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어느 우울한 퇴직 교감 할배를 위한 변호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2. 8. 25. 10:16

 

[박성현 칼럼] 어느 우울한 퇴직 교감 할배를 위한 변호

장준하 암살범은 초절정 무공 지닌 무림고수?

20 Kg 가량 쇠망치 들고 험준한 산을 호랑이 처럼 날라다녔다니...  

오랫동안 장준하 선생을 스승으로 따르던 김용환씨(당시 윤리교사. 나중에 교감으로 퇴직함)는 ‘운명의 그 날’ 수 십 명이 함께 등산 가는 호림 산악회 사람들과 함께 대절 버스에 올라탔다. 1975년 8월 17일 일요일이었다. 40 명 가까운 사람들이 빼곡이 대절버스를 탔다. 따가운 여름 햇살이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기운이 도는 날씨.

호림 산악회원들은 처음부터 등산이 아닌 이런 계곡에서 물에 발 담그고 밥 지어 먹으며 더위를 피할 요량이었다. ⓒ
▲호림 산악회원들은 처음부터 등산이 아닌 이런 계곡에서 물에 발 담그고 밥 지어 먹으며 더위를 피할 요량이었다. ⓒ

말이 등산이지 모두들  시원하게 소리내는 맑은 계곡 물 옆에서 노는, '계곡파'가 되기 원했다. 그러나 밥 지을 사람만 빼고 다들 산행에 나섰다. 김용환은 꾸무럭거리다 그만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앞선 사람들이 갔다고 하는 방향으로 부지런히 따라 올랐지만 일행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저 앞에 장선생이 앳되 보이는 사병 두 명과 이야기하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생 혼자 뿐이었다. 장선생과 함께 산행을 했다. 장선생은 문득 "빠른 길로 내려가야 돼. 이쪽으로 가지!"라라고 말했다.

아뿔사. 그 길은 나중에 가파른 바위 절벽으로 이어졌다. 요즘은 이를 암능(Ridge)이라 부른다.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바위 사이에 난 좁은 길과 나무를 잡아가면서 오르내리는 곳. (서울 중심가에서 제일 가까운 '아찔한' 암능은 북한산 보현봉 직벽, 탕춘대 직벽이 꼽힌다).

김용환은 장선생님께 "이리로는 내려갈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다, 길이 있네.  절벽으로 보이지만 실은  여러 길이 있네. 바위틈 사이 사이의 좁은 길과 나무를 이용해서 내려가면 되네"라고 말했다.

김용환은 정신없이 내려갔다. 어느 만큼 내려 왔을까...뒤에서 쿵 소리가 들렸다. 장선생은 고운 모래가 있는 부분에 누워있었다. 호흡하는 소리가 났다. 김용환은 장선생을 살피다 정신없이 뛰었다. 처음에 출발했다고 생각되는 곳을 향해서.

김용환은 울며 불며 뛰어 내려와 일행에게 알렸다. 그리고 상황을 증언했다.

그러나 그는 평생 ‘의문사’에 연관된 ‘의문의 사람’으로 낙인 찍힌 채 살았다. "김용환이 절벽에서 장준하를 밀어서 추락사시켰다"라는 루머가 나돌았다.

졸지에 '떠밀기 추락사' 암살범'이라는 눈초리를 받게 되었다.

심지어 "연좌제로 교사 취직이 안 되던 사람이 갑자기 정교사로 발령났다"고까지 소문이 났다. (당시 당진, 서산은 교사가 태부족이어서 취직되는 게 당연했다)

DJ, 노무현때는 철저하게 조사받았고 일가 피붙이까지 샅샅이 '센터' 당했다.

이제 37년이 지나 전혀 엉뚱한 음모론이 튀어나왔다.

추락(실족이든, 떠밀었든)이 아니라 ‘흉기 타살’이란다. 마침내 '떠밀기 추락사'라는 원시적 방법을 사용한 암살범이 아니라, '흉기 타살'이라는 첨단 방법을 사용한 암살범 누명을 쓰게 된 셈이다.

머리 뒤통수에 생긴 지름 60밀리미터의 원형 골절이 그 근거로 제시되었다.

이윤성이란 엉터리 법의학자가 이 의문을 처음 암시했다. 애매한 이야기로.

 “추락 충격인지 흉기 충격인지 모르겠다.” 

이리하여 퇴직교감 김용환 할배는 '신이 점지한 노가다'가 되었다.

