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56) 남자들이 잊지 못하는 '그 여자'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20. 21:26

(56) 남자들이 잊지 못하는 '그 여자'

 

Q. 곧 결혼할 예정인 여자친구가 있어요. 착하고 예쁘고 저를 많이 사랑해주는 정말 좋은 여자친구인데요, 같이 잘 때면 옛날 여자친구가 자꾸 생각납니다. 정말 사랑하는 건 지금 여자친구인데, 섹스하고 난 뒤 뭔가 아쉽고 허전하고 그래요. '옛날 여자친구랑 정말 속궁합은 잘 맞았지'라는 생각도 들고 그녀와의 섹스가 자꾸 생각이 나니까 여자친구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이렇게 결혼해도 되나 고민이 됩니다. ― 76qkek76님

A. 남자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섹스가 언제였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들은 한참 고민을 하더니 하나같이 아련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그녀와의 섹스가 가장 기억에 남지." 그들의 대답을 듣고는 오랫동안 아 그렇구나, 남자들에게도 역시 '사랑'이 가장 중요하구나, 라고 정직하게 믿어왔더랬다.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여자, 지켜주고 싶고 신뢰하고 싶은 여자와의 섹스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섹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감정은 감정이요, 또 몸은 몸이더라.

여자친구가 있으면서도 섹스 파트너를 동시에 유지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여자친구한테 미안하지 않아?"라고 물으면 "어떡하냐 그럼. 난 여자친구를 정말 사랑하지만 걘 오랄도 잘 못 하고, 유연성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너무 헐렁하고 밋밋해서 재미도 없고. 나도 나름 해결은 하고 살아야 할 거 아냐"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그의 여자친구는 귀엽고 야무지긴 하지만 수수하고 평범한 반면 그의 파트너는 웬만한 남자들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화려하고 침대에서의 적극성과 기교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녀와의 잠자리는, 정말이지...... 끝내준단 말이지." 나의 친구는 말을 채 잇지 못했다. 그는 여자친구와 곧 결혼할 것이다. 그렇다고 파트너와의 관계를 정리할까. 아니, 절대 그렇지 못할 것이다.

그런 섹스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남자에게는 쉽다. 사랑하는 여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평생 섹스하고 산다는 것이. 그러나 단 한 번이라도 '정말 섹스를 잘하는 여자'를 만나 육체만으로 달뜨고 뜨거운 섹스를 나누었던 남자는 그때의 그 느낌을 잘 잊지 못한다. 그 순간 감정과 육체는 완벽히 분리된다. 그리고 속궁합이 별로인 여자를 만날 때면 그 뜨거웠던 여자를 그리워한다. 게다가 생각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락을 해서 만나기도 한다.

"남자들도 알고 보면 까다로워. 속궁합이 안 맞으면 정이 확 떨어져버린다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난 여자친구를 사랑하고 또 결혼도 하잖아. 내가 착한 남자라니까." 너스레를 떠는 친구의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당신의 죄책감은 죄가 아니다. 남들도 다 그렇다. 다만 육체를 따를 것인가, 감정을 따를 것인가. 그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