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우리 국민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0. 6. 30. 15:02

“우리 국민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파나마 MB, 정상회담서 한지수씨 사건 언급
“각별히 관심갖고 챙겨주시오" 진심담은 부탁

 

“우리 국민이 온두라스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각별히 관심을 갖고 챙겨주십시오."
이명박 대통령의 음성은 진지했다.
제3차 한-SICA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파나마를 공식방문 중인 29일(현지 시간) 이명박 대통령은 로보 온두라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도중 한지수씨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더 강한 표현을 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상회담 자리, 상대국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생각한 이 대통령은 대신 음성에 진심을 담았다. 눈빛 역시 간절함을 담고 있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마음을 읽었을까? 로보 대통령 역시 진지하게 대답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정상들의 대화를 지켜본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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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포털 게시판에 게재된 한지수씨의 옥중서신 부분 캡처 ⓒ 뉴데일리
네티즌들을 통해 널리 알려진 한지수 사건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8년 6월 7일, 한지수씨(당시 25세)는 꿈에 그리던 중미 온두라스로 떠났다. 스킨스쿠버 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였다.
호주와 영국 이중 국적자인 다이빙 강사 댄 로스의 집에 방 한 칸을 빌려 자격증 준비를 하던 한씨는 8월 22일 댄과 함께 술에 취해 집에 온 네덜란드 출신 다이버 강습생 마리스카 마스트의 사망사건과 마주친다.
23일 새벽 화장실에 다녀오다 넘어져 부상한 마리스카를 댄과 함께 응급조치를 한 뒤 다시 잠이 들었는데 잠시 후 마리스카는 생명이 위급한 상태가 됐다. 한씨가 이웃에 구조요청을 해 국립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마리스카는 곧 사망했고 한씨는 경찰과 법원에서 참고인 진술과 증언을 했다. 경찰에 수감됐던 댄은 영국에서 온 변호사의 도움으로 풀려난 뒤 종적을 감췄다.
한씨는 9월 24일 자격증 시험을 치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12월 이집트로 떠났다. 8개월 동안 이집트에서 스킨스쿠버 강습을 한 한씨는 지난해 8월 27일 어머니가 있는 미국 워싱턴으로 가기 위해 카이로 공항에서 여권심사를 받던 중 인터폴에 체포됐다. '살인 혐의'였다. 온두라스 경찰이 지수씨와 마리스카, 댄이 삼각관계이며 한씨와 댄이 살인 공범인 것으로 추정하고 수배를 요청한 것이다.
한씨는 카이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가 9월 22일 온두라스로 이송돼 라세이바 교도소에 갇힌다. 언니 한지희씨는 동생의 억울함을 인터넷에 호소했고 네티즌들은 ‘한지수 후원 카페’를 통해 구명운동을 펼쳤다.
"국가가 개인을 위해 신원보증을 서준 경우가 없고 선례를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며 한씨의 신원보증을 거절했던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문제가 제기된 뒤 전문가팀을 온두라스 현지로 보냈다. 살인혐의로 체포된 지 3개월 만이었다. 한씨는 지난해 12월 15일 보석금 1만 달러를 내고 가석방 판결을 받았고 온두라스 검찰 측은 즉각 항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지수씨 사건과 이와 관련된 네티즌들의 릴레이 구명운동은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또 이 대통령도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의 한지수씨에 대한 언급은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외국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 대통령 역시 이 대통령의 간절한 마음에 충분히 감동받았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이다. 정상의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라는 표현은 외교적 수사로 받아들이기엔 진지한 그 무엇이 느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