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 측근 박영재씨 "300억 계좌? 사실이면 내 목 자른다"
검찰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친형인 건평(70)씨 주변 계좌에서 수백억원대의 뭉칫돈을 발견하면서 건평씨 측근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창원지검과 대검에 따르면 창원지검 특수부는 노 전 대통령 재임시기인 2005년부터 2008년 5월 사이 건평씨 측근이자 노 전 대통령의 중학교 9년 후배인 박영재(57)씨 통장에 300억원대 자금이 입금된 정황을 포착했다.
박씨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20일 매일경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터무니없다. 사실이라면 내 목을 자르겠다. 수백억 원 비밀계좌가 있으면 장사를 하겠나. (건평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전기안전기기 제조업체) KEP는 2007년 설립 당시 이사로 등재해 달라고 해 서류만 떼줬고 자본금을 댄 적도, (건평 씨와)금전거래를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동생 이름의)고물상 계좌에는 잔액이 200만원밖에 없다. 부도 직전”이라며 “2008년 노 전 대통령 연루자금이 있는지, 탈루 여부 등과 관련해 국세청, 창원지검,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았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건평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전기안전기기 제조업체 KEP사 주소지에는 ‘한영건설’이란 간판이 걸려있다. 이 회사 대표는 건평씨가 명목상 대표이사로 앉힌 것으로 알려진 이석주씨다. 박씨를 비롯해 정모씨, 장모씨, 김모씨 등이 KEP사 이사로 등재돼 있으며 이들은 모두 건평씨와 학연·지연으로 얽혀 있다.
이에 앞서, 박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업하는 사람이 그 정도 돈도 왔다갔다하지 않겠나. 일년에 (고물을) 150억~200억원 정도를 하는데…”라면서 “대검 중수부에도 몇 차례 불려가서 이미 조사를 받았는데 나온 것이 없다. 나는 노건평 선생과 돈거래 한 거 없다”고 했었다.
박씨는 노 전 대통령 취임 때부터 퇴임 후까지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 등에서 열린 각종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얼굴을 내밀어 온 인물이다. 건평씨가 친동생 이상으로 챙겨서 “봉하대군(건평씨) 옆에는 박영재가 있다”는 말까지 돌아다녔다.
박씨는 건평씨뿐 아니라 친노(親盧) 인사들이 경남 김해시나 노 전 대통령 생가 등을 방문할 때도 모습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와 자살했을 때, 언론에 노 전 대통령 고향마을의 표정 등을 전달한 것도 그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노 전 대통령이 나온 김해 진영중학교 9년 후배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2006년 9월 퇴임 후 살 사저(私邸) 신축 후보지를 물색하기 위해 봉하마을에 들렀을 때, 후보지 가운데 한 곳으로 염두에 뒀다는 봉하마을 마을회관 뒤쪽의 토지 소유주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잠시 운영했던 생수회사 장수천에도 1억원을 투자했다는 말도 있다.
박씨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번영회장으로 현지에서 ‘영재고철’이란 고물상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 업체는 현재 박씨의 친동생이 대표로 돼 있으며 검찰은 이 회사 계좌에서 2005년부터 3년간 수백 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거래된 정황과 의심스러운 계좌 흐름을 포착하고 집중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