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취미생활 여행

경남 통여 강구안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4. 23. 16:05

 

 

푸른 해원을 향해 나부끼는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초가가 한 채 자리 잡았다. 통영시 정량동 산기슭에 있는 시인 청마 유치환의 생가다. 이곳이 이번 걷기여행의 출발지이다. 초가 사립문 앞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의 시 [깃발]에 나오는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몇 점 그리고 넘실대는 파도와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바람에 옛 시인의 향수가 묻어나는 듯하다. 계단을 내려와 강구안으로 발길을 옮긴다. 오래 걸리지 않아 강구안 바다를 만났다. 강구안에 서서 언덕을 바라보면 파란 하늘 아래 집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집마다 바다로 열린 창문이 햇빛을 반사해 눈이 부시다. 그곳이 벽화가 있는 마을로 이미 유명해진 동피랑 마을이다. 이번 걷기여행 코스에는 동피랑 마을은 포함 되지 않았으니 강구안 바닷가를 어슬렁거리며 걷는다. 아주 느린 발걸음으로 항구에 머물고 있는 바다 사람들의 삶의 향기를 진하게 느껴본다.

 

 

 

 

바다에 기댄 삶의 향기 진하게 풍기는 길을 걷다


발걸음은 강구안에서 약 400미터 거리에 있는 통영중앙우체국으로 향한다. 이곳은 유치환 시인이 사랑하는 이에게 수 많은 편지를 보냈던 그 자리다. 우체통 옆에 그의 시비가 있다. 우체국이 있는 이 거리가 청마거리다. 거리초입에 유치환 시인의 동상과 시비가 있다.

 

다시 강구안으로 돌아간다. 거북선이 있는 문화광장 앞에 선다. 거친 바다의 하루를 담아 온 고깃배들이 어깨를 맞대고 쉬고 있는 강구안 바다. 그 바다에 쪽배를 띄우고 파도와 함께 일렁이는 땡볕 같은 바다사람들의 삶. 그들의 삶이 엉기고 풀리는 또 다른 바다, 항구 앞 난전. 통영의 바다는 언제나 뜨겁다.

 

산기슭을 타고 올라간 강구안 마을 풍경. 저런 풍경을 바라보며 강구안 항구길을 걷는다.
강구안은 가장 아름다운 항구이다.

 

 

강구안을 지나 통영 여객선터미널 방향으로 걷는다. 걷다가 뒤돌아 본 풍경, 항구 언덕 동피랑 마을이 그림처럼 자라잡고 있다. 숲과 계곡과 흙길이 있는 자연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지만 항구와 항구 마을,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한 삶의 향기를 느끼면서 걷는 맛도 괜찮다.

 

통영 여객선 터미널을 지나서 조금만 더 가면 통영과 미륵도를 잇는 해저터널이 나온다. 이 부근 바다가 ‘손돌목’이다. 이곳은 충무공 이순신의 연전연승의 기세에 눌린 일본군의 도주로였다. 원래 이곳은 바닷길이 없었는데, 일본군이 도주를 위해 지협을 파고 뱃길을 만들었다. 해저터널 또한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것인데, 임진왜란 때 자신들의 조상이 수장된 바다 위로 배를 띄울 수 없어 땅 밑으로 굴을 뚫고 지나다녔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노랗게 물든 노을, 충무교 위로 하루가 진다


충무교 아래 바닷길로 고깃배가 힘차게 달려간다. 모터의 출력을 최대로 올려 최고의 속력을 내는 것 같다. 일터로 나가는 배들은 저렇게 힘차게 달려간다. 노을 피어나는 통영의 바다 풍경이 마음에 남는다. 저 앞 다리가 걷기여행 도착지점인 충무교다. 이 길은 노을 필 때 걸어야 제 맛이다.

 

충무교에 거의 다 왔다. 충무교 위로 하루 일과를 끝낸 사람들을 태운 시내버스가 지나간다. 충무교 아래에서 길을 건너 좁은 골목을 올라가서 도로를 만나면 좌회전 한다. 그곳이 걷기여행 도착지점인 충무교다. 충무교 가운데까지 꼭 걸어가야 한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멋있다. 충무교 위에 서서 강구안 쪽 바다를 본다. 걸어왔던 길이 바다와 나란히 굽이쳐 흐른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통영대교 쪽 풍경도 감상한다. 어둠이 깔린 야경도 볼만하다.

 

충무교 위에서 강구안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데 배 한 척이 지나간다. 그 옆 도로에는 노란 택시가 바쁘게 달려간다.
바닷길과 육지의 길 위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향기가 전해진다.

