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57) 남자의 본능? 이제 변명은 그만!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20. 21:28

(57) 남자의 본능? 이제 변명은 그만!

 

27살의 여자인데요, 얼마 전 첫 남자였던 남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남친과의 섹스는 아프기만 하고 별로 좋지도 않았고, 결정적으로 질염에 걸려 병원에서 3주 동안 관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도 남자친구가 계속 조르더군요. 나중에는 남친이 화를 냈고 결국 관계를 해야 했습니다. 그날 밤 집에 가서 울었고요. 이것만 빼면 완벽한 남자였는데, 이런 게 남자의 본능인가요? 남자들 다 그런가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fortune-jn님>

아, 당신은 정말 헤어지길 잘했다. 아직 실감을 못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당신은 '데이트 강간'을 당한 것이다. 애인과 섹스한 뒤 집에 가서 우는 여자. 이게 정말 사랑일까.

때로 남자들의 무지와 무심과 무배려함에 극도로 화가 날 때가 있다. 나의 첫 남자는 '아파서 하기 싫다'며 화장실로 도망갔는데도 결국 할 거 다 하더라. 그냥 안고만 잔다더니! 섹스에 흥미를 잃은 와이프 핑계를 대며 상시적으로 바람피우는 남편이나 강간당한 여자친구에게 나쁜 기억을 잊자며 섹스를 시도하는 '미친놈'에, 찜찜하고 냄새 나는 생리 중에 꼭 섹스하자고 조르는 남자 기타 등등 참 다양하다.

질염에 걸려 섹스를 피해야 한다는 여자친구에게 화를 내고 결국 섹스를 해내고야 마는 남자도 마찬가지 정상이 아니다.

핑계는 하나다. "남자의 본능이야. 남자들은 항상 욕구를 느끼고 단순하고 동물적이니까." 여자들은 언제까지 아픔과 불편함에, 이토록 상처받아가며 남자들의 변명을 들어주고 맞춰줘야 하는 것일까.

아니, 남자는 원래 그렇지 않다. 남자에게는 본능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랑하는 여자 곁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행복해하는 순정도 있다. 여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지켜줄 의리와 자존심도 갖고 있다. 내 여자의 눈에서 눈물 안 나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게 남자다.

그것만 빼면 완벽한 남자였다고? 돈을 많이 벌거나 선물을 자주 사주거나 잘 생겼거나...... 다 소용 없다. 이런 상식과 배려가 몸에 배지 않은 남자들, 이성과 감성으로 본능을 이겨보지 않은 남자들, 이런 남자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행히 내가 만났던 남자 중에서 당신의 옛 남자친구처럼 '본능에만 충실한 남자'는 10%도 되지 않더라. 그러니까 당신은 이미 안 좋은 경험부터 시작한 것이고, 따라서 지금보다 더 나쁜 경험은 없을 것이다. 비슷한 남자를 만날 순 있겠지만 더 좋은 남자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아, 그리고 더불어 '남자는 원래 본능의 동물이야' 하면서 여자들에게 상처 주었던 남자들, 이제 제대로 반성 좀 했으면 좋겠다. 남자들의 본능을 충분히 이해는 한다만, 그 본능을 매번 사랑하는 사람에게 풀 필요는 없다. 왜 우리에게 마스터베이션이 있겠는가.