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취미생활 여행

괴시마을과 고래불 해변길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11. 21:51

 

영해 버스정류장은 여느 시골 정류장처럼 한적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 손님을 기다리는 버스가 있는 시골 버스정류장 풍경은 추억이 묻어나는 흑백 사진 같다.


정류장 밖으로 나와 좌회전, 첫 목적지인 괴시마을로 간다. 지금부터 걷기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곧게 뻗은 길이 영해의 중심가 같았다. 그 길 끝 로터리 중앙에는 3.1만세운동 기념탑이 있었고 공중에 걸린 길 안내 표지판에 괴시마을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보였다. 이정표를 따라 걸어가다가 갈림길을 만나 좌회전, 얼마 지나지 않아 괴시마을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였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괴시마을을 알리는 안내판 앞에 도착해서 괴시마을 유래 등을 훑어보고 마을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목은 이색의 탄생지 괴시마을

괴시마을은 고려 말에 함창 김씨가 처음 터를 잡으면서 생겼다. 함창 김씨는 목은 이색의 외가이며 선생의 외조모가 지금 괴시마을 이루고 사는 영양 남씨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 목은 이색 기념관과 생가 터가 있다. 괴시마을의 원래 이름은 ‘호지촌’이었는데 목은 선생이 중국에서 보았던 괴시마을 풍경과 ‘호지촌’의 풍경이 닮아 마을 이름을 ‘괴시마을’로 바꾸었다.

 

한옥과 돌담 위에 햇볕이 고즈넉하게 내려앉았다. 앞에 빈 논이 영해평야다.

  

 

이색은 고려말기 유학자로서 고려의 과거에는 물론 원나라 과거에도 합격했던 유능한 인재였다. 500년 가까운 세월 왕조를 이어온 고려, 그 시대의 말엽에 태어나 새로운 나라 조선의 개국을 봐야 했던 이색은 역사의 격동기에 살았다. 이미 널리 알려진 시 한 편이 당시 그의 마음을 담아 전한다.

 

[백설이 자아진 골에 구루미 머흐레라/반가온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엿는고/석양에 홀로 셔 이셔 갈 곳 몰라 하노라.]

 

 

300년 전 한옥 뜰 앞에 서다

기와지붕이 물결치고 황토빛 흙돌담이 골목을 이룬 마을에 겨울 오후의 햇볕이 아늑하게 고였다. 골목길을 걸어가다가 큰 나무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옆 돌담에는 ‘목은 이색 등산로’라고 적힌 이정표가 있었다. 이정표를 따라 큰 나무 앞을 지나 숲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바람은 쉬지 않고 계속 불었고 대숲 전체가 바람에 일렁거렸다. 대숲을 지나는 바람이 수 많은 댓잎을 흔들고 지나가며 ‘서걱서걱’ ‘싸르락싸르락’ 거리는 소리를 만드는 데 온통 하늘을 덮은 새떼가 일제히 불러대는 노래 소리 같았다.  


대숲을 지나자 소나무 숲이 나왔다. 마른 솔 향이 그윽하게 퍼졌다. 솔 숲 안에 목은 이색 기념관, 사진마을로 가는 길, 괴시마을로 내려가는 길 등 세 갈래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었다. 목은 이색 기념관 쪽으로 걸었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목은 이색 기념관은 단출하면서도 아늑해 보였다. 그곳에는 목은 이색 선생이 태어난 집 터를 알리는 표지석이 있었고, 그 옆에는 오래 전 누군가 살았던 기와집 한 채와 목은 기념관이 자리를 틀었다. 목은 이색 기념관을 돌아보고 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마을을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 같은 언덕이 길 왼쪽에 보였다. 언덕에 올라 바라보는 마을은 아늑했다.


