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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관급 전쟁 영웅에게 주어진 육군葬의 영예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2. 5. 2. 23:26

 

[사설] 위관급 전쟁 영웅에게 주어진 육군葬의 영예

 

여든셋에 세상을 뜬 김한준 예비역 대위 장례식이 1일 육군장(陸軍葬)으로 치러졌다.  참모총장 출신에게만 돌아가던 육군장이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위관급 장교에게도 주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위는 열여덟에 국방경비대에 들어가 6·25가 터지자 소위로 임관했다. 그가 중대장으로 나선 철원 425고지 전투에서 중공군 1개 대대를 무찌른 전과(戰果)는 우리 전쟁사(史)에서 '지도를 바꾼 승리'로 기록될 만큼 값졌다. 그러나 작년 10월 육군장 자격 규정이 '전사자'에서 '수훈자'로 바뀌지 않았다면 그 역시 쓸쓸하게 땅에 묻혔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군인들의 예우와 장례에 인색했다. 조창호 예비역 중위는 6·25 때 포로로 잡혀가 북한에서 갖은 고난을 겪다 1994년 탈출했다. 한국에 돌아온 그가 병상에 누운 채 국방장관에게 귀환 신고를 했을 때 많은 국민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2006년 그의 장례식은 국군장·합참장·육군장·부대장 어디에도 끼지 못한 향군장이었다. 국군장은 1956년 김창룡 특무대장의 국군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네 차례 합참장은 모두 합참의장 출신 차지였다.

미국은 군인이 죽으면 표준명예장례·최고명예장례·국군장례 세 가지 등급으로 장례를 치른다. 등급을 정할 때는 무엇보다 전공(戰功)이 중요하다. 우리 태극무공훈장에 해당하는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은 장병의 장례식에는 대통령이 참석한다. 프랑스호주는 2000년대 들어 각기 1차대전 마지막 참전 용사가 숨지자 국장(國葬)으로 치렀다. 호주는 전국에 반기(半旗)를 걸었고 총리가 해외 방문 중 서둘러 귀국했다.

우리나라에서 전공에 따라 태극·을지·충무·화랑·인헌, 5등급의 무공훈장을 받은 분 중에 생존자는 2만7000여명이다. 4분의 3이 6·25 참전 용사이고 33%가 80세 이상이다. 무공 수훈자는 등급에 관계없이 월 18만원 영예수당을 받고 있다. 월 1100달러 특별수당에 갖가지 혜택을 받는 미국 명예훈장 수훈자와는 비교가 안 된다.

제대로 된 나라는 전쟁 영웅의 계급을 따지지 않는다. 파리 개선문 아래 '여기 조국을 위해 숨진 한 병사가 있다'는 묘비가 서 있다. 병사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모시는 정신이다. 이런 일에 소홀하면

 대한민국은 '목숨 바쳐 싸울 나라'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