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엄마 나 낳을 적에
서 말 서 되 피를 쏟고
우리엄마 나 기를 적에
여덟 섬 너 말 흰 젖 먹였네
2) 혹시나 병이 들까 배고플까
가슴 조이며
젖가슴에 손을 데워
금지옥엽金枝玉葉으로 나 길렀네
3) 우리엄마 나 잉태할 때
먹구렁이 태몽 꾸었나 봐
저 능구렁이 같이 능걸맞은
사내에게 낚였네
4) 맨발로도 못 따라갈 이 세상인데
양주 폭탄주 다 퍼마시고
담장 밖 꽃도 넘보았네
5) 쌀 한 됫박 사려고 구걸하듯 손내밀 때,
좋은 인상 뻔데게 되니 벌린 손 부끄러워
빈손으로 돌아 왔네
6) 세상물정 몰랐어도 사내 품은 그리웠는 지
달덩이 같은 아들 낳고 양귀비 같은
딸을 낳아 보람있었네
7) 아비 거둥 닮을까 봐 온갖 시련 겪으면서
능걸맞은 것이야 두고라도
주색껍질 벗기만을 소원했었네
8) 내 팔자 탓하며 악착같이 살았더니
세월이 약이 되어
주색껍질 허물 벗고 이제서야
조강지처 알아 주네
9) 애비 눈치보며 애지중지 키운 자식
덕 좀 보려 하였더니
장가가고 시집가서 제 잘난 멋으로 살려하네
10) 늘그막에 지난 세월 회상하며 오순도순 살려는데
해구海狗같던 그 정력 어디에다 쏟았는지
쌀쌀맞게 돌아 눕네
11) 늙어지면 등 긁어 줄 사람 부부 밖에 없다기에
선심 써서 긁어주려다 구박받던 생각이 나서
오르던 손 내려 오네
12) 숱한 고생하면서도 모아 둔 비자금을 주려다가
전에 있던 그 버릇이 또 도질까 봐
떨리는 손 망설여 지네.
**죽암 장석대 **
2012.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