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jpg 2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147_030d7e8e966169ab4c7f67c291c333f4.jpg)
-인생은 만남이다. 사람이 한 세상을 살면서 깊은 만남을 갖는 사람은 불과 10여 명도 안 되는 것 같다.
![22.jpg 22.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213_134ce63057f068a219a0df338fb0b723.jpg)
열 손가락으로 셀 정도의 극소수의 사람과 깊은 만남을 우리는 가질 따름이다.
![23.jpg 23.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233_648b9906a614a4bb30c20591243c65ec.jpg)
나를 낳아 준 아버지와 어머니, 핏줄기로 얽힌 2, 3명의 형제 자매, 그리고 아내 또는 남편, 나의 분신인 2, 3명의 내 아들과 딸들, 그리고 막역한 2, 3명의 지기(知己), 사숙(私淑)하는 은사님 한두 분,
![25.jpg 25.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356_cf5793938b321b67b3b667655b375703.jpg)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 한둘과 가까운 친척 2, 3명, 그 밖에 어떤 인연으로 얽힌 한두 명의 선배 또는 은인(恩人),
인간이 이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서 가장 가까운 이는 이런 범위 이런 정도가 아닐까 싶다.
![26.jpg 26.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521_eb935669c45405844c35aafbd5fe43d7.jpg)
-우리는 겨우 10여 명의 사람과 일생 동안 깊은 만남을 가질 뿐이다. 그 밖의 만남은 모두 옅은 만남이요, 일시적인 만남이요,
피상적인 만남이요, 만나나 마나 한 만남들이다. 10여 명의 사람과 우리는 깊은 실존적인 만남을 가질 따름이다.
![27.jpg 27.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543_e0e28452229af52e70f87dd03c3a30c2.jpg)
-우리는 그 10여 명의 사람을 神이 내게 주신 은혜요, 선물이요, 운명으로 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극진하게 대해야 한다. 그것은 불교적 표현을 하면 전생(前生)의 한량없이 깊은 인연이다.
![28.jpg 28.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601_129e458698c4745a32d44582161b51d8.jpg)
-길가에서 옷자락 한 번 스치고, 얼굴을 잠깐 보고 지나쳐 버리는 무연(無緣)의 중생들이 많다. 그들은 나와 아무 깊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야말로 남남이다.
![30.jpg 30.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647_e3e6f22244e557f1758d397a98734145.jpg)
-그러나 그런 하잘것 없는 인연도 전생에 5백 번 만난 사람이라야 그것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31.jpg 3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707_f0d0b070be593820651230120b0374be.jpg)
-한지붕 밑에서 한솥의 밥을 먹으면서 일생 동안 같이 살아가는 부모 자식, 아내, 형제 자매는 아마 전생에서 수억 번 만난 깊은 인연의 결과요, 산물일 것이다. 우리는 전생의 기억은 없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만나는 사람은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32.jpg 32.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735_853b031a43495200d111d6f5239398a3.jpg)
전생에서 만났던 친구를 금생에서 또 만나는구나, 하고 다정다감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불교의 신앙인은 아니다. 그러나 인연사상(因緣思想)을 퍽 의미 깊게 또 재미있게 생각한다.
![34.jpg 34.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839_fed1da6da79ca8f0cba2aa0c88e14d9e.jpg)
-우리는 10여 명의 인간과의 깊은 만남 이외에 고인(古人)들과의 두터운 정신적 만남을 갖는다. 그것은 주로 독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독서는 옛사람과의 깊은 정신적 만남이다.
![35.jpg 35.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100901_b21f0bedce1dfeee7e158f1a8888beab.jpg)
나는 고인을 볼 수 없다. 또 고인도 나를 볼 수 없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고인을 만난다. 우리는 독서를 하면서 원효(元曉)도 만나고, 퇴계(退溪)도 만나고, 만해(萬海)도 만난다.
![1.jpg 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094541_f3ccdd27d2000e3f9255a7e3e2c48800.jpg)
-또, 공자(孔子)의 음성도 듣고, 노자(老子)의 말도 듣고, 도연명(陶淵明)과 상봉(相逢)하고 손자(孫子)와 조우(遭遇)한다. 또 예수를 만나고, 석가를 대하고, 플라톤에 접하고, 괴테와 해후한다.
![2.jpg 2.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094619_156005c5baf40ff51a327f1c34f2975b.jpg)
만일 책이 없다면 우리는 절대로 그분들과 정신적 만남을 가질 수가 없다. 시공을 초월하여 동서고금의 위인들과 깊은 정신적 만남을 갖는 길은 오직 책을 통해서 뿐이다.
![3.jpg 3.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094647_799bad5a3b514f096e69bbc4a7896cd9.jpg)
-그러므로 책처럼 위대한 것이 없다.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라고 옛 시인은 읊었다. 나라가 망해도 산하는 그대로 남아 있다고 했다.
![5.jpg 5.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094749_032b2cc936860b03048302d991c3498f.jpg)
나라가 무너져도 책은 남는다. 책은 정신을 담는 그릇이요, 말씀의 집이요, 사상의 창고요, 얼의 결정체(結晶體)다.
![6.jpg 6.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094823_18e2999891374a475d0687ca9f989d83.jpg)
-누구나 고인(古人)들과 깊은 정신적 만남을 갖는다. 그것도 인생의 큰 인연이다. 서로 인연이 깊었기 때문에 그 분을 좋아하고 그 어른의 말에 감명을 받는 것이다. 그런 고인도 10여 명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렇다.
![7.jpg 7.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094848_fe5df232cafa4c4e0f1a0294418e5660.jpg)
나의 정신 형성에, 인격 건설에, 사상 심화(思想深化)에 크고 깊은 영향을 준 이는 약 10명밖에 안 되는 것 같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도산(島山)과 춘원(春園)을 든다.
![10.jpg 10.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095052_ae566253288191ce5d879e51dae1d8c3.jpg)
그리고 중국인으로서는 공자를 들어야 되겠고, 인도인으로서는 간디와 석가를 들고 싶다. 또 그리스도를 들지 않을 수 없다.
![12.jpg 12.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095211_8df7b73a7820f4aef47864f2a6c5fccf.jpg)
-서양인으로서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키에르케고르, 파스칼, 스피노자, 러셀, 괴테, 톨스토이를 들고 싶다.
![14.jpg 14.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095304_edab7ba7e203cd7576d1200465194ea8.jpg)
이들은 내가 살아 오면서 정신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분들이다. 모두 10여 명 정도다. 이분들의 사상적 영향을 받지 않았더라면
나는 정신적 공허(空虛)에 빠졌을 것이다.
![15.jpg 15.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095327_db3a17f7bcac837ecc1fe2bc630a5473.jpg)
-나의 사상이나 인격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은 살아 있는 현실의 사람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만난 10여 명의 고인(古人)들이다. 그러고 보면 산 사람보다도 죽은 사람의 힘이 더 크다.
![17.jpg 17.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095439_64b8299d1597b8a5c7b9cb9c88642f6c.jpg)
-이 20여 명의 존재가 나의 보배요, 나의 사랑이요, 나의 재산이요, 나의 세계다.
![18.jpg 18.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56/23456/14/20110404_095525_a269962fe1424e1ca3e68c328b9fed61.jpg)
-이 20여 명의 존재가 나의 보배요, 나의 사랑이요, 나의 재산이요, 나의 세계다.
- 인생은 너와 나의 깊은 만남이다. 만남처럼 소중한 것이 없고, 만남처럼 뜻깊은 것이 없다. 만남이 우리의 인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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