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37) 섹스를 하며 흘리는 눈물의 의미는?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19. 20:07

(37) 섹스를 하며 흘리는 눈물의 의미는?

 

종종 여자는 섹스하면서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섹스생활 몇십 년 만에 처음으로 오르가슴을 느낀 여자가 감격해서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는 이미 식상하다.

아는 언니는 사귄 지 얼마 안 된 애인의 매너 없는 섹스 때문에 펑펑 울었단다. 그는 섹스 때마다 키스도 하지 않고 애무도 대충대충 하다가 허겁지겁 자기 볼 일만 찾아 들어왔단다. '나는 키스하는 게 좋다, 충분히 애무를 해줘야 흥분이 돼서 굿섹스를 즐길 수 있다, 흥분이 안 되면 삽입할 때 통증이 심하다' 이렇게 차근차근 설명해줘도 당장 한두 번 신경 쓰다가 또다시 이기적인 섹스였단다.

저런. 도대체 어디서 섹스를 배웠길래. 나는 그녀의 눈물을 이해할 것 같다. 내가 이렇게까지 막 대할 만큼 가치 없는 여자인가, 이 남자 자기 성욕을 풀겠다고 내 몸을 이용하는구나, 아, 마치 창녀가 된 것 같다. 섹스하면서 모멸감 느끼는 것 만큼 눈물 나는 일도 없다.

나도 오래 전 눈물의 섹스를 한 적 있다. 그는 정말 좋은 애인이었다. 지적이면서도 순수하고 맑은 그 남자의 사랑은, 불면 날아갈세라 만지면 꺼질세라 너무나 조심스럽고 따뜻해서 그의 품안에서 정말 행복했더랬다.

그러나 모든 사랑은 영원하지 않더라. 어느 날 문득 내가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무참히 그를 버렸다. 그럼에도 '그렇게 좋은 사람을 버렸다'는 죄책감은 오래오래 남아 그가 술 취해서 전화를 걸어올 때마다 묵묵히 받아주었다. 그렇게 만나 눈물 흘리는 그를 거절하지 못하고 모텔에 들어갔더랬다.

한때는 그가 키스하는 순간부터 온몸이 짜릿했고 그의 손길 하나하나에 피부가 녹아내릴 것만 같았는데, 아, 그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에게서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오르가슴도 흥분도 희열도 기쁨도 없었다.

그렇게 시체처럼 누워 그의 격한 움직임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것이다. 사랑이 식는다는 게 이렇게 슬픈 일이구나. 그렇게 익숙했던 몸이 벌레처럼 불편하고 낯설어지는 것. 내 몸이 그의 자극에 하나도 반응하지 않는 것.

내 눈물을 본 그는 더 이상의 몸짓을 멈추고 흐느끼며 나를 껴안았다. 우리는 그렇게 껴안고 정말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우리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았다. 아무런 감흥도 흥분도 없는 슬픈 섹스를 통해 그도 알았을 것이다. 사랑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그렇게 황홀했던 섹스는 우리가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는 순간 끝없이 건조해진다.

종종 우리는 섹스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너무 좋아서일 수도 있고, 너무 슬퍼서일 수도 있고, 서러워서일 수도, 야속해서일 수도 있다. 당신은, 섹스하면서 눈물 흘린 적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