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인간 잠수의 한계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0. 5. 15. 22:59

 

 

1993년 개봉한 뤽 베송 감독의 [그랑블루(Le Grand Bleu)]는 ‘자크(Jacques Mayol: 장-마크 바 분)’와 ‘엔조(Enzo Molinari: 장 르노 분)’ 그리고 ‘조안나(Johana: 로잔나 아퀘트 분)’의 사랑과 우정이 주된 줄거리이지만, 거대한 푸른색 바다와 당시 무호흡 잠수 분야의 세계챔피언이었던 실재 인물 ‘자크 마욜’(가변 웨이트 잠수기록 수심 105m)을 모델로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인간의 잠수 기록, 인간이 얼마나 깊이 잠수할 수 있을까?

그랑블루 개봉은 “인간이 얼마나 깊이 잠수할 수 있을까?”라는 대중적 관심으로 연결되었다. 원시시대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시작되었을 인간의 잠수 활동이 이제는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가지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셈이다. 모험가들이 도전하는 종목은 크게 기구에 의존하지 않는 무호흡 잠수방식(스킨 다이빙)과 기구에 의해 공기를 공급받는 방식(스쿠버 다이빙)으로 나눌 수 있으며, 무호흡 잠수 방식은 다시 4가지 종목으로 구별된다. 무호흡 잠수방식에 대한 종목별 소개와 현시점에서 세계기록 보유자와 기록은 다음과 같다.

 

1. 고정 웨이트 종목

웨이트(몸이 가라앉기 위해 착용하는 납)와 핀(오리발)을 착용하고 핀의 힘만으로 하강했다가 상승하는 방식이다. 수면으로 돌아올 때 무거운 웨이트를 그대로 몸에 지닌 채 상승해야 하므로 고정 웨이트 종목이라 불린다. 고정웨이트 종목은 핀을 착용하는 종목과 핀을 착용하지 않는 종목으로 나뉜다.

 

고정웨이트 종목

 

 

핀을 사용하지 않는 종목은 하강과 상승 시 동일한 웨이트를 착용하지만 목표 수심까지 내려간 다음에는 핀을 버리고 상승해야 한다. 물 속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핀의 도움이 필수적인데, 핀 없이 발의 힘만으로 수면으로 올라와야 하므로 고정 웨이트 종목보다 깊이 내려갈 수가 없다.

 

 

고정 웨이트 핀 미착용 종목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모두 웨이트를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 고정웨이트(왼쪽)와
올라갈 때는 웨이트를 버리고 빠르게 상승하는 가변웨이트(오른쪽)

 

  

 

2. 가변 웨이트 종목

로프에 달린 활차(도르레)를 이용하여 웨이트의 무게로 내려갔다가, 올라올 때는 웨이트를 떼고 로프를 잡아당기거나 핀의 추진력으로 올라오는 방식이다. 이때 웨이트는 몸무게의 1/3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3. 자유하강 종목

동일한 무게의 웨이트를 착용하고 핀의 추진력에 의존하지 않은 채 하강과 상승한다. 로프 등 하강 줄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정 웨이트 핀 미착용 종목과는 다르다.

 

 

 

 

4. 무제한급

하강할 때나 상승할 때 사용 가능한 모든 장비를 이용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방식이다. 대개 엄청난 무게의 웨이트에 의해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 목표 수심에 도달한 다음 웨이트를 버리고 상승 부력을 얻기 위해 리프트 백(공기주머니)을 이용하여 순식간에 상승한다. 다른 종목들보다 깊은 수심까지 도달할 수 있지만 인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위험을 안고 있다.

 

 

 

 

 

깊은 곳에 잠수했다가 올라올 때, 압축공기가 완전히 배출될 수 있도록 천천히 상승해야

 

 

스쿠버 장비를 이용하는 방식으로는 영국인 마크 엘 야트(Mark Ellyatt)가 2003년 12월 태국 푸껫에서 313m까지 잠수한 것이 세계기록이다. 엘 야트는 313m 지점까지 12분 만에 도달했으며, 올라오는 데는 6개의 공기통을 소모해가며 6시간 40분이나 걸렸다. 상승 시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깊은 수심에서 호흡할 때 사용한 압축공기의 기포가 몸에서 완전히 배출되기 위해서는 수심과 체류시간에 비례하는 만큼의 시간 동안 수중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엘 야트가 신기록을 달성하기 전까지 세계 최고기록 보유자였던 존 베넷(308m/2001년 수립)은 자신의 기록이 엘 야트에 의해 갈아 치워진 지 석 달 후인 2004년 3월15일 우리나라 서해 56m 수심에서 침몰 선박 조사 작업을 벌이다가 실종되고 말았다. 이들과 같이 일반인들의 잠수 한계를 넘어서는 대심도 다이버들을 테크니컬 다이버라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도 IANTD∙TDI∙PSAI 등 전문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 특수 기체를 이용하여 장시간 수중에 체류하는 데 이용되는 포화 잠수 방식으로는 우리나라 해군 해난구조대(SSU)가 2003년 5월 프랑스 교육 연수 시 450m 수심과 같은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기록이 있다. 실제 작전에서는 1998년 거제도 해역으로 침투하다 우리 해군에 의해 격침된 북한 반잠수정을 150m 수심에서 인양한 사례를 들 수 있다.


