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존스, 그 무상한 세월에 대하여
편승엽이 이승환과 동갑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어처구니 없어하며 웃는다. 그것은 어린왕자라고 불리는 이승환의 나이가 많음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중년 가수로 알고 있었던 편승엽이 예상보다 젊었기 때문에 반전이 있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 중견배우 신구와 미국의 유명배우 해리슨 포드도 동갑이라고 하면 다들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는다. 앞의 예와는 달리 이번에는 신구가 생각보다 나이 많지 않음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해리슨 포드가 보기보다 나이가 많음에 놀라는 것이다. 올해 나이 예순 여덟, 그 해리슨 포드가 20년 만에 인디아나 존스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오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오더라도 세월을 잊지 말았어야 했다. 인디아나 존스가 제아무리 걸출한 영웅이라 할지라도 그는 도서관에서 책만 파던 서생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젊어서 수 많은 병사들을 상대하던 일은 있을 수 있다해도 70 노인은 그럴 수 없는 것이다. 아니 그러면 안된다. 60이 넘은 람보의 귀환도 용서할 수 없는 마당에 노구의 고고학자 주먹에 젊은 병사들이 나가 떨어지다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게다가 아무리 맞아도 오뚜기처럼 벌떡벌떡 일어나는 칠전팔기 불굴의 정신력은 높이 살만하지만 이 역시도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좋다. 인디아나 존스가 심각한 역사 드라마가 아니라 적당한 액션과 적당한 코믹이 한데 어울어진 액션 무비라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러려면 해리슨 포드가 아니라 짐 캐리가 나왔어야 한다. 인디아나 존스는 어드밴처 무비지만 그리고 그런 이유로 지나치게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전혀 무시한 코메디가 되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설득력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코믹과 주먹질은 이따금씩 양념 정도로만 나와도 된다. 그만큼 나이를 먹었으니 이제는 몸을 안써도 된다. 하지만 해리슨 포드는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가 고고학 교수라는 사실을 모든 관객은 알고 있는데 인디아나 존스 혼자서만 모르는듯 싶을 정도다.
내가 기대했던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은 전편에서 그와 동행했던 노신사의 모습이었다. 늙었어도 유머와 기품을 잃지 않았던 그의 이름은 숀 코너리. 젊은 시절 그의 대표작이었던 007은 그의 남성상을 잘 드러낸 대표적인 첩보 액션 영화였다. 하지만 그런 그도 이제는 주먹을 휘두르지 않는다. 그의 곁에는 그를 대신해서 주먹을 날려줄 조력자가 함께있기 때문이다. 인디아나 존스도 그렇다. 반드시 그가 몸을 써야할 이유가 없다. 만일 그 나이가 되어서도 그래야 한다면 그건 그가 잘못 살아왔음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덕망높고 카리스마를 갖춘 위인이라면 이제는 사람을 부릴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는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통찰력을 발휘해야할 나이이지 결코 젊은이와 맞짱뜰 나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인디아나 존스와 만난날, 세월의 무상함이 뼈저리게 다가왔다. 아니 그런 세월을 홀로 거스르고자 했던 인디아나 존스에게서 오히려 처량함을 느껴야 했다. 세월은 혼자 흐르지 않는다. 그 세월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그 세월에 맞설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지만 그에 대한 결과와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인디아나 존스는 그러한 각오가 있었던 것일까. 보고싶었던 만큼 더 많은 아쉬움이 남았던 만남이었다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Indiana Jones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모험, 액션 | 미국 | 121 분 | 개봉 2008.05.22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 주연 : 해리슨 포드, 케이트 블랑쉐, 카렌 알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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