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북한 함장이면 진해 기지도 때릴 수 있다”
북한이 전면전을 말한다. 비무장지대(DMZ)에서는 대공포와 중기관총을 겨누지만 ‘물 위의 전투는 이미 승부가 끝났다’고 말한다. 어둡고 알 수 없는 물 밑은 여전히 모른다. 천안함은 그래서 당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까. 지난해 말 전역한 이진규(50·해사 30기·사진) 예비역 해군 대령을 28일 만났다.
부리부리한 눈, 각지고 힘이 들어찬 군인의 얼굴. 2004년 그는 태평양 물속을 화려하게 누빈 함장이었다. 태평양 림팩 훈련에서 1200t급 잠수함 ‘장보고’를 지휘해 미 해군의 10만t급 핵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와 함선 15척을 가상 어뢰로 격침시켜 ‘바다의 유령’이란 으스스한 명성을 얻었다. 북한에 이렇게 유능한 함장이 있어 진해 해군기지 침투 지시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 ‘유령 함장’에게 ‘북한군 함장이 돼서 말해 보라’고 요구했다.
-진해기지에 침투할 수 있나.
“가능하다.(그는 군기 팍팍 발산하며 ‘총알같이’ 말했다.) 평시나 남한이 제한적 해상 기동훈련을 하는 정도라면 언제나 할 수 있다. 평시엔 발각-대응 조치 사이에 도주할 시간이 있다. 작전 해역은 피해 가면 된다. 조류, 연안 상태, 상선활동 등도 고려해야지만 수심만 되면 할 수 있다. 그리고 진해항은 모든 군함이 들어갈 만큼 깊어 공격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다른 군항도 충분한 수심만 확보되면 된다. 그러나 지휘부까지 긴장돼 있는 현재의 경계 상태에서는 어렵다. 문제는 그런 긴장을 늘 유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느슨해지면 취약해지고 침투할 수 있다.”
-진해 군항까지 침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물론 진해 기지가 대비책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북한 잠수정이 항구 바닥에 착저해 기다렸다 특공대를 투입하는 것도 상상할 수 있다. 우리 해군 복장을 하고 몰래 들어와 함선 엔진에 수류탄을 던져 파괴시킨다는 상상은 끔찍하다. 북한은 13명 정원인 잠수정에 수십 명을 태우려는 집단이다. 그들을 우리 식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서해가 얕아 잠수함 작전이 어렵다고 한다. 북한 함장 입장에서도 그런가.
“잠수함에는 최소 수심이 필요하다. 통상 연안 잠수함엔 50m다. 그러나 실제론 함 높이 15~16m에 잠망경용 4~5m가 최소 필요하니 25m 정도면 작전 가능하다. 내가 북한 함장이라면 해저 상태 같은 것을 안다는 전제로 남쪽 연해로 들어간다. 우리 해군이 갖고 있는 214급 잠수함은 몰라도 209급으로도 충분히 침투 가능하다. 길이 100m, 높이 20m나 되는 미국 LA급 6000t 잠수함도 서해에서 작전한다. 소형 잠수정의 작전은 더 쉽다. 마음만 먹으면 수상함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북한 잠수함은 잠항 시간이 짧아 작전이 어렵다고 한다. 상어급도 하루 아닌가.
“잠수함은 거의 잠항해 다닌다고 보면 된다. 부상해도 스노켈링과 잠망경만 내민다. 이 장비들의 노출 높이는 수십㎝~1m여서 탐지가 힘들다. 해면이 거울처럼 평평하다면 이론상 수십km까지 레이더로 감지하지만 파도가 조금 치면 안 된다. 사실상 항상 잠수하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내가 북한 함장이고 적(남측)이 있다고 생각되면 먼바다에서 기다리면서 남한 군함이 있는 해역을 통과할 시점, 어디까지 잠항해 어디로 갈지 등 다양한 전술적 요소를 고려한 뒤 기동할 것이다.”
(스노켈=잠항 상태에서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디젤 엔진을 가동, 축전지를 충전하는 시스템이다. 물속에선 디젤 엔진으로 스크루를 돌릴 수 없어 충전된 축전지를 사용한다.)
-북한 잠수함의 잠항 거리가 짧아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믿는데.
