 겨울의 강짜에 말도 못 하고, 눈치만 봤을 것을. 4월 중에도 내린 눈이며, 한낮에도 좀체 두 자릿수로 수은주를 끌어올리지 못 한 날씨 탓에 꽃들만 잠이 길었다. 유채꽃이라고 별수 있을까. 예년 같으면 4월 중순에 만개했을 터. 하지만 지금은 5월, 그것도 중순을 향해 가고 있으니 근 한 달을 겨울이 잡아먹었다.
그간 목이 빠져라 안면도의 유채꽃을 기다린 보람이 있다. 사실, 유채꽃을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이곳뿐이겠는가만, 안면도가 특별한 이유는 꽃길에 있다.
단언컨대 안면도의 유채꽃길은 내륙 최고라 할 수 있다. 안면도 연륙교를 넘어서면서부터 시작되는 77번 국도변의 꽃길은 저 아래 끄트머리의 고남면 영목항까지 무려 100리(약 39.27㎞)나 이어진다. '2009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를 맞아 2008년 태안군이 실시한 꽃길 가꾸기 사업의 결과다. 특히 태안군 내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곳이 안면도로, 노변뿐만 아니라 바닷가에도 넓은 유채꽃밭을 조성해 추억을 담을 수 있게 했다.
해안 드나들며 숨은 보물찾기
안면도로 들어서면 그저 직진이다. 좌우로 유도등처럼 밝게 켜진 유채꽃길은 앞으로만 내달리라고 강요한다. 백사장항을 지나 삼봉·안면해수욕장의 이정표를 지나치지만, 꽃길은 계속 이어진다. 사실 곁가지로 샐 곳들이 더러 있다. 유채꽃 만발한 꽃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곳은 늦은 오후의 시간을 위해 남겨두기로 한다. 물론 그 유명한 해거름을 함께하기 위해서다.
꽃지까지 지나치면 길은 그 아래의 샛별과 바람아래 등 이름도 고운 해안을 흘려보내며 영목항으로 향한다. 꽃길은 바로 거기서 끝이 난다. 돌아오는 길에는 그 꽃길에서 벗어나 해안을 들락날락거려보기로 한다. 그중 바람아래는 특별히 놓치지 말아야 할 해안이다. 바람아래는 서해바다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물이 맑고 깨끗하며 또한 푸르다. 뒤편으로 소나무숲이 우거져 있어 그늘을 피해 쉬기도 좋다.
장곡·장삼·운여 등을 거슬러 올라가면 나타나는 샛별도 들러볼 만하다. 서해에서는 특이하게 해변에 조약돌이 있다. 태안 소원면의 파도리에는 미치지 못 하지만, 대신 훨씬 해안이 넓다. 이곳 역시 소나무숲이
방풍림 역할을 하고 있다.
할미·할아비바위와 꽃지 유채꽃
안면도의 보물 같은 해안명소들을 둘러본 후 다시 꽃지로 향하는 길. 방포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꽃지로 달린다. 하지만 바닷가로 곧장 가기 전에 애마를 멈추어야 한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유채꽃밭이 있어서다.
방포삼거리에서 꽃지 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길 우측에 2000여 평의 유채꽃밭이 있다. 유채꽃밭 가운데에 소나무들이 일렬횡대로 서 있어 풍경이 단조롭지 않다. 자동차문을 열고 내리자, 유채꽃 특유의 향기가
풍긴다. 유채꽃만큼 그 향기가 강한 꽃도 드물다. 유채꽃은 오래 맡고 있으면 실제로도 취해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니 여리디 여린 노란 빛깔과는 달리 제법 독한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이곳에서 꽃지는 지척이다. 500m쯤 가면 나온다. 꽃지에는 바닷가에 1000여 평의 꽃밭이 조성돼 있다.
다른 어떤 곳의 유채꽃보다 꽃지의 것이 특별한 이유는 역시 그 배경이 멋있기 때문이다.
꽃지는 해당화와 매화꽃이 많아 화지해수욕장으로 불리기도 했던 곳이다. 꽃 지해수욕장에는 할미·할아비바위가 서 있다. 국가지정 명승 제69호로 지정된 바위다. 할미바위는 매일 같이 출정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늙어 죽은 아내의 넋이 서린 것이라 하고, 할아비바위는 육신으로 나타나지는 못했지만 폭풍우 몰아치던 어느 날 할미바위 옆에 솟아올라 여태껏 아내를 위로하고 있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을 꽃지로 불러들이는 명물이 바로 이 할미·할아비바위다.
태안의 해거름은 어느 곳에서나 아름답지만, 특히 꽃지는 그중에서 으뜸이다. 해 질 무렵 할미·할아비바위와 어우러진 해거름이 장관이다. 거기에 이제 유채꽃까지 곁들여졌으니 그 풍경의 무게를 어찌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자연휴양림, 황도 등 볼거리 풍부
한편, 유채꽃에만 눈을 둘 수 없는 곳이 안면도다. 시간을 보다 넉넉히 잡고 찾는다면 안면도자연휴양림과 안면암, 황도 등도 함께 돌아봄직하다. 안면도자연휴양림은 꽃지에서 가깝다. 영목항 방면으로 조금 내려가다보면 나온다. 쭉쭉 뻗은 늙은 소나무들이 가득 들어찬 휴양림은 삼림욕하기에 그만이다. 요즘은 진달래가 소나무숲 사이사이 피어 더욱 좋다. 휴양림 건너편에는 수목원도 있다. 꽃과 나무 외에도 한국의 전통정원 등 볼거리가 많다.
안면암은 안면읍 정당리에 자리하고 있다. 4층 규모의 조계종 사찰인데, 그것을 보러 찾아가는 것은 아니다. 안면암 앞에 섬이 하나 있는데 그곳까지 부교가 설치돼 있다. 밀물이면 뜨고, 썰물이면 갯벌에 털썩 내려앉는 다리다. 물이 들 때를 맞춰 조심해서 간다면 물 위를 걷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황도. 안면도 초입에 자리한 섬이지만 다리로 연결되어 배 없이 건널 수 있다. 아름다운 펜션들이 가득해 지중해의 어느 섬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 섬에서는 매년 정월 초이튿날 만선을 기원하는 풍어제를 지낸다. 당집 회나무 아래에 올해 풍어제를 지낼 때 썼던 만선기들이 아직 남아 있다.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홍성IC→홍성 갈산교차로에서 좌회전→29번 국도→상촌교차로에서 우회전→96번 국도→태안 원청삼거리에서 좌회전→77번 국도→안면도
▲먹거리: 5월은 꽃게철이다. 살도 실하고, 알도 차서 맛이 좋다. 77번 국도를 타고 안면도 연륙교를 건넌 후 백사장항을 지나 꽃지해수욕장 방면으로 가다보면 방포삼거리 못 미쳐 해송꽃게집(041-673-5363)이 있다. 꽃게탕과 꽃게찜, 간장게장, 양념게장 등 꽃게요리가 주 메뉴. 영양돌솥굴밥과 굴파전 등 굴요리도 내놓는다.
▲잠자리: 꽃지해수욕장과 바로 이어진 방포항에 파인하우스(041-673-4343), 다미모텔(041-673-1125) 등 묵을 곳이 많다. 안면도 초입의 황도에는 발리성펜션(041-373-8189), 샘이플펜션(010-8775-3565) 등 예쁜 펜션이 많다.
▲문의: 태안군청 문화관광과 041-670-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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