 

 

충무교가 이번 걷기여행의 도착지점이지만 여기서 또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주변에는 아직도 돌아볼 많은 곳이 있기 때문이다. 충무교 초입에 의자가 놓여 있다. 그곳에 앉아 엽서를 쓴다. 왔던 길 다시 돌아가 청마 유치환 시인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편지를 보냈던 그 우체국 앞에 설 것이다.

 

조금 전 충무교로 올라왔던 그 골목길로 내려간다. 어느 집 대문 기둥 옆에 빨간 편지함이 보인다. 그 속에는 생활의 편린이 담긴 편지 보다는 차라리 먼 이국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사랑의 시 한 편이 바다를 건너 도착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왔던 길을 되걸어 강구안으로 돌아간다. 유치환 시인이 보낸 사랑의 편지처럼, 통영우체국 앞 우체통에 조금 전에 썼던 엽서를 넣었다.

 

여행지의 향기와 보낸 사람의 사랑이 배어 있는 엽서를 받는 사람은 행복할 것이다. 그것이 단 한 줄의 엽서일지라도. 강구안과 충무교 아래 바다 풍경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담은 엽서는 며칠 뒤 사랑하는 여인에게 도착하리라.

 

 

 

길안내
자가용
대전~통영 고속도로 북통영IC - 통영 - 청마문학관(생가).

 

대중교통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또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통영 행 버스 운행. 통영버스터미널에서 강구안 가는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거의 모든 시내버스가 강구안 인근을 지난다. 버스기사님께 강구안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려달라고 하면 된다. 중앙시장을 지나면 강구안이다. 강구안에서 동쪽으로 약 1km 정도 거리에 청마문학관이 있다. 통영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걷기여행 출발지점인 청마문학관까지 약 6km 정도 거리이니 택시도 탈만하다. 

 

숙소
산양읍(미륵도)에 클럽이에스 통영리조트가 있고 도남관광지에 충무 마리나리조트가 있다.

 

먹을거리

장어구이 - 충무교 아래 장어구이집이 많다.  
졸복해장국 - 중앙시장 한산집이 유명하다.  
충무김밥 - 강구안 바닷길 한쪽에 충무김밥집이 줄지어 있다.

 

주변볼거리
미륵산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를 조망할 수 있다. 안내전화(1544-3303. 055-649-3804)

이순신공원

청마문학관에서 약 1km 거리에 있다. 한산도와 그 앞 바다가 다 보인다. 한산대첩이 있었던 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걷기코스 상세 안내
청마문학관(청마 유치환 생가) - 계단 내려가서 사거리에서 직진 - 바다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 - 계속 직진 - 새마을금고 끼고 좌회전 - 삼성타워프라자 앞 건널목 건너 좌회전 - 사거리에서 우회전 - 강구안 - 통영중앙시장 앞과 SC제일은행 앞을 지나 직진 - 충무로 약국 앞을 지나 직진 - 도로 나오면 신호등 있는 건널목 건너 일방통행길 초입에 도착(청마 유치환 상과 시비 있음) - 유치환 상과 시비 바로 뒤에 있는 일방통행길로 들어가서 조금만 가면 길 왼쪽에 중앙 우체국 있음. 우체국 앞에 우체통과 유치환의 시비가 또 하나 있음 - 왔던 길을 돌아가 다시 강구안 거북선 앞 문화광장에 도착 - 충무교 방향으로 걷기 시작(항구를 왼쪽에 두고 걷는다) - 통영 여객선터미널을 지나고 계속 바다를 왼쪽에 두고 걷는다 - 나포리낚시할인마트 앞에 건널목이 있는데 그 건널목을 건너 좌회전 후 직진 - 교회건물 앞을 지나 약간의 오르막 인도로 올라가서 오른쪽 골목으로 꺾는다. -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도로를 만나는데 거기서 좌회전 - 충무교

 

 


여행하기 좋은 시기 : 봄, 가을

경로 : 네이버 테마지도 보기

총 소요시간 : 2시간

총 거리 : 4.2km

준비물 : 편안한 운동화. 물 한 병. 햇볕 가릴 모자.

 

대한민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통영의 강구안 바닷길을 걷는 코스다. 또한 청마 유치환 시인의 흔적을 밟아 가는 문학기행이기도 하다.

 

오르막이 거의 없는 길을 걷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강구안부터 충무교까지 바닷가 길은 재래시장도 있고 자동차도 많이 다니는 길이지만 삶의 향기가 진하게 풍기는 길이라서 걸을 만하다. 바다와 바다에 기대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행자 마음을 사로잡는다. 데이트 코스로도 좋다. 특히 해질 무렵 노을이 가득 피어날 때 걸으면 최고다. 다 걷고 난 뒤 충무교 아래 장어집에서 장어요리를 즐길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