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39) 당신의 '여자'는 행복합니까?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19. 20:11

(39) 당신의 '여자'는 행복합니까?

 

내 칼럼의 애독자라는 누군가가 성의가 가득 담긴 '충고의 메일'을 보내왔다. "결혼 전에 섹스도 마음껏 즐기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사는 게 어쩌면 본능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사람은 동물이 아닙니다. 동물은 본능을 이기지 못하지만 사람은 양심이라는 게 있습니다. 당신은 결혼 후 자신의 남편과 자녀들에게 떳떳한 아내 그리고 존경받는 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요. 여자로써 절제된 교양과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시길 바랍니다."

솔직히 "네, 그렇군요. 좋은 충고 감사합니다"라는 답메일은 죽어도 못 쓰겠다.

엄마들은 눈치가 빠르다. 이야기한 적도 없고 대놓고 외박을 하고 돌아다닌 것도 아닌데 엄마는 금세 내가 더 이상 '처녀'가 아닌 것을 눈치 채고는 종종 잔소리했다. "여자는 몸을 함부로 굴려서는 안 된다."

어느 날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아빠가 엄마 인생의 유일한 남자예요?" "......(당황)." "엄마는 아빠 하나밖에 경험이 없구나?" "......(더 당황)." "엄마는 아빠랑 하면 좋아요?" "......(정말 당황)."

"엄마, 사실 엄마도 여자로서 막 욕망도 있고 더 좋은 섹스를 하고 싶고 그러지 않아요? 내 '엄마'로서가 아니라 섹스를 아는 '여자'로서, 인생에서 단 한 남자밖에 경험 못 한 거, 후회되고 아쉽고 그러지 않아요? 혹 아빠랑 잘 안 맞으면...... 가끔 불행하지 않아요? 엄마의 '여자'가."

"......우리 땐 다 그랬어." 엄마는 그 뒤로 더 이상 같은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내 나이 이미 삼십대 초반. 더 이상 철없거나 어리지 않은 나이일뿐더러 오히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나는 점점 더 아깝다. 여자로서 얼마 남지 않은 스스로가.

나는 내 딸에게 꼭 가르칠 것이다. 얘야, 누군가와 너무나 함께 있고 싶다는 욕망, 오늘 함께 있지 못하면 죽을 것 같은 절박함, 살 부대끼고 꼭 껴안았을 때 심장이 부서질 것 같은 따뜻함. 그런 건 아무에게나, 항상 찾아오는 감정이 아니란다. 네게 만약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면 남들이 정한 규칙 때문에 스스로를 억제하거나 통제하지 말고 순간의 네 감정과 네 몸이 외치는 소리에 충실해라. 내일이면 죽을 것처럼 그렇게 사랑해라. 여자로서의 네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 누군가를 미친 듯이 사랑하고 또 사랑받을 수 있는 경험은 쉽게 오지 않는다. 그걸 놓치면... 아주 오랫동안 후회하고 살 거야.

그러면 내 딸은 내게 "엄마는 정말 부끄럽고 문란한 여자라서 존경할 가치가 없어!"라고 생각할까?

살 부대끼고 죽어라고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싶은 감정처럼 순수한 마음이 어디 있을까. 나는 여자라는 이유로 굳이 절제하고 교양을 갖추며 살고 싶지 않다. 그러기엔 '여자'로서의 내 인생, 삶의 순간순간이 너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