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이준익의 영화를 보고 싶지 않은 이유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23. 21:46

 

이준익의 영화를 보고 싶지 않은 이유

 

울고 싶지 않았지만 눈물이 저절로 흐를때, 그런 주체할 수 없음에 대해 때로는 자신에게 화 날때가 있다. 연인과의 이별을 위해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끝내 못난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을때도 그렇고 매운 마늘을 씹을때도 그렇다. 때로는 그 눈물들이 주책이라고 표현되는 것은 주체할 수 없음이 야속하기 때문이다. 참을 수 있으리라 믿었건만 결국에는 참지 못했던 자신이 밉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가 그렇다. 이준익의 영화를 보면서 울지 않으리라 이를 악 다물어 보지만 나도 모르게 주르르 흘러 내리는 눈물이 때로는 짜증을 유발하는 탓이다. 상투적인 영화라고 폄하하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통제하지 못하는 내가 못나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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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로 천만 관객을 끌여 들였던 이준익은 대단한 부담을 안고 후속작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이해할 수 있다. 다음 영화도 천만 을 끌어 모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업적이었으니 처음부터 포기하는게 낫다. 하지만 그는 '역시 이준익'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비록 박중훈과 안성기라는 네임밸류에 의존한 경향도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는 또다시 눈물샘을 건드리며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영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는 다소 거북한 영화였다. 어금니를 깨물고 봤으나 결국에는 코끝이 시큼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졌기 때문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왕년의 가수왕이라는 설정과 그런 철부지를 가족보다 더 소중히 섬겼던 매니저. 소재 자체가 평범하지도 않았고 현실성도 없어 보였다. 게다가 그가 건드린 눈물샘은 또 다시 터지고야 말았다. 안성기가 떠나고 혼자 마이크에 앉은 박중훈이 '형 어디있어, 빨리 돌아와~"라고 울먹일때도 그렇고 "이 웬수야 가버려"라는 아내의 말에 "싫어 나 여기서 김밥 팔거야"라며 꾸역꾸역 김밥을 입속으로 밀어넣던 안성기의 모습에서 또 다시 콧등이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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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난 울고 싶지 않았다. 아니 눈물 한방울도 흘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참을 수 없었다. 코끝이 찡해오고 눈앞이 흐려지는걸 어쩌지 못했다. 그 모든 것이 순전히 내 의지와는 관계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내가 원할때 나오는 눈물이었다면 정말 가슴이 벅차서 터져나오는 울음이었다면 좋을텐데 그렇질 못하다. 그래서 더 참을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나는 그의 영화가 보고 싶지 않다. 애정없이 결혼했던 아내를 피해 월남전에 자원한 남편, 그리고 그런 남편을 만나기 위해 위문공연단의 일원으로 합류하는 아내. 이런 비현실적이면서도 지극히 체루성일 수 밖에 없는 영화를 보며 울지 않으리라 각오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상투적인 영화를 보며 울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걸 핑게로 돌리고 싶지도 않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내가 그의 영화를 보고 싶지 않은 이유다.

 

님은 먼 곳에 : 전쟁, 드라마 | 한국 | 126 분 | 개봉 2008.07.24 

감독 : 이준익 

주연 : 수애, 정진영, 엄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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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와 이번에 개봉한 영화 님은 먼곳에를 보았습니다.

  • 다른 그 어떤 것들 보다 여주인공의 연기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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