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봄꽃놀이, 오늘 한번 제대로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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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강변의 버드나무. 춤추는 연록색 나뭇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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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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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개나리가 활짝 폈다. 벚꽃도 제철을 만났다. 진달래가 피었다 지는 듯싶더니, 둑 위에 심어진 철쭉이 가지 끝에 듬성듬성 작은 꽃망울을 매달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그 둑 위에 짙은 분홍빛 꽃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원추리는 이제 겨우 푸른 싹을 틔우고 있다. 아직 꽃을 피우기엔 이른 시기이지만, 이 봄엔 꽃만큼이나 예쁜 싹이다. 원추리 싹이 아니어도, 한강 둔치가 짙은 푸른색으로 서서히 뒤덮이고 있다. 물가에 선 버드나무들이 연녹색 잎을 달고서 잔잔한 바람에 하늘거린다. 한강이 온통 봄빛으로 물들고 있다. 자전거타고 나들이 떠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한동안 근래에 보기 드문 꽃샘추위로, 아침 기온이 0도까지 떨어지고 영동 지방엔 때 아닌 눈까지 쏟아지더니,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해맑은 날이 계속 됐다. 아직 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날씨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따뜻한 날씨에 시민들도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한강으로 몰려들었다. 이 무렵, 서울에서는
자전거여행을 떠나기에 가장 좋은 곳이 한강이다.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도로변 둔치에 무더기로 피어나는 봄꽃들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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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랑천 변 자전거도로 위에서 바라본 응봉산. 산 전체가 노란색 개나리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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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 꽃 중에 꽃으로 대접받을 만한 개나리꽃 응봉산이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바위 틈새까지 빼곡히 개나리꽃이 피었다. 마치 산 하나를 물감으로 노랗게 색칠을 해놓은 듯한 모양새다. 응봉산은 서울에서 개나리가 가장 멋진 장관을 연출하는 곳이다.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꽃 중에 하나여서 늘 관심 밖에 놓여 있는 꽃이기는 하지만, 이 무렵 응봉산에서는 개나리이야말로 진짜 꽃 중에 꽃으로 대접을 받을 만하다. 개나리로서는 응봉산에서 비로소 꽃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방식을 찾은 셈이다.
개나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지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응봉산 말고도, 개나리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곳이 여러 곳이다.
월드컵공원에 나들이를 가는 사람들이라면 홍제천과 불광천에도 꼭 한 번 들러보길 바란다. 자전거를 타고 홍제천을 달리다 보면, 머리 위에 노란색 화관을 쓰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올해 봄은 개나리가 유난히 아름답다. 아마도 별스럽게 추웠던 지난 겨울, 혹독한 시련을 견뎌낸 까닭이 아닌지 모르겠다.
[서울숲]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녀오는, 한가로운 벚꽃 길
서울숲에는 벚꽃이 한창이다. 요즘엔 봄이 되면 벚꽃놀이를 떠나는 게 하나의 상례가 된 듯하다. 언론마다 지역별로 벚꽃이 피는 시기를 세세하게 알려주는 것은 물론, 벚꽃놀이를 떠날 만한 장소를 소개해주는 데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 정도다. 지자체마다 벚꽃축제를 열지 않는 곳이 드물다. 온 동네 벚꽃 축제 수를 다 꼽자면, 아마도 벚꽃 축제를 당할 축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 봄에 벚꽃놀이 한 번 다녀오지 않을 수 없다. 올해는 벚꽃 피는 시기가 늦어 애호가들의 속을 꽤 태웠다. 서울에서도 이제 그 한을 풀 때가 됐다.
서울숲의 벚나무들은 수령이 얼마 안 돼, 아직 풍성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흰 꽃이 하늘을 뒤덮는 멋진 장면을 기대하고 찾아갈 만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가롭게 벚꽃놀이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서울숲이 제격이다. 아직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 아니다. 꽃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넋 놓고 마냥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서울숲은 적어도 윤중로처럼 꽃보다 사람 머리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은 아니다.
서울숲에는 곤충식물원, 꽃사슴사육장 같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도 있다. 꽃사슴에게 당근을 먹이로 줄 수도 있다. 지금은 구제역 때문에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할 수는 없지만, 꽃사슴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서울숲을 찾아온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서울숲은 서울 시내 유치원들의 단골 소풍 장소다.
성수대교 북단 자전거도로에 서울숲 진입로가 있다. 서울숲은 공원 안을 자전거로 돌아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뚝섬] '콤플렉스' 느끼게 만드는 전망문화콤플렉스?
뚝섬유원지는 한강 개발사업 이후, 예전의 정겨운 멋을 잃었다. 이전의 뚝섬은 서민들이 가족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었다. 예전 잔디밭 위에 놀이터와 음악분수대가 들어서면서, 그곳에서 텐트를 치고 가족과 함께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 그 곁에 한여름이면 무더기로 피어나던 금계국 꽃밭도 사라졌다. 언젠가 나도 한 번 기회가 되면 뚝섬 잔디밭 위에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뒹굴뒹굴 금계국 향기를 맡으며 오수나 즐겨보자고 생각했던 게 이젠 영 물거품이 돼 버렸다.