마을로 내려와 제일 처음 들른 집이 1805년에 지은  ‘구계댁’이다. 1910년에 한 번 중수 한 일이 있었으나 집의 역사를 보면 200년도 넘은 집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마을에는 구계댁 말고도 영양 남씨 괴시파종택, 경주댁, 주곡댁, 천전댁, 해촌고택, 대남댁, 영감댁, 영은고택 등 200~300년 된 한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마을의 여러 집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집이 두 채 있었는데, 하나는 영양 남씨 괴시파종택이며 또 하나는 물소와고택이었다.


물소와고택은 조선시대 좌승지로 추증된 물소와 남택만의 증손인 남유진이 세운 집이다. 남자의 생활공간인 사랑채와 여자의 생활공간 사이에 담을 만들어 남녀의 공간을 엄격하게 분리해 놓았다. 괴시파종택은 약 300년 전 남붕익 선생이 건립한 것으로서 입구(口)자 형의 정침과 사당으로 구성됐다. 황금 싸라기 같은 오후의 햇살이 툇마루에 내려앉았다. 그곳에 앉아 바람 잦아든 겨울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따듯한 햇볕이 얼굴을 어루만지고, 채로 걸러낸 고운 밀가루 같은 햇살은 살갗을 타고 ‘간질간질’ 미끄러지는 것 같았다. 


시간을 잊은 채 300년 전 마을을 걸어 다니며 생각했다. ‘한옥마을을 걷는 일은 오래된 미래를 보는 것이다.’ 한옥을 짓고 마을을 이루어 살면 걱정도 없을 것 같았고 마음도 착해질 것만 같았다.

 

 

4km 솔숲과 백사장, 고래불해변

마을을 나와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차가 종종 다녀 위험했지만 도로 옆으로 바짝 붙어 조심조심 걸었다. 그렇게 걸어서 도착한 곳이 대진항이었다. 작은 항구였지만 동해의 바다 풍경을 한 아름 안고 있는 마을이었다.

 

갈대와 모래 바다가 어울린 풍경. 오후 햇볕이라 색온도가 따듯하고 풍부하다.

 

 

배가 정박한 항구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는 마을 할아버지 네 분이 앉아 햇볕을 쪼이고 계셨다. 그 뒤로 항구는 호수처럼 잔잔했다. 파란 하늘 아래 겨울바람을 맞으며 마르고 있는 오징어는 겨울 동해안 항구 마을의 진풍경이다.


대진항에서 북쪽으로 걸어 대진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해수욕장 뒤로 갯골을 건너는 ‘고래불대교’가 놓였다. 운치 있는 다리를 건너면 고래불해수욕장의 남쪽 끝이다. 이곳부터 음악분수와 돌고래조형물이 있는 고래불해수욕장의 북쪽 끝까지 약 4.5km다. 백사장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으며 그 뒤로 소나무 숲도 4km에 걸쳐 이어진다. 바다와 해안선을 따라 길게 늘어선 소나무숲은 흔히 볼 수 없는 장관이다.


들고 나는 파도를 피해가며 백사장을 따라 걸어도 되고 소나무 향기 그윽한 소나무숲 4km도 나란히 이어지므로 백사장을 걷다가 소나무숲을 걸어도 된다. 소나무숲 옆에는 도로가 있으므로 도로를 걷고 싶은 사람은 도로로 나오면 그만이다. 그렇게 걸어 도착한 고래불해수욕장 북쪽 끝에는 음악분수대와 돌고래조형물이 있었다. 겨울이라 음악분수는 작동하지 않았지만 돌고래조형물은 그 자체로 사람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돌고래 조형물 앞 백사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고운 모래가 바람에 휩쓸린다. 바람은 백사장 위로 나부끼며 물결을 닮은 무늬를 만든다. 그곳에서는 바람도 파도를 닮았나 보다. 그 어떤 누구도 한 번도 밟고 지나가지 않았을 것 같은 같은 백사장에 발자국을 남기며 바람처럼 물결처럼 걷고 또 걸었다. 