다이버가 심도계를 보면서, 상승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깊은 수심에서 호흡할 때는 사용한 압축공기의 기포가 몸에서 완전히 배출이 될 수 있도록, 천천히
상승해야 한다.

 

 

 

 

잠수함을 타고 가장 깊이 내려간 기록은 트리에스트 2호의 10,918m

잠수함을 이용해 가장 깊이 내려간 기록은 1960년 1월23일 미 해군 잠수정 트리에스트 2호에 승선한 조종사들이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 해연 10,918m까지 도달한 것이다. 하지만 트리에스트 2호는 자체 동력으로 이동 가능한 현대식 잠수정이 아니라 모선에 예인되어 단순한 부력조절만으로 하강과 상승을 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였다. 자체동력을 가지고 있으며 현존하는 심해 유인 잠수정 중 가장 깊은 수심까지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일본 신카이(Sinkai) 6500으로 최대 잠수 가능 수심이 6,500m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2006년에 6,000m까지 내려갈 수 있는 심해 무인 잠수정 ‘해미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6,000m까지 내려갈 수 있는 우리나라의 심해 무인 잠수정 ‘해미래’(왼쪽)와 민간 1인 잠수정인 패스파인더(오른쪽)

 

 

 

2001년 8월 당시 국내에서 활동하던 민간 1인 잠수정인 서브씨텍(Subseatech)사의 패스파인더(Pathfinder)호가 동해 왕돌짬 의 수중환경을 탐사하기 위해 620m 수심까지 잠강한 적이 있었다. 패스파인더호의 조종사 임흥현씨는 한국해양대학교 스쿠버팀인 ‘AQUA Man’ 출신으로 목표 수심에 도달하고 나서 2시간 만에 모선으로 귀환하였다. 임씨에게 기분이 어떻더냐고 묻자 “무서웠고 잠수정 안에 가득 차는 축축한 느낌으로 불쾌했다.”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암흑천지인 수백m의 바다 속에서 잠수정에 부착된 음파탐지기(SONAR)에만 의존해 이동해야 하는데다, 혼자라는 외로움과 두려움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대단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는 임흥현씨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해양 모험가이자 개척자라 할 만하다.

 

 

장비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일반인은 30m 이상 내려가면 위험해

일반인들은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는 수심 10m 이하로 내려가기가 어려우며 오랜 경험으로 단련된 우수한 제주 해녀의 경우는 20m까지 내려가 작업을 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스쿠버 장비를 착용할 때 여러 교육단체 등에서는 내려갈 수 있는 수심의 한계를 30m 이내로 규정한다. 왜냐하면 생리학적으로 수심 30m 이하 지점에서는 체내에 녹아 들어가는 질소 분압(부분압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신경세포의 작용을 방해하여 수중에서 정신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3월15일 우리나라 서해에서 사고를 당한 존 베넷도 30m가 넘는 수심에서 오는 질소 마취에 의해 의식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서해의 강한 조류에 휩쓸리고 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질소 마취는 30m 이하에서 모든 사람에게 언제나 오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내성이 다르며 경험이 풍부한 다이버라도 그날 컨디션에 따라 질소 마취가 오는 경우도 있고 괜찮은 경우도 있다.

 

다이버들이 해외로 다이빙을 가면 하루 5회 정도 계획을 잡아 다소 무리한 다이빙을 할 때가 있다. 하루 이틀은 괜찮지만 며칠 동안 반복하다 보면 수심 30m 안팎에서 다소 정신이 몽롱해지곤 한다. 이때 물 속에서 노래도 흥얼거리고 구구단도 외어 보는 등 몸의 상태를 점검한다. 이때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얕은 수심으로 상승해야 한다. 얕은 곳으로 올라오면 수압이 낮아지므로 질소 분압이 떨어져 질소 마취 현상이 사라지게 된다. 다행히도 질소 마취는 그 상태만 벗어나면 후유증은 없다.

 

 

공기의 공급 없이 물 속에서 가장 오래 버틴 시간은 17분 4.4초

공기의 공급 없이 물 속에서 가장 오래 버틴 기록은 2008년 4월30일 시카고에서 실황 중계된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한 마술사 ‘데이비드 블레인’이 세운 17분4.4초이다. 스쿠버 장비를 착용한 채 물 속에서 가장 오래 버틴 기록은 2004년 9월1일 미국 테네시 주 출신의 제리 헐이 테네시 주에 있는 호수의 4m 수심에서 버틴 120시간 1분 25초이다. 제리 헐이 물 속에 머무는 동안 동료가 음식물을 날라 주는 등 보조자 역할을 했으며, 그의 아내는 한 번만 더 이런 모험을 하면 이혼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받아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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