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한나라당, 참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네 가지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0. 6. 3. 09:47

한나라당, 참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네 가지

 

[스포츠서울닷컴ㅣ장 민·박형남기자] 민심은 무서웠다. 성난 파도처럼 한나라당을 덮쳤다.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7곳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한나라당은 6석을 건지는데 그쳤다. 철옹성처럼 보이던 한나라당의 중심부를 강타한 일대 사건이었다. 한나라당 텃밭으로 불렸던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20%가 넘는 초반 지지율 격차를 극복하고 당선됐으며,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도 야권 후보로 불린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가 극적 승리를 일궈냈다. 또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한명숙 후보와 오세훈 후보는 개표 막판에 선두가 뒤바뀔 정도로 선거 역사상 가장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선거로 기억될 것이다.

① 대통령 담화 ‘역풍’ 불렀다.

한나라당 패인은 여러 가지 꼽을 수 있다. 국정운영 전반에 걸친 오만과 아집이 큰 이유이겠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천안함 침몰이후 집권 여당이 확대재생산해온 ‘전쟁론’이 역풍을 맞은 것으로 해석된다. 전통적으로 여당은 ‘안정론’을 주요 선거 전략으로 내세우지만 한나라당의 경우 이번에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천안함 사건의 주범으로 북한을 지목하고 미국,일본과 연계해 전방위적인 ‘북풍’ 몰이에 나섰다. 한나라당의 강공 드라이브는 보수언론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지방선거 압승의 논거로 작용했다. 20일 천안함 사건에 이어 27일 이명박 대통령까지 ‘전쟁이 두렵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는 남북관계를 지켜보던 민심에 이반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한반도 전역에 걸친 ’긴장모드‘에 대한 견제론이 바이러스처럼 확산됐다. 곤두박질치는 주가는 수도권 40-50대의 불안심리를 증폭시켰다. 특히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의 걱정과 우려는 보수층 이반이 시작되는 태풍의 눈이었다. 이들은 각종 게시판을 통해 ’전쟁을 정쟁에 이용‘하는 정권에 대한 불안감과 분노를 쏟아냈다. 야당 참패론이 기정사실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은 ‘MB 심판’에 나섰다.

② 야권단일화 효과 무시했다.

한나라당의 야권대연합에 대한 경시와 폄하도 선거 참패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87년 이후 23년만에 처음으로 일사분란한 ‘선거연합’을 이뤄냈다. 광역단체 8곳을 비롯해 기초단체 가운데 40여곳이 한나라당과 야당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장악력이 갈수록 더해지는 상황에서 정당과 시민단체, 노동계 전반을 관류해온 위기의식이 지방선거를 통해 결집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민노당 성향의 전교조와 민노총이 선거연합의 총대를 맸다. 야권은 수도권에 야권 단일화를 통해 한나라당과 각을 세운데 비해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현역 지자체장을 대거 공천에 탈락시킴에 따라 친여성향 후보의 난립을 야기했다. 야당은 토너먼트를 거쳐 결승전에 한팀만 내 보냈으나, 한나라당은 1,2진이 동시에 출전하는 부조화스런 대진표가 짜여졌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했기 때문이다.

③ 수도권 30-40대 여성 놓쳤다

수도권 30-40대 여성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교육감 선거가 겹치면서 야당 성향의 30-40대 여성 학부모층의 정치적 열기를 고조시켰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30-40대 여성은 가장 조직적이고 ‘반한나라당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교육 문제는 물론 한나라당의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문화에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80년대 대학시절을 보낸 이들이 선거 혁명의 주역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④ 박근혜 대표의 침묵을 방치했다.

박근혜 전 대표도 민주당 압승의 일등공신이다. 박 전 대표는 재보선과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침묵으로 일관했다. 휘발성 강한 박 전 대표의 ‘뒷짐’진 모습은 여당에 충성도 높은 수도권 TK출신들의 감성을 자극하지 못했다. 박 전대표의 위력은 전혀 다른 형태로 발휘된 셈이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압승 형태로 나타났지만 전남지역에서 8군데 이상 무소속 후보가 이긴 것은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전통적 지지자들의 실망이 어느정도인지 여실히 증명해준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에 압승을 선사했지만 동시에 민주당의 안방에서 회초리를 들었다. 기대와 반성의 메시지를 동시에 던진 셈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 친노세력은 ‘대안부재’의 한국정치 현상에 따른 부산물이다. 친노그룹이 선거 결과를 자신들에 대한 면죄부로 해석할 경우 친노진영의 정치적 생명은 그만큼 짧아질 것이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는 아놀드 토인비의 지적처럼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반복’이자, ‘화무십일홍’의 교훈을 일깨운 ‘잔혹한 복수극’으로 막을 내린 서스펜스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