 

 

가는 길
자가용
서울 - 영동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 - 서안동IC - 안동시내 통과 - 영덕 - 영해 - 괴시마을 주차장에 주차 - 괴시마을  돌아보고 마을 앞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걷는다 - ‘대진항․축산항’ 이정표 따라 우회전 - 대진항, 대진해수욕장, 고래불대교, 고래불해수욕장이 북쪽으로 차례로 있음 - 영해로 돌아갈 때는 음악분수대 근처에 있는 병곡면 파출소를 찾아간다. 파출소 부근 병곡버스정류장에서 영해 가는 시내버스를 탄다.(차가 드물다. 약 1시간에 1대 꼴. 문의 : 영해버스터미널 054-732-1564. 병곡에서 올 때 괴시마을을 들리지 않고 영해버스정류장으로 곧바로 가기 때문에 영해에 도착한 뒤 차를 세워둔 괴시마을 주차장으로 가야 한다.) 

 

대중교통
영덕시외버스터미널까지 도착(서울에서는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영덕 행 버스 운행). 영해 가는 버스 이용(버스가 자주 있다. 약 15분 소요). 영해버스터미널에서 약 1km 거리에 괴시마을이 있다. 괴시마을에서 대진항까지는 도로를 따라 걷는다. 대진항 북쪽 대진해수욕장을 구경하고 고래불대교를 건너면 4~4.5km의 백사장이 이어지는 고래불해수욕장이 나온다. 고래조형물과 음악분수대가 여행의 종착점. 영해로 돌아갈 때는 음악분수대 근처에 있는 병곡면 파출소를 찾아간다. 파출소 부근에 병곡버스정류장에서 영해 가는 시내버스를 탄다.(차가 드물다. 약 1시간에 1대 꼴. 문의 : 영해버스터미널 054-732-1564)

 

먹을거리
영해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에 강구항이 있다. 강구항 대게 거리는 겨울이면 영덕 특산품이자 대한민국 겨울 대표 먹을거리인 대게 맛을 보러 온 사람들로 넘쳐난다. 강구항 난전은 게를 사고파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주변여행지
영해에서 사진리로 가면 해안도로가 나온다. 사진리 바닷가 길에서 축산항 쪽(남쪽)으로 차를 달린다. 축산항을 거쳐 강구항까지 이어지는 바닷가 해안도로는 드라이브코스로 이미 유명하다. 그 도로 가운데 영덕해맞이공원과 풍력발전소가 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거대한 풍차가 볼만하다. 그리고 그 도로 끝에 강구항이 있다. 대게 철 강구항 난전 구경도 할만하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 : 사계절(한 겨울 제외)

주소 : 출발지 :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 성내리(지도보기)
도착지 : 경상북도 영덕군 병곡면 병곡2리(지도보기)

총 소요시간 : 4시간

총 거리 : 9.6km

문의 : 버스시간 문의 - 영해버스터미널 054-732-1564. 목은기념관 054-730-7771~3
준비물 : 영덕버스터미널 옆 택시부에서 영덕 관광안내 팸플릿을 받는다.(상세한 자료는 아니지만 영덕에 대한 기초여행자료 정도 된다.) 괴시마을 뒷동산에 있는 목은기념관에서 괴시마을 안내 팸플릿을 받는다. 영해버스터미널 상가에서 물 한 병 준비. 겨울 바닷바람 막아줄 모자와 외투.

 

영덕군은 강구항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걷기여행 코스를 만들고 ‘블루로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번 걷기여행 코스는 블루로드 마지막 구간과 겹치는 길도 있다. 오르막길은 전체 구간 중 200m 정도 밖에 안 되니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300년 전 마을을 걸으며 역사와 옛 생활문화를 느껴보고 겨울바다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괴시마을을 돌아보기 전에 마을 뒷동산에 있는 목은기념관에서 괴시마을 안내 팸플릿을 받는다. 팸플릿에 괴시마을 전통가옥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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