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49) 호감-칭찬과 성희롱 사이...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19. 20:35

(49) 호감-칭찬과 성희롱 사이...

 

"정말 짜증나. 김부장, 오늘도 엘리베이터에서 내 다리부터 쭉 훑는데, 완전 소름 끼쳤다니까." "정과장도 만만치 않아. '강양은 뭘로 머리 감아? 향기 좋네?' 하면서 나한테 가까이 오는데 소리 지를 뻔했어." "점심시간에 '여자는 가슴이 커야 진짜 여자네' 어쩌구저쩌구 하는데, 얼굴 발개져서 아무 말도 못 했다니까."

여자들끼리 모인 저녁 자리에서 성희롱이 화두에 올랐다. 고소하려고 작정하면 고소할 일 투성이다. 특히 남자들이 많은 직장에서는 작정하고 하는 성희롱이 아니라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성희롱이 아주 많은 모양이다. 술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소 안 그렇다가 만취하면 눈빛이 게슴츠레해지면서 자꾸만 여자 옆자리를 찾아서 오는 스타일, 싫다고 하는데도 몇 번이나 블루스 추자고 조르는 스타일, 몸을 아주 밀착해서는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말한다거나 여자의 의자 뒤로 손을 올린다거나 이야기하면서 살짝살짝 여자의 몸을 건드리는 건 모두 성희롱의 시작이다.

그런 경우 예의를 차리고 분위기 맞춰준다고 고개 끄덕거리며 일일이 귀 기울여준다거나 윗사람인데 참아야지 하고 넘어간다거나 '직장 후배에 대한 상사의 따뜻한 관심이야' 하면서 흐뭇해하다가는 100퍼센트 당한다. 무조건 그 남자는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래야 의도하지 않은 불쾌한 일을 피할 수 있다.

그런데 성희롱의 기준이란 게 참으로 모호하다. 여자로 하여금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느냐 아니냐에 따라 어떤 행동은 성희롱이 되고 어떤 행동은 이성을 향한 칭찬이나 관심이 된다. 위처럼 게슴츠레하고 느끼한 느낌을 주는 남자들은 '성희롱범'으로 몰리는 반면, 아주 매력적이고 잘생긴 남자라고 하면 그건 성희롱이기보다는 '이 남자, 나한테 관심 있구나'라고 생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리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매혹된 표정으로 훑어보더라고. 내 몸매에 반했나봐." "정대리가 내 샴푸 냄새가 좋다고 칭찬해줬어. 게다가 살짝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데, 예감이 너무 좋아!" "어제 그 남자랑 술을 마시는데, 내 곁에 바짝 몸을 기대고 나하고만 이야기를 하더라구. 완전 불꽃 튀었어!" 어쩌면 여자들은 똑같은 상황에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남자들은 참으로 억울할 수도 있겠다. 사람에 따라 이렇게 반응이 극과 극이라니 말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여자를 매혹시킬 수 있는 매력과 매너, 그리고 분위기를 갖출 수밖에. 다행인 건 아무리 잘생긴 남자라고 하더라도 아무 여자에게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거나 몸으로 들이댄다거나 여자의 성적 문제에 너무 연연한다면 결국에는 똑같은 '성희롱범'이 된다는 것.

결론은...... 정도껏 하자. 성희롱을 당하는 것이나 성희롱범이라고 오해받는 것이나, 둘 다 똑같이 불쾌한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