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자네 할아버지를 먹었네"…170년만의 사과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0. 1. 10. 21:23

"자네 할아버지를 먹었네"…170년만의 사과  

“우리가 자네 할아버지를 먹었네. 용서해주게.” “괜찮습니다.”

남태평양 바누아투 섬의 에로망고족이 한 영국인 선교사의 후손들과 공식적인 용서와 화해의 의식을 치렀다고 BBC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찰스 밀너-윌리엄스의 고조할아버지 존 윌리엄스가 이 섬에 처음 도착한 것은 1839년. 식인 풍습이 있던 이 섬의 원주민들은 그를 잡아 먹었다. 바누아투 국회 랄프 레겐바누 의원은 “식인 풍습이 적의 힘을 흡수하고 위협을 타파하기 위한 성스러운 전사들의 전통적인 의식이었다”며 “우리는 그를 잡아 먹은 점에 대해 오랫동안 죄책감과 열등감을 느껴왔다”고 밝혔다.

바누아투 정부는 결국 그의 후손인 찰스 밀너윌리엄스를 초청해 공식적인 화해 의식을 거행했다. 바누아투의 이올로 존슨 압빌 대통령은 “선교사를 죽였다는 점 때문에 오랫동안 우리는 마치 저주에라도 걸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아왔다”며 “이제 기독교 국가가 된 우리는 이같은 화해의 의식을 갖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선교사는 1816년 남태평양으로 파손돼 이 일대 섬에서 활발한 선교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1839년 어느날 이 섬에 도착했을 때 무척 흥분해 있는 원주민들과 마주쳤고, 섬에 상륙하자마자 죽임을 당했다. 바로 그 전날, 샌들나무 거래꾼들이 이 섬에 들어와 원주민들을 학살했던 것이다.

화해 의식에 참여한 밀너윌리엄스는 “170년 전의 사건이라 무덤덤할 줄 알았는데 원주민들의 꾸밈 없는 감정과 솔직한 사과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섬 원주민들은 화해의식의 일환으로 7살짜리 소녀를 윌리엄스 가족의 양녀로 보냈다. 화해의식 뒤에도 소녀는 친부모와 함께 살게되지만, 윌리엄스 가족은 이 소녀의 양육을 책임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