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의 문화
관광해설사 곤도 마치요(近藤町代·여·54·
사진)씨. 그는 지난 1989년
일본 도쿠시마(德島)현에서 무주로 시집왔다. 지금이야 무주에만 다문화
가정이 154가구나 되지만 당시만 해도 무주를 통틀어 제 1호
국제결혼이었다. 그는 무주군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일본어를 가르치면서 거꾸로 한국어를 배웠다. 그러다가 무주 덕유산리조트 등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찾아들면서 군청측의 요청으로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문화관광해설사 일까지 맡게 됐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무주를 방문하면 그가 꼭 데려가는 곳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적상산의 사고다. 조선왕조가 이처럼 깊은 곳에 실록을 보관해야 했던 까닭을 설명하다 보면 임진왜란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다. 거듭된 일본의 침입이 얼마나 조선 사람들을 괴롭혔으며, 전란을 극복하기 위해 백성들이 어떻게 힘을 합쳤는가를 설명해 준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일제강점기 의병 이야기까지 연결된다. 조상들의 침략행위에 대한 비판이니 일본인 입장에서는 다소 거부감이 없을 리 없겠다. 그러나 자신과 같은 국적의 일본인이 설명해 주는 것이니만큼 일본인 관광객들은 그의 설명을 경청한다. 이렇게 설명을 해주면 일본인 관광객 대부분은 ‘미처 몰랐던 사실’이라며 놀라워한단다.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하는 일이지요. 일본인인 제가 감명을 받은 곳이면 다른 일본인들도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렇다면
외국인의 눈으로 본 무주 관광의 매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는
무주의 관광객 유치 노력에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했다. 우선 군민들이 관광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작은 마을도 관광지를 개발하고 특산물을 선보이며 자부심을 갖는데, 무주의 경우는 민간 차원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내세울 만한 먹을거리와 숙소가 부족한 점도 아쉽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관광지로서 무주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무엇보다 무주가 오염되지 않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