뚝섬유원지에 이상한 모양의 시설이 들어섰다. 일명 '전망문화콤플렉스'라는데, 이름 참 어렵다. 그 이름이 너무 난해한 탓인지 '자벌레 전망대'라는 별칭을 붙였다. 그런데 이 물건, 서민에게 '콤플렉스' 주기 딱 좋은 시설이다. 우선 콤플렉스 안에 들어가 보는 전망이나 강가에서 바라보는 전망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그 안에서 보는 전망이 더 갑갑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콤플렉스를 차지하는 상당 공간이 '기프트숍', '카페', '레스토랑' 등으로 채워져 있다. 그것들이 일단 '전망문화'라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레스토랑 음식 가격, 참 비싸다. 이곳의 메뉴판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이 공간이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의심스러워진다. 이 안에 왜 기프트숍이나 레스토랑 같은 것들이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전체적으로 그 정체가 뭔지 알기 어려운 곳이다.
그러고 보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발사업이라는 게 다수의 '서민'들이 즐겨 사용하던 공간을 소수의 '부자'들이 가끔 사용하는 공간으로 뒤바꾸는 작업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서울시는 이 시설에 145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했다. 그 돈이 누구 호주머니에서 나왔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내가 계속 이곳을 찾아가는 이유는 이곳에 토요일마다
벼룩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벼룩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마저 없다면, 더 이상 이곳을 찾아갈 일도 없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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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뚝섬 유원지, 토요일마다 열리는 벼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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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발 아래 봄까치꽃이 반갑게 인사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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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재천 둑 위 산책로 길가에 핀 벚꽃과 개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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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은 야생화를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천변에 풀이 우거져 야생화들이 계절마다 번갈아 물가를 장식한다. 요즘 같은 개발 시대에 그 풀들을 걷어내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지금은 자전거도로변에 봄까치꽃이 수두룩하게 피어 있다. 꽃잎이 초미니라 먼 곳에 시선을 두고 있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에서 내려 허리를 굽혀야 비로소 아기 손톱만큼 작은 옅은 하늘색 꽃잎이 눈에 들어온다. 길가에 자리를 틀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참 앙증맞다.
양재천 둑 위로는 벚꽃과 개나리가 한창이다. 하늘 높이 솟은 회색 건물과, 화사한 꽃빛으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벚꽃과, 수수하지만 푸근한 느낌을 주는 개나리꽃들이 서로 묘한 대비를 이룬다. 마침 그 길 위로 토요일 오전 체험 학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여학생들의 수다가 싱그럽다. 양재천 자전거도로에서는 다양한 풍경만큼이나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탄천2교 아래에서 한 경찰관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자전거 안전하고 올바르게 타기' 즉석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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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안전하고 올바르게 타기 즉석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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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봄꽃놀이, 자전거도 좋지만 안전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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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햇살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 자전거도로 위를 달리는 자전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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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는 꽃보다 사람 구경이 우선이다. 토요일 오후, 윤중로에서 펼쳐지는 벚꽃축제를 즐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윤중로를 벗어나 여의도 한강공원까지 가득 메웠다. 둑 위로는 벚꽃이 만발하고, 강변 둔치 위로는 사람꽃이 가득 피었다. 천안함 사건으로 축제 규모를 크게 줄였다지만, 사람들은 예년보다 늦게 찾아온 봄기운을 그냥 떨쳐 버리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여태껏 수도 없이 여의도 한강공원을 다녀갔지만, 이날처럼 많은 사람은 처음이다. 여의도 벚꽃축제는 27일까지 계속된다. 이 축제는 아마도 이번 주말,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때맞춰 자전거 대여점이 성황이다. 날은 따듯하지, 자전거도로는 시원하게 뻗어 있지, 아마도 여의도까지 와서 자전거를 타지 않고 돌아가는 게 꽤 억울할 수도 있겠다싶다. 그 바람에 한강 자전거도로 중에 비교적 넓은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여의도 자전거도로가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미어터질 지경이다. 연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2인승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 그 모습이 부럽기는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걱정스럽다. 사고 위험이 너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여의도 주변에서만, 부주의로 사고를 일으킬 뻔한 2인승 자전거를 무려 5대나 목격했다. 그 중 4건이 도로 위에서 별 생각 없이 U턴을 시도하는 자전거들 때문에 일어날 뻔했다. 모든 도로가 다 마찬가지지만, 자전거도로에서 일어나는 사고 역시 갑작스런 방향 전환이 가장 큰 사고 유발 원인이다.
갑자기 자전거 진행 방향을 바꾸는 연인들은 도로 위에 자신들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등 뒤에 태우고 달리는 그 기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그 기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나 말고 다른 자전거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굳이 온몸으로 확인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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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자전거도로변에 피어나기 시작하는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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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1건은 앞에 보이는 언덕 아래 회전길에서 채 핸들을 돌리지 못하고 직진을 하던 자전거였다. 언덕에서 속도를 충분히 제어하지 못한 탓이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러다 겨우 회전을 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가운데 도로 구분선을 넘어 역주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2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무려 4대의 자전거와 추돌할 뻔했다. 그런데도 그 철없는 연인들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를 남기고 사라졌다. 아, 정말 얄밉다. 사실 이런 자전거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그저 자전거에 익숙한 내가 알아서 피해가는 수밖에. 방어운전이 최선이다.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다. 그만큼 자전거 사고를 내거나 당할 가능성도 높은 계절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어떠한 종류의 자전거를 타든, 그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있든 최대한 속도를 낮춰야 한다. 그래야 방어운전도 가능하다. 오래간만에 즐거운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나선 나들이길이,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나선 정다운 꽃놀이길이, 사고로 얼룩지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말이다.
이날(17일) 여행은 청계천 고산지교에서 시작해 서울숲, 뚝섬을 거쳐간 다음, 잠실대교를 넘어 양재천, 여의도 한강공원을 돌아오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이날 자전거로 이동한 총 거리는 약 80km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