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6·2 지방선거] 김문수 "黨 몇번 더 만들건가"…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0. 5. 15. 13:36

[6·2 지방선거] 김문수 "黨 몇번 더 만들건가"…

경기지사 후보 TV토론
김문수 "국민참여당 만든건 민주당 존재 부정한 것 선거파트너로 삼을 수 있나"
유시민 “李대통령 독재하고 있어 야당이 승리함으로써 ‘국민의 소리’ 듣게해야”

6·2 지방선거 최대격전장으로 급부상한 경기지사 선거의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와 국민참여-민주-민노당유시민 단일후보가 14일 TV토론에서 1대1로 격돌했다.

그동안 선두를 달려온 김 후보는 이날 90분간 열린 'SBS 시사토론'에서 유 후보를 상대로 차분한 공세를 취했고 전날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유 후보는 그 여세를 이어가겠다는 자세로 김 후보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이날 토론은 두 후보가 번갈아가며 토론 주도권을 갖고 상대방에게 질문 공세를 펴는 '맞짱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두 사람은 모두 발언 직후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지역발전'이라는 첫 주제를 놓고 곧바로 충돌했다. 유 후보가 "불필요하고 중복된 부분에서 규제 완화는 필요하지만 일단 비수도권의 동감을 얻어야 하고 국가균형발전을 해쳐서는 안된다"고 하자 김 후보는 "16종의 중복규제로 경기도가 고통받고 있는데 대학과 대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대폭적인 규제 완화는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왼쪽)와 유시민 국민참여당₩민주당 단일화 후보가 14일 밤 SBS TV토론을 시작하기 전 나란히 서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두 후보는 경기도 현안과 정책 등을 놓고 처음으로 맞짱 토론을 벌였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두 번째 주제인 '경기도 복지정책'에서는 김 후보가 토론주도권을 쥐었다. 그는 "원래 복지예산 20% 확보를 공약했는데 24%까지 올렸다"며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무한돌봄 사업은 경기도의 획기적인 맞춤형 복지서비스"라고 했다. 유 후보는 "김 지사가 계신 동안 복지가 많이 늘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런데 그 공(功)은 나에게도 있다. 제가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할 때 관련법을 통과시켜서 연간 3조2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거기에는 경기도 몫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자유토론에서 분위기는 고조됐다. 김 후보는 "민주당과 한 뿌리인데 굳이 국민참여당을 만든 것은 민주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을 선거 파트너로 삼을 수 있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유 후보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언급하고 나왔다. 유 후보는 "(경선결과에 승복한)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은 평생 모셔야 할 은인"이라고 한 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박 전 대표가 그런 분인데 업고 다녀야 한다. 그런데 공천 통해서 (박 전 대표의) 손발 다 잘라내고 세종시 문제로 고립시키고 4대강 사업도 박 전 대표가 반대하는데 밀어 붙였다"고 역공을 폈다. 또 김 후보는 "유 후보가 여러 번 정당을 만들었는데 국민참여당은 해체 않고 계속 가져가느냐"고 꼬집었고 유 후보는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더니 직업 정치인들이 그 당을 없애 버렸다. 신진 야당지지 세력이 나타났고 그래서 참여당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후보는 토론 중반 4대강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그는 4대강 사업추진을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조치와 다를 것 없다"면서 "제2의 6월 항쟁으로 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고 했다. 유 후보는 "대통령의 미적 취향을 충족시키고 건설업자의 배를 불리는 사업"이라며 "도지사가 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 공사장 과적차량 단속하고 분진도 측정하고 아침 저녁으로 공사장 물떠서 분석해 기준 넘기면 공사중지 요청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김 후보는 "한강이 지나가는 경기도 5개 시·군에서 모두 찬성한다. 물론 지역민들 중에는 지류나 지천을 먼저 해야한다는 요청도 있지만 그것은 조정할 수 있는 문제"라며 반박했다.

김 후보의 장점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유 후보는 "과거 시국사건 때 전기 고문을 당하면서도 동지들이 있는 곳을 밝히지 않은 분"이라고 추켜 올렸다가 "워낙 부지런하고 정열적인 분이라서 그 맞지 않을 것 같은 정당에 적응해서 성공하는 집념을 보였다"고 비꼬았다. 김 문수 후보는 "유 후보와 그 누님은 내가 가장 어려웠을 때 옥바라지를 했고 유 후보 동생이 나 때문에 옥고를 치렀다.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유 후보는 '독재'라는 말을 꺼냈다. 그는 "이 대통령은 독재를 하고 있다. 야당이 선거에 이기게 함으로써 이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반면 김 후보는 "제가 부족한 점을 만회해서 겸손하게 도민을 섬기는 일꾼이 되겠다.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토론회가 끝난 뒤 후보 간 티타임에서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유 후보 집안과의 인연을 다시 한번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요즘 도지사는 어딜가도 을(乙)이다. 국회의원이 좋다"고 하자 유 후보는 "그럼 국회로 가시라. 제가 도지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측 차명진 의원이 "도지사와 의원은 단일화하듯이 그렇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다"라고 해 한때 분위기가 굳어졌다. 여야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두 사람은 이제 경기지사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잠재력을 입증하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에 돌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