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라산 관음사코스
제주의 그랜드캐년을 만나다.
제주의 그랜드캐년 관음사 코스의 용진각 계곡. 관음사 코스의 북능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되어 있고 절벽 아래 깊고 웅장한 계곡이 용진각 계곡이다. 관음사 코스에서는 한라산에서 가장 뛰어난 계곡미를 볼 수 있으나 평탄한 성판악 코스에 비해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있어 올라가긴 힘들다. 가급적 성판악 코스로 올라 관음사 코스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길 바란다.
관음사 코스는 한라산 서쪽의 어리목이나 영실, 동쪽의 성판악에 비해 매우 낯설다.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도 힘들다. 최근에야 제주시청 앞에서 타는 시내버스(정확히는 공용버스) 1번이 관음사까지 운행되나 배차간격이 1시간이 넘는다. 5.16노선 시외버스가 수시로 다니는 성판악 코스에 비해 백만 배 더 접근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이 때문일까. 한라산 백록담을 몇 번 올랐다는 사람들도 얘기를 들어보면 대개 성판악으로 올랐다는 사람이 많다. 막상 백록담에 올랐어도 성판악 대신 관음사로 내려가기는 힘들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힘들게 내려가 봤자 제주시까지 바로 갈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이다. 한여름이면 관음사 코스의 끝인 관음사 야영장 앞에 머물고 있는 택시라도 이용할 텐데 이것마저 여름철 외에는 보기 힘들다.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낯선 관음사 코스를 찾지 않는다면 제주의 그랜드캐년이라는 멋진 광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서론을 그만 그치고 관음사 코스로 출발해보자. 관음사 야영장 앞에 도착하면 주차장 뒤로 보이는 건물이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이고 그 옆 야영장이 있다. 관리사무소와 야영장 사이로 난 길이 관음사 코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관음사 야영장에서 숲길로 접어들면 이내 길가의 구린굴이 보인다. 구린굴은 한라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흐른 용암동굴인데 세월이 지남에 따라 동굴의 천정이 무너져 하늘이 들어나 있다. 예전에는 겨울철 구린굴 안에 얼음을 보관했다가 여름에 꺼내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구린굴이 천연 석빙고였던 셈이다.
구린굴을 지나 옛 숯가마 터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이야 관음사 야영장 바로 아래까지 차가 다니지만 예전에는 어림없는 일이다. 숯가마 터가 있는 자체가 이곳이 첩첩산중이었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예전 민가 인근의 산에서는 함부로 나무를 잘라 땔감으로 쓰지 못했기 때문에 대개 숯가마 터는 관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깊은 산 속에 있었다. 산 중에서 숯을 만드는 것도 힘든 일이었겠으나 만들어진 숯을 팔러 제주시까지 걸어갔을 것을 생각하니 당시 이곳에 살았을 사람들의 고충이 그려지는 듯하다.
다시 숲길을 걸으면 깊은 탐라 계곡이 나오고 계곡을 건너 오르막을 오르면 개미목이다. 화장실 겸 대피소에서 한 숨을 돌린 뒤 다시 오르막을 오르면 삼각봉이 보이고 삼각봉 앞에 새로 지은 삼각봉 대피소가 있다. 관음사 야영장 통과시간이 9시30분, 삼각봉 대피소 통과시간이 12시 30분이다.
삼각봉 대피소에서는 제주시가 희미하게 보이고 삼각봉 동쪽에는 산봉우리에 둥글게 바위가 돌출된 왕관능이 있다. 삼각봉 옆길로 가다보면 용진각 계곡이 시작되는데 예전에 없던 멋진 현수교가 놓여있었다. 그렇다고 물이 흐르는 것은 아니고 건천에 덩그러니 현수교가 세워져 있을 뿐이다.
비온 뒤 풍경이 멋진 백록담
예전에는 용진각 계곡을 걸어서 지나다녔다. 현수교를 지나니 용진각 대피소는 간데없고 그 자리만 목재데크로 평지가 되어 있다. 지난 태풍으로 용진각 대피소가 산산이 무너진 까닭이다. 용진각 대피소에 머문 적은 없지만 관음사 코스를 오가는 동안 한번은 대피소 안을 둘러보곤 했었는데.
용진각 대피소에서 바라보는 용진각 계곡은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진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계곡의 남쪽 끝에는 백록담의 북벽 절벽이 수직으로 서 있다. 한마디로 장관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광대한 절벽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다. 가희 제주의 그랜드캐년이라고 할만하다.
길은 왕관능 옆으로 올라 한라산 북능으로 향한다. 북능에서 보는 용진각 계곡 역시 절경이다. 계곡의 움푹 패인 깊이이 광대한 넓이가 한라산 내로라하는 계곡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이다. 북능에 서서 날이 좋으면 제주시 일대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데 자주 끼었다가 사라지는 구름이 시샘하듯 시야를 방해한다. 북능에서 서서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구름은 사람이 기다린다고 걷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걷히고 싶으면 걷힐 뿐이다. 그러니 북능을 오르고 내리는 어느 순간 구름이 걷히기를 기대하는 것이 낫다.
북능의 구상나무 숲을 지나면 파란 하늘이 열리고 곧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도달한다. 관음사 코스는 탐라 계곡이나 용진각 계곡이 있어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삽시간에 물이 불어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비가 많이 오면 한라산 입구에서 입산을 금지하니 안내에 따르는 것이 좋다. 몰래 들어갔다가 낭패보지 말고.
관음사 코스는 성판악 코스와 달리 어쩔 수 없이 계곡이나 능선을 오르고 내리는 길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관음사 코스로 오르는 길은 산행 초심자에게는 상당히 힘들 수 있다. 가능한 평탄한 성판악 코스로 올라 관음사 코스로 내려가길 바란다. 물론 성판악 코스로 올라와 관음사 코스로 내려가는 길 역시 만만치 않으나 관음사 코스를 생으로 올라가는 것보다는 수월하다. 반대로 관음사 코스로 올라와 성판악 코스로 내려가는 것은 상당히 맥 빠지는 일이다. 그만큼 성판악 코스에서 볼거리가 많지 않다.
코스 & 시간 : 8.7km, 5~6시간
관음사야영장→탐라계곡(3.2km, 1시간)→개미목(1.7km, 1시간30분)→용진각(1.9km, 1시간)→정상(1.9km, 1시간30분)
교통 :
1. 시내버스 : 1번. 시청 앞 승차, 관음사 야영장 하차(약1시간 30분 간격)
2. 승용차 : 제주시-1131번 5.16 도로-1117번 제1산록도로-관음사 야영장
서귀포-1131번 5.16 도로-1117번 제1산록도로-관음사 야영장
강석균 여행작가 tbontb999@tvreport.co.kr
강석균 작가 트위터 http://twitter.com/sk_kang
'행복한 취미생활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채꽃밭에 `따오기' 등장 (0) | 2010.05.14 |
---|---|
한국관광공사 추천 5월의 가볼만한 곳 (0) | 2010.05.14 |
제주 차밭 거닐며 달콤쌉쌀한 추억을… (0) | 2010.05.14 |
하이힐 신고 만장굴을 걷다니... 경이로운 호모 에렉투스 (0) | 2010.05.14 |
정선가는 열차타고 아리아리 추억속으로… (0) | 2010.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