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취미생활 여행

덕유산 눈꽃 여행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2. 1. 11. 23:54

 

純白향연 펼치는 ‘冬花나라’
덕유산 눈꽃 여행
뽀드득 뽀드득…. 푸른 여명 속에서 눈길을 오릅니다. 눈밭에 찍히는 제 발자국 소리만 데리고 가는 길입니다. 아직 해가 뜨기 한참 전이지만 산길이 이어지는 눈꽃터널 안은 눈빛으로 온통 환합니다. 무주, 진안, 장수를 모아 일컫는 이른바 '무진장'의 지붕 덕유산. 우리 땅에서 네번째로 높다는 그 산에 들어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꾹꾹 딛고 오르는 길입니다.

무주구천동을 거슬러 올라가 백련사를 거쳐 향적봉으로, 거기서 중봉을 거쳐 동엽령까지 이어지는 눈길은 감격적일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수명을 다해 고사한 주목들도, 살아 있는 구상나무들도 모두 눈을 뒤집어쓰고 온통 흰빛으로 서있습니다. 철쭉나무 관목들도 가는 가지마다 눈으로 치장하고 있습니다. 눈 돌리는 곳마다 펼쳐지는 순백의 풍경이 어찌나 장엄하던지요. 운무가 밀려들면서 기대했던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동엽령쪽으로 길을 잡는 순간 구름이 걷히면서 일대의 고산준령들이 운해로 가득찬 풍경은 일순 숨이 멎을 정도로 장엄했습니다. 높은 산들이 섬처럼 떠있고, 그 어깨쯤에 구름이 바다처럼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그 길에서는 부디 감탄사를 아껴두어야 할 겁니다.

↑ 겨울 덕유산은 눈꽃도 눈꽃이지만, 이른 아침 운해가 피어날 때 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덕유산 중봉에서 동엽령 쪽으로 내려서는 설원 능선의 뒤쪽으로 남덕유산의 무룡산과 삿갓봉, 서봉 등이 운해에 잠겨 있다. 마치 히말라야의 고산준령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다.

지금껏 겨울 덕유산의 설경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면, 겨울 여행의 진수를 아직 만나지 못하신 겁니다. 올해는 덕유산에 눈이 늦었습니다. 늦게 당도한 만큼 설경은 예년보다 훨씬 더 아름답더군요. 신년의 서설이 쌓인 눈꽃터널을 지나 끝간 데 없이 눈밭이 펼쳐진 능선으로의 여행에 초대합니다.

살펴보니 겨울 무주는 덕유산 말고도 즐길 것들이 꽤나 많더군요. 무주의 다섯 곳 와이너리에는 머루로 빚은 와인이 달큼한 향내를 풍기며 익어가고 있었고, 반디랜드의 천문과학관에서는 겨울의 별자리가 환하게 떴습니다. 게다가 오는 13일부터는 무주읍의 남대천에서 얼음축제도 열립니다. 겨울의 한복판에서 서정을 만끽할 수 있는 곳. 무주로 떠나 보시지요.

무주 = 글·사진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덕유산 가는 길 먹을 것

"무주의 겨울, 빼어나지만 민간차원 노력 더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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