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섹스도사'가 '섹시한 남자'는 아니다.
A. 누군가 지현 씨는 어떤 남자를 좋아해? 라고 묻는다면 나야말로 "섹시한 남자요!"라고 대놓고 말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남자들은 '저런, 밝히는 여자 같으니라구' 하며 혀를 찰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섹시한 남자가 좋다. 문제는 남자들이 생각하듯이 '섹시하다'는 말이 '섹스를 잘한다'의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남자들은 섹시해 보이기 위해서 자신의 상징이 잘 드러나 보이는 쫙 붙는 청바지를 입는다거나 상의를 벗어젖히고 잘 키운 근육을 보여준다거나 아니면 섹스를 짐승처럼 한다거나 혹은 오래 하려고 노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자들이 바라는 '섹시'는 사실 '섹스'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도대체 어떤 게 섹시한 거야?"라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하기는 힘들다. 어떤 때는 육체노동으로 단련된 잔근육이 견딜 수 없이 섹시하다가 또 어떤 때는 하얀 와이셔츠에 단 하나 똑 풀린 단추가 섹시하고 또 어떤 때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얌전한 남자가 섹시하기도 하다. 그 순간들은 조금씩 다르고 게다가 주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인 걸 꼽는다면 내 몸이 그 '섹시함'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아, 그러고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섹시했던 남자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헤어지는 순간까지 내 몸을 욕망하던 남자였던 것 같다. 우리는 꽤 오랫동안 연애했지만 그는 내 몸에 단 한순간도 질려하지 않았다. 그가 유난히 체력이 좋거나 섹스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나를 보고 흥분하는 남자를 보는 건 그 자체로 여자를 흥분시킨다. 여자로서 지금 죽어도 여한 없을 만큼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누군가 나를 미친 듯이 갈망한다는 느낌, 이 남자는 나 없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야말로 정말 섹시한 것이다. 그런 남자를 만날 때면 별다른 기교나 애무가 필요 없다.
당신이 그녀를 좋아했던 건 진심이었겠지만, 어쩌면 익숙한 섹스 패턴, 이러면 여자가 좋아하겠지, 하는 기존의 학습을 적용했었을지 모르겠다. 혹 머리로는 사랑해도 몸으로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여자들은 그 디테일한 차이를 모두 읽어낸다. 식상한 대답일지 모르겠지만, 정말 섹시한 남자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남자다. 그리고 그건 섹스 실력과는 별로 상관 없다. 섹스를 잘해서 더 사랑할 수는 있지만 섹스를 잘하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다는 것. 남자들이 꼭 기억해주길 바라는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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