타살 의혹이 제기돼 온 고(故) 장준하 선생의 유골 검사 결과와 사진이 최근 공개됐다. 유골은 대체로 형태가 유지된 상태였으며 머리뼈와 골반에서 골절 소견이 나왔다. 유골검사를 진행한 서울대 이윤성 교수는 소견서를 통해 "머리뼈와 오른쪽 볼기뼈의 골절은 둔체에 의한 손상이지만 이 손상이 가격에 의한 것인지 넘어지거나 추락하면서 부딪쳐 생긴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연합뉴스 ⓒ
▲타살 의혹이 제기돼 온 고(故) 장준하 선생의 유골 검사 결과와 사진이 최근 공개됐다. 유골은 대체로 형태가 유지된 상태였으며 머리뼈와 골반에서 골절 소견이 나왔다. 유골검사를 진행한 서울대 이윤성 교수는 소견서를 통해 "머리뼈와 오른쪽 볼기뼈의 골절은 둔체에 의한 손상이지만 이 손상이 가격에 의한 것인지 넘어지거나 추락하면서 부딪쳐 생긴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연합뉴스 ⓒ

지름 60mm가 되는 원형 골절이 생기도록 (그것도 원 내부에는 전혀 금이 가지 않도록) 만들수 있는 대형 흉기를 품속에 넣고...산을 타고...산 속에서 장준하 선생을 제압하고...정조준해서 내리치고.....(기막힌 연기실력을 발휘해서) 울며불며 슬퍼하는 척 연기할 수 있는 초인적 범죄자가 되었다...라는 '슬프고도 웃기는' 이야기.

음모론을 위해서라면 퇴직교감 할배 하나쯤의 인권은 지렁이처럼 밟아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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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칼럼] 망치에 관한 관찰

※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을 퍼왔다. <편집자 주>

 

(장준하선생님 뒤통수의 직경 60mm 정도의 정말 동그란 원형 골절을, 망치로 쳐서 만들려면,
대략 직경 80mm 정도로 쳐야 한다
■ 그런데 시중의 제일 큰 오함마 라고 하더라도 대충 직경 55mm에 무게 8~10킬로 정도 된다
■ 그러므로 직경 80mm 되려면 무게 20킬로 가까이 되어야 한다

라고 했더니 트윗 사용자 @sd0113님이 "닝기리(=니미), 무게 3킬로에 직경 60mm가 정말 없냐? 너, 여러 망치로 맞아 볼래?"라고 하셔서....망치에 관한 쿨한 고찰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망치 대가리의 무게와 직경은 일정한 비례관계가 있다.

아래 사진은 무게 2킬로짜리인데 직경 40mm이다.

흔히 살 수 있는 2킬로 주먹망치
▲흔히 살 수 있는 2킬로 주먹망치

그런데 무게 (줄여서) 8킬로짜리는 직경 55mm 이다.

즉 직경이 불과 1.4배 정도 늘어도 무게는 무려 4배가 된다. 이는 망치 대가리의 길이 역시  늘기 때문이다.

직경이 1.4배 늘면 단면적이 1.4*1.4=1.96 약 2배 는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길이도 2배 는다.
그리하여 전체 부피는 4배 는다.
비중이 같으므로, 부피가 4배가 되면 무게가 4배 된다.

이와 같은 법칙을 55mm에서 80mm로 확대되는 경우에 적용하면,

망치대가리의 단면적은 1.5*1.5=2.25 배 증가
망치대가리의 길이는, 위 법칙을 적용하면 역시 2.25배 증가
망치대가리의 부피/무게는 2.25*2.25=5 배
즉 직경 80mm 망치의 무게는 약 40킬로그램.

이와 같은 법칙을 55mm에서 66mm로 확대되는 경우에 적용하면,

단면적 1.2*1.2=1.44
길이 1.44부피/무게=1.44*1.44=2.07배
직경 66mm 망치의 무게는 약 17kg

등산하면서 이런 망치를 들고 가서 장준하 선생의 머리를 고정시켜 놓고 정확하게 원형으로 찍히도록 가격하려면, 이는 [신이 내린 노가다]입니다.

참고로 철물점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주먹망치 (오함마가 아님)의 무게는 2Kg.
망치 대가리 직경은, 위에서 말한 것 처럼 40mm.
망치 대가리의 길이는 113m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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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드웨어 작업을 좋아해서 별 장비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 측정 장비는 집에 있는 저울과, (사진에 보이는) 캘리퍼스를 사용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보유/운영하는 장비를 말씀드리오니, 혹시 노가다 부르실 일 있으면 불러 주십시오. (일당이 무쟈게 비쌉니다. 일도 제 맘대로 개기면서 합니다.^^)

- 콤프레서, 타커, 그라인더, 전기톱, 전기 직소, 전원 연결식 핸드 드릴, 전지 충전식 핸드 드릴, 타커.... (조만간에 용접기도 하나 사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