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41) 오래 하는 게 좋은 건 아니다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19. 20:18

(41) 오래 하는 게 좋은 건 아니다,

 

"미안하다, 내가 너무 빨리 끝냈지?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네, 평소에는 훨씬 오래 하는 데 말야."

 

 

 

 요새 같이 자는 남자는 섹스 후에 습관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진심이든 아니든 "아니야, 좋았어. 나는 정말 좋았다구!"하며 그를 달래줘야 한다. 이거 참 피곤한 일이다.

 

 

 

 생각해보면 이 남자뿐만이 아니다. 같이 잤던 남자들의 80% 정도가 이런 자기비하 혹은 자기합리화를 표현했던 것 같다.

 

 

 

 사실 나의 대답이 거짓말은 아니다. 시간이 짧든 길든 오르가슴을 느끼든 느끼지 않든 정말 좋았을 때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여자는 삽입을 통한 피스톤 운동보다는 스킨십과 애무에 더 쾌락이나 만족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상황이 주는 섹시함,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하나 됐다는 것, 그의 손길이 부드럽고 자극적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좋은 섹스였을 가능성이 많다. 길고 부드러운 애무 후에 그의 것이 몸 안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오르가슴을 느꼈다는 여자들도 있다.

 

 

 

 한때 정말 '오래 하는'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 밤 11시에 시작해 새벽 3시에야 사정을 하는 남자였다. 정말이지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 몇 번 뭔가 느낌이 올까 말까 하면서 몇 시간째 지속되는 섹스에 아랫도리는 진작부터 말라 뻐근하게 아파오고, 심지어 마른 상태에서 계속 마찰이 일어나니 속살이 벗겨질 정도였다. 나는 그에게 나름의 예의를 갖춰 계속 흥분한 척, 즐기고 있는 척했지만 머릿속으로는 "이제 좀 그만해!"하면서 그를 밀쳐버리고 싶었다. 나중에는 이 남자가 "오늘 집에 가지 마라"라고 말하면 당장 겁부터 났으니..., 이 남자는 살짝 '지루증'이 의심되기도 한다.

 

 

 

 지루증 역시 페니스의 신경이 유난히 둔감한 데서 오는 병이라고 들었다. 그런 경우라면 역시 놀라울 만큼 발달한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으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러나 그냥 '오래 하는 게 잘하는 거다' 식의 강박이라면 이제 제발 좀 버렸으면 좋겠다. 여자들에게 길고 긴 섹스는 유희가 아니라 고문이다. 여자가 섹스 후 불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면 당신이 '오래'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잘' 하지 못해서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한 시간 동안 했다고 자랑하는 친구를 부러워하지도 말지며, 한 시간 동안 했다고 자랑하지도 말기를. 여자들은 오래 하는 걸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오르가슴은 애시당초 물건너갔는데, 계속 땀흘리며 용 쓰고 있는 남자를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다. 섹스는 당신의 자만감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사랑을 돈독히 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진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