“대개 야간에 배터리를 충전해 주간에 돌린다. 스노켈링은 일몰 2~3시간 뒤, 일출 전에 한다. 사실상 상시 잠항 상태다. 적(남한)의 탐지 거리가 못 미치는 해역에서 한 뒤 들어올 수도 있다. 상어급의 잠항 능력이 하루여서 능력이 제한된다는 얘기는 유치원생 같은 말이다. 적 해역에 침투해 바닥에 착저하면 배터리 사용이 거의 없어 며칠이라도 간다.”
-산소 문제가 있다.
“아니다. 함내 대기를 쓰고 압축 탱크의 산소를 쓴 뒤에는 소듐페록사이드라는 화학물질이 있다.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산소를 생산한다.”
-그처럼 기본 능력이 탄탄해도 남한 영해에선 우리 잠수함의 탐지가 기다린다.
“남한 잠수함이 어디선가는 지킬 것이다. 그러나 탐지 거리가 무한대는 아니다. 최대 탐지 거리는 50㎞다. 그 거리는 상선 탐지 거리인데 상선은 소음 덩어리다. 군함 소음은 상선보다 아주 작다.”
-잠수함의 소나가 바다 소음을 다 탐지해내야 하는 것 아닌가.
“환상을 깨야 한다. 진짜 식별이 어렵다. 러시아에서 신형 잠수함이 나오면 미국 잠수함은 따라다니면서 수백 가지 소음을 모은 뒤 분석한다. 그런 장비를 실으려면 잠수함이 6000~8000t은 돼야 한다. 한국 잠수함의 소나를 사람 귀라고 하면 미국 잠수함은 박쥐 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 해군의 209급은 잠수함이 아니라 수상함을 잡는 것이다. 214급에 잠수함 잡는 기능이 있기는 하다.(214급은 현재 한 척이 취역 중이지만 한 관계 전문가는 “214급 잠수함의 소나는 본격 성능 실험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내가 북한 함장이라면 남측 잠수함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게 큰 위협 요소다.”
-북한 함장이라면 어떤 준비를 하겠나.
“북한은 어떻게든 남한 잠수함의 위치에 대한 작전 정보를 얻으려 할 것이다. 북한이 간첩들을 그냥 먹여 살리겠나. 북한 함장인 나는 남한 잠수함이 작전을 피하는 연안을 따라 숨어 들어올 수도 있고, 영해를 돌아 외해로 들어오는 작전을 구상할 수도 있다.”
-남한 잠수함을 뚫어도 구축함은 어떻게 피할 것인가.
“수상함은 잠수함 탐지를 위해 소나로 적극 탐지를 한다. 소위 ‘핑’ 소리를 내 반사파를 잡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리를 잠수함은 수㎞ 밖에서 잡아낸다. 구축함을 피해 가면 된다.”
-P-3라는 대잠 초계기의 감시망은.
“한국 해군이 P-3기를 24시간 계속 필요 해역에 띄우려면 아주 많은 비행기가 필요하다. 더 많은 장비를 동원해 철통 방어해야 되겠지만 수십조원이 들어갈 것이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라도 뚫고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인가.
“그래서 북한 잠수함이 기지를 나오는 족족 추적해 쏴야 한다는 것이다. 안 그러면 못 잡는다. 그럴 것인가는 전략적 선택의 문제다.”
-그런 전술이 2004년 존 스테니 항공모함 가상 격침 때 사용됐나.
“당시 미국 항모단 움직임에 대한 기본 정보를 얻은 뒤 나는 기만 기동을 하는 항모단의 패턴을 파악했다. P-3는 바다 깊이 들어가 피했다. 이어 구축함은 시끄러운 스크루 소리 밑으로 통과했다. 그럴 때 궁금하다고 레이더를 가동하면 당장 발각된다. 함장인 나는 수면을 그림처럼 그렸다. 그렇게 해서 방어망을 뚫고 항공모함에 가상 어뢰를 쏜 것이다. 내가 했다는 것은 남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함장 출신이 호전적이라고들 한다”고 하자 “호전적이란 소리를 듣고 싶다. 군인은 워리어(전사)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대령을 몇 년 더 할 수 있는데도 국방개혁을 위한 책을 쓰려고 전역했다고 한다. 초고를 언뜻 봤는데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생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투표는 김정일과 한판 승부다!" (0) | 2010.06.02 |
---|---|
“신부님 무서워서 성당 못들어가요” (0) | 2010.05.31 |
한나라 112곳·민주 53곳 “우세” (0) | 2010.05.30 |
전문가가 운다 (0) | 2010.05.27 |
수도권 빅3, 여당 우세 지속…한나라 승기 잡나? (0) | 2010.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