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사설] 어느 목사의 외국 근로자 사랑이 낳은 코끼리 한 쌍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0. 8. 6. 18:58

[사설] 어느 목사의 외국 근로자 사랑이 낳은 코끼리 한 쌍

 

스리랑카 정부가 오는 9월 코끼리 한 쌍을 비롯해 황금원숭이, 이구아나 등 희귀동물 40여종 153마리를 우리나라에 기증한다고 한다. 국내 6개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 11마리는 대부분 나이가 많은 데다가 코끼리 같은 멸종위기 동물은 국제 협약으로 매매가 금지돼 있어 몇 년 후에는 국내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구경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형편이었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은 이런 때에 몇 년 후면 임신이 가능한 6살(암), 5살(수)짜리 코끼리 한 쌍에다 다른 진귀한 동물까지 한국에 선물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라자팍세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 내 스리랑카 노동자들을 도와온 NGO '지구촌사랑나눔' 김해성 목사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고 이 뜻밖의 후(厚)한 선물을 보내게 된 사연을 덧붙였다.

김 목사는 1996년 경기 광주시의 도로변에서 웅크린 채 떨고 있는 스리랑카인 2명을 발견, 이들을 집으로 데려가 따뜻한 밥을 먹이고 일자리를 마련해 줬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김 목사를 찾아 모여들었다. 2003년 4월 스리랑카 명절을 맞아 작은 파티를 준비할 때 한 스리랑카 노동자가 야당 국회의원인 자기 작은아버지를 초청해 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이 야당의원과 친분을 쌓게 된 김 목사는 2004년 말 스리랑카가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 고려대 의료진과 함께 한 달간 현지에서 진료봉사를 했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설득해 430만달러 상당의 의료품과 생필품을 지원했다. 그때 김 목사가 연(緣)을 맺었던 야당의원은 국무총리가 돼 있었고, 그 국무총리가 지금의 라자팍세 대통령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은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120만명을 넘는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건너온 외국인 가운데는 엘리트 젊은이도 많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돌아간 후 관료로 높은 자리에 오르고 사장이 돼서 우리 기업과 교역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1960~70년대 미국에 가 식당에서 접시 닦으며 공부하던 유학생들이 훗날 한국의 주요 인사로 성장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외국인 노동자를 싼 월급 주고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인력'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라자팍세 대통령과 김해성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는 그런 눈길이 얼마나 얕고 잘못된 것인가를 멋지게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