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섹스를 싫어하는 남자도 있다.
Q. 신혼 1년차의 새댁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저희 남편이 섹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결혼 전에는 그런 점이 순진하고 착한 남자인 것 같아서 더 끌렸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도 한 달에 한 번 할까 말까, 그것도 거의 제가 억지로 졸라서 할 때가 많고요. 제 남편이 이상한 걸까요, 아니면 제가 성적 매력이 없어서일까요, 이런 상황이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걱정도 되고 그래요. ― wjdalwls님
A. 저런, 얼마나 속상하고 힘겨울지....... 우선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세상에 섹스를 싫어하는 남자가 어딨어, 게이 아니야? 소설 쓰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니다, 실제로 모든 남자들이 섹스를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어린 시절 서른세 살까지 '총각'인 남자를 사귄 적 있었다. 얼굴도 멀쩡하고 연애도 두어 번 해봤다는 그 남자가 도대체 왜 그때까지 총각이었던 것일까. 처음에는 소심하고 상처 잘 받는 성격 때문에 여자에게 과도하게 스킨십을 요구하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줄 알았다. 예의 없는 남자 취급받을까봐 절제하고 통제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첫 여자'로서 몇 번 섹스를 하다 보니 알게 되었다. 그는 정신적 금욕주의자였던 것이다.
골수 운동권 출신인 그는 고통스럽고 불합리한 자본주의 현실 속에서 자신이 여자와 순간의 유흥을 즐기고 사정을 하고 쾌락을 느끼는 것 자체에 상당히 거부감을 느꼈다. 나를 욕망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혐오하는 아주 복잡한 심리였다. 섹스를 통해 쾌락을 느끼면 느낄수록 그의 고통은 더더욱 심해지는 것 같았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가 자본주의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쾌락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기를 오랫동안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섹스는 더러운 거야'라고 생각하는 친구의 남편도 본 적 있다. 입으로 쪽~ 하는 뽀뽀는 애정 표현이지만 혀가 오가고 침이 섞이는 프렌치키스는 지저분하다는 논리였다. 그는 섹스하는 대신에 꼭 껴안고 잠자는 것만 좋아했고 섹스를 요구하는 아내에게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경우 어려서 본 포르노의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짐승처럼 어우러진 남녀의 모습과 교성, 형체를 알 수 없는 살들이 흉측스러우면서 그걸 보며 성적인 흥분을 하는 스스로가 혐오스러웠던 것이다. '저건 사랑이 아니야. 정말 아름다운 사랑은 육체를 탐해서는 안 돼.' 따라서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는 그 '더러운' 섹스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
이런 남자들이 많지는 않지만 종종 발견된다. 당신의 남편은 어쩌면 이 분류에 속해 있을지도 모른다. 자학을 하거나 속으로 끙끙 앓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가보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사랑은 모든 걸 포용하는 것이라지만 평생 욕구불만에 시달리다 보면 사랑이 퇴색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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