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윽한 맛을 내는 친구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잊고 살다가 문득 내 삶 속으로 들어오는
정겨운 이들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있는 것조차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지만
힘겨운 날에
외로운 날에 힘이 되어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만남은 그저 일회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고 두고 기억되고 오래도록 유지되는 관계라서
아름답습니다.
오래 묵어서 그윽한 냄새와 깊은 맛을 보여주는
된장처럼 창고에서 오랫동안 먼지를 뒤집어 쓴
세월이 오랜 만큼 더 진하고 아름다운 맛을 낸다는
포도주처럼 오랜 세월 함께 하며 그윽한 정이 들은
사람들이 아름답습니다.
그러고 보면 잊혀져간 친구들
소리 없이 떠나간 친구들도 많습니다.
손을 잡으면 누구나 정이 흐르고 가슴을 헤집어
보여주고 싶은 친구들도 많은데 어찌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떠나가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보낸 것도 아닌데 공간적인 거리가
멀어진 것도 아닌데
모두들 면목이 없어서 떠난 이도 있고
빚이 있어서 찾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좀 더 솔직하고, 좀 더 진실을 보여준다면
면목이 문제되지도 않으며
빚이 문제되지도 않을 것이지만
우리는 왜 가면을 쓰고 사는지 모릅니다.
있는 듯 없는 듯 평소엔 느끼지 못하는 가족들
너무 가까워서 특별하게 생각되지
않는 사람들처럼 지금 주위에 남아있는 사람들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들이
누구보다도 진실한 친구들입니다.
너무 편해서 잊고 있는 이들을 더 소중히
여겨야 겠습니다.
그리고 더 오랜 시간이 흐를 수록 깊은 맛을 내며
오랜 세월 우려내도 그 맛이 변하지 않는
듬직한 친구들을 소중히 여겨야겠습니다.
친구, 잊혀져간 친구들에게
이 글을 바치고 싶어집니다
출처 : 최복현 <아침을 여는 참 좋은 느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