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54) 섹스 이야기에 대한 동상이몽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20. 21:24

(54) 섹스 이야기에 대한 동상이몽

 

 '에로틱칵테일' 읽는 게 너무 좋아요. 여자의 속마음, 평소 생각하던 것들을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셔서 뭔가 장바구니 한가득 받아가는 기분이에요. 여자를 대변한다고나 할까. 이렇게 이야기하면 속 시원할 것 같은데 저는 왜 이렇게 솔직하기가 힘든지 모르겠어요. < summer191님>

 

 

이메일을 오픈한 건 남녀 성 심리에 대한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질문을 듣고 싶어서였다.

 

 

 

 

'섹스에 대해 알 만큼 안다'고 말할 만큼의 연륜이 되는 것도 아니요, 주기적으로 섹스를 하는 남편이나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요, 종종 사랑에 빠져 섹스를 하고 또 실수 같은 섹스도 하는 내 입장으로서는 내 경험을 푸는 것보다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더 적절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고민 상담보다는 감상글이 더 많이 올라오는 것 같다.

 

 

 

 

언제 한번 만나서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여자라서 말 못했던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고마워요. 엄마나 친구한테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주로 여자들이다.

 

 

 

 

내 칼럼을 즐겨 읽어주고 공감해주시니 나 역시 몸 둘 바 모르게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조금 서글퍼지려고 한다. 내가 여성해방주의자라거나 자유섹스주의자는 아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 꺼내지 못하고 꼭꼭 숨겨놔야 했던 그녀들의 답답함, 그리하여 자신들은 차마 입 밖으로 내어놓지 못했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글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읽히기 때문이다.

 

 

 

 

남자의 욕망은 당연하지만 여자의 욕망은 죄악시되고, 섹스에 대해 입을 열면 그 순간부터 문란하고 헤픈 여자로 낙인찍히고, 남자들과 사회적인 기준에 자신의 취향과 욕망을 억압하고 통제하면서 살아가는 게 익숙해진 여자들.

 

 

 

 

그런데 그녀들에게 "도대체 왜 그렇게 살아요? 당신의 욕망은 소중한 거예요! 여자도 여자의 충동과 욕망에 충실해야 한다고요. 좋은 건 좋다, 싫은 건 싫다고 말해야 해요"라고 말할 수 없는 게 사실 또 현실이다.

 

 

 

 

왜냐? 내 이메일함에는 여자들의 공감 어린 응원글과 더불어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남자들의 비판글도 함께 올라오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그래서 너는 똥차인 거야. 너 같은 더러운 계집애는 아무리 벗고 덤벼도 안 잔다." "대한민국이 망해가는구나, 이런 여자들이 버젓하게 신문에 글을 올리고 있으니......" 식의.

 

 

 

 

이렇게 너무나 다른 여자들과 남자들이 서로 만나 사랑을 하고 섹스를 하고 평생 함께 살아간다는 게 참 신기할 따름이다.

 

 

 

 

남자가 여자를 모르는 걸까, 아니면 남자가 조금이라도 눈치 못 채게 여자들이 감쪽같이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글쎄, 나